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차기 은행장 승계 작업 본격화…연임 변수는 ‘내부통제’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은행장들의 후임 인선 절차가 본격화 하고 있다.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 승계 절차를 시작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5대 은행은 차기 은행장 후보 추천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중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한 은행 수장들의 연임 여부에 특히 관심이 쏠린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 임기가 오는 12월 31일 만료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 KB금융지주는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대추위)를 각각 열고 승계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주 비공개 간담회와 정기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자추위를 본격 가동했다. 자추위는 위원장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첫 회의에서 향후 자추위 일정과 절차에 대해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면서 “은행장 후보군 논의나 경합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말을 아꼈다.
또 “임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 단독으로 결정하거나 특정인을 추천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조병규 은행장과 함께 최근 부당대출 의혹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어, 차기 행장 추천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KB금융 대추위도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대추위는 사외이사 3명, 상임이사(회장), 비상임이사(은행장) 등 총 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장은 상임이사가 맡는다.
신한금융은 지난 10일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신한은행 등 자회사 12곳에 대한 대표이사 승계 절차에 돌입했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도 지난주 첫 임원 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개최하며 은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했다.
올해 승계 절차부터는 지난해 마련된 금융당국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이 적용돼 현 은행장 임기 만료 3개월 이전에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승계절차가 촉박하게 진행되거나 형식적으로 운영되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승계절차 개시 시점에 대한 규정이 없거나 완료 시기만을 정하기도 했다.
은행장들의 연임 변수는 ‘금융사고’다. 실적 측면에서는 모두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올해도 횡령과 배임 등 중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아 내부통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조 은행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과 연이은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여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조 행장의 연임이 어렵다는 시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주부터 우리금융지주·은행에 대한 사전검사에 들어갔다. 다음 달 7일부터 11월 하순까지는 본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현 경영진이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책임론을 강조해왔다.
NH농협은행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1월에 취임한 이 은행장은 지난 3월에 이어 최근까지 대형 배임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게 부담으로 꼽힌다. 또 농협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은행장의 연임이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올해 12월 31일로 만료돼,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지주 회장과 은행장 연임 여부가 나란히 결정된다.
지난 2022년 1월 취임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첫 2년 임기에 이어 1년을 추가로 부여받았다. 3연임 성공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규모가 가장 커 대규모 손실 위기 등이 있었지만, 발빠르게 조직을 안정시키고, 가입자 보상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올해 상반기 리딩뱅크 타이틀을 확보하는 등 경영 실적 면에서 연임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온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당기순이익 1위 자리를 수성했고, 올해 들어서도 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양호한 실적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