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너무 좋아도 탈, 11월 연준 빅컷 가능성 뚝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앞서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빅컷(0.5%P 인하) 수준으로 떨어뜨리자 시장은 크게 환호했었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빅컷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연준이 실제로 빅컷을 단행할지에 대해서는 100% 확신할 수 없었는데, 연준이 시장의 기대에 화답이라도 하듯 화끈하게 금리를 끌어내린 것이다.
9월 FOMC 이후 미국 대선이 끝나자마자 열리는 11월 FOMC에서 연준이 다시 한 번 금리를 화끈하게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던 상황에서 미국 고용상황이 여전히 뜨겁다는 경제지표가 발표되면서 시장은 혼란에 빠지게 됐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25만4000개 늘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5만개를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 12개월 월평균 20만3000개도 크게 웃돌 정도의 서프라이즈 수준에 해당된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경제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는 우려와는 달리, 여전히 뜨거운 상황임을 강력하게 시사해왔다.
지난 7월 비농업일자리 증가폭은 8만9000개에서 14만4000개로 상향조정된 데 이어 8월에도 14만2000개에서 15만9000개로 수정된 바 있다.
실업률 또한 시장전망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실업률은 4.1%로, 8월보다 소폭 떨어졌고, 시장 전망(4.2%)도 밑돌았다.
더 큰 문제는 임금 인상률이다. 미국 노동부가 조사한 9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4% 증가한 35.3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에 해당하는 것이며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4.0% 상승하며, 시장 전망치인 전월비 0.3%, 전년비 3.8%를 모두 웃돌았다.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임금이 뛰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고용지표는 물가지수와 함께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 중 하나이다. 이번 9월 고용지표가 시장의 전망치를 웃돌면서 연준으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9월 FOMC에서 공개한 점도표에서 연말까지 금리를 0.5%P 추가 인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는데, 지금처럼 경제지표가 좋게 나온다면 금리 추가인하의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8월 고용보고서가 나오자마자 뉴욕증시가 거의 발작증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9월 고용지표는 뉴욕증시에 환호와 함께 고민을 안겨주었다.
9월 고용 수치가 고용 둔화는커녕 인플레이션 반등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뜨거운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이 금리인하와 관련해서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비농업 고용이 발표된 후 11월에 0.25%P 인하 확률을 98.9%까지 올려 잡았다. 전날 마감 무렵 수치는 67.9%였다.
반면 빅컷 인하 확률은 전날 30%를 웃돌았으나 순식간에 '0%'로 떨어질 정도로 호전된 9월 고용지표가 마냥 호재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일각에선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도 아주 없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JP모건은 11월 2차 빅컷 전망을 사실상 폐기하고 대신 베이비컷 인하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11월 금리 인하폭을 빅컷에서 베이비컷으로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고용지표 발표직후 공개한 보고서에서 “우리는 11월과 12월 회의에서 베이비컷 인하를 예상한다”며 “9월 고용보고서는 11월 빅컷 인하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