고삐 풀린 가계대출…“한국 경제 성장 짓누른다”
8월 주택담보대출 8조2천억원…역대 최대
BIS “GDP 대비 비율 100% 넘을 때 경제 성장률 꺾여…한국 222.7%”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경제 위험 신호가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크게 늘면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9조3000억원 급증했다. 특히 주담대가 한 달 만에 8조원 넘게 치솟으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 성장을 짓누른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9조3000억원 증가한 1130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1년 7월 9조7000억원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2021년 7월은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으로 투자) 열풍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대두되던 시기인데, 이 혼란스런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올해 1~8월 가계대출은 3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조9000억원 보다 2배 넘게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3월 1년 만에 뒷걸음쳤다가 4월에 다시 반등해 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가계대출 폭증은 주택담보대출이 이끌었다. 지난달 은행권 주담대는 역대 최대인 8조2000억원 늘었다. 이 증가 폭은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이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이 예고된 데다 은행의 고강도 대출 규제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린 탓이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도 1조1천억원 증가했다. 여름 휴가철 자금과 8월 블랙먼데이 당시 저가 매수세가 몰리는 등 일시적인 자금 수요 여파로 분석된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역시 지난달 9조8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8조5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세에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제 막 경제가 성장하는 국가에서는 가계부채 증가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한국과 같은 저성장 단계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경고했다.
서 교수는 “물가는 올라가는데 소득은 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수입 중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데, 가계부채까지 늘어나면 은행에 돈을 갚지 못하는 금융 리스크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도 가계부채가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정례보고서를 내놨다.
BIS는 부채가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도 하지만 민간신용 증가만으로 성장을 유발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일정 수준의 부채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신용은 금융기관을 제외한 기업, 가계 등 민간 비금융부문의 부채다.
부채와 성장의 관계가 처음에는 정비례하다가 어느 순간 반비례로 돌아서는 ‘역U자형’ 곡선을 그린다는 것이다.
BIS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100% 선을 웃돌면서 경제 성장률도 정점을 찍어 역U자형 곡선과 일치했다”고 분석했다. BIS 기준으로 한국의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지난해 말 222.7%에 달해 100% 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중 가계부채가 100.5%, 기업부채가 122.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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