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전자 노사, 위기앞에 손잡아...남은 과제는 '반도체 경쟁력 극대화'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11.16 07:00 ㅣ 수정 : 2024.11.16 07:00

삼성전자 노사, 임금 교섭 10개월만에 잠정 합의 이끌어
노사, 임금 5.1% 인상에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 지급 합의
전삼노, 21일까지 찬반투표...삼성전자 '위기론'이 크게 작용
삼성전자, HBM 등 AI반도체 부진으로 3분기 영업이익 40.16% 급감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트럼프 당선 등 악재 수두룩...노사 힘 합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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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14일 2023년·2024년 임금협약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이제는 노사가 손잡고 반도체 기술력 극대화와  '4만전자' 조소와 비아냥의 독초를 없앤다.'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던 삼성전자와 사내 최대 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간 갈등이 마침내 일단락됐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전삼노는 지난 14일 2023년·2024년 임금협약 잠정 합의를 도출했다. 이에 따라 양측이 임금 교섭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합의안을 이끌어낸 것이다. 

 

최근 반도체 경쟁력 약화와 주가 하락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 합의를 이룬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이제 노사는 힘을 합쳐 사업 경쟁력 강화에 본격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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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조는 지난 5월 2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 = 전국삼성전자노조 유투브 라이브 캡처] 

 

업계에 따르면 노사는 올해 1월 2023년·2024년 임금교섭을 병합해 교섭을 진행했다. 1차 교섭에서 전삼노는 기본인상률(베이스업) 8.1%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기본인상률 2.5%(성과인상률 별도)를 제시하며 시작부터 양측 입장이 엇갈렸다.

 

이견을 좁히기 위해 사측은 기본인상률을 기존 2.5%에서 3%로 올리고 △장기근속휴가 확대 △창립기념일 20만 포인트 지원 △난임 휴가 일수 확대 △임신 중 단축근무 기간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에 맞서 노조는 기본인상률 요구안을 기존 8.1%에서 6.5%로 낮추고 △성과급 제도 개선 △재충전 휴가 등을 요구했지만 양측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전삼노는 삼성전자 창사 이래 5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나섰으며 양측 대립은 한달가량 이어졌다.

 

특히 전삼노는 8월 초까지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대표교섭권 노조' 지위를 상실할 수 있고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에 부담을 느껴 결국 현업에 복귀하기로 했다. 다만 전삼노는 국회를 비롯해 법조계, 시민단체 등과 연대한다는 계획을 세우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노조와 2023년·2024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사측은 조합원이 조합 총회(교육)에 참여하는 시간을 유급으로 보장하고 자사 제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를 전직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는 총 직원 12만5000명 기준으로 따지면 약 2500억원 규모다. 포인트 사용 기간은 지급일로부터 2년이다.

 

또한 양측은 임금인상 5.1%, 장기근속 휴가 확대 등은 2024년 3월 발표한 기존안을 따르기로 했다. 아울러 △경쟁력 향상과 협력적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노사간 상호 존중과 노력 △노사 공동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등을 통한 사회 공헌에 뜻을 모았다.

 

전삼노는 11월 14일부터 21일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노사 합의에는 거듭되는 삼성전자 위기론(論)을 잠재우고 기술격차 축소를 통한 경쟁력 회복 필요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듯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임금협약 타결을 노사 화합의 계기로 삼고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삼노는 "단체교섭 및 곧 다가올 '25년 임금교섭에서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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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HBM3E 12H [사진 = 삼성전자]

 

올해 AI(인공지능)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고(高)대역폭 초고속 메모리 반도체 'HBM'이 본격적으로 시장 판도를 흔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희비(喜悲)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실적은 매출 29조2700억원과 영업이익 3조8600원이다. 

 

직전 분기인 2분기는 매출 28조56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3분기 경영성적표는 전분기 대비 매출은 2.4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0.16% 줄어드는 '어닝쇼크(깜짝 실적)'인 셈이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은 매출 17조5000억원과 영업이익 7조3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3분기 매출에서 SK하이닉스에 앞섰지만 영업이익은 절반 수준에 그치는 치욕을 맛봤다. 

 

DS부문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단기적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내용의 사과문까지 발표해 반도체 기술 경쟁력 약화를 사실상 인정했다.  

 

게다가 삼성전자 HBM3E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 검증)을 받고 있다. 애초 올해 3분기 중에 삼성전자가 테스트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까지 희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내 통과가 힘들다는 비관적인 관측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반도체 수요 회복이 더디고 보호무역주의를 외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의 미국 대선 승리 등으로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2020년 6월 15일 종가 4만9900원을 기록한 이후 4년 5개월 만에 또 다시 4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전례없는 위기가 이어지면서 노사 양측이 위기를 수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 전삼노 조합원 상당 수가 DS부문 소속으로 알려져 안팎으로 노사갈등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또한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노사는 이러한 위기감을 의식해 당초 제시했던 수준은 아니지만 서로 한 발 물러서 합의안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노사가 더 늦지 않게 임금협약을 마무리해 다행"이라며 "이제 양측이 갈등을 뒤로하고 결속력을 강화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내년에도 경쟁사의 HBM 시장 선점 전망이 우세하다"며 "당분간 이어질 삼성전자 위기론에 노사가 더 이상 갈등 없이 난관을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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