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경영권 싸움’ 장기화 가능성...12월 19일 임시주총 분수령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싸움이 임종윤·임종훈 이사의 승리로 끝났다. 송영숙 회장·임주헌 부회장 모녀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연대(이하 3자연대)해 경영권을 수복하려고 했지만 28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패배해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다만 신 회장이 이사회에 합류하게 됨으로써 경영권 싸움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특히 최대 계열사인 한미약품의 독자 경영 시도를 놓고 양 진영 간 법정 싸움이 예고돼 있어 경영권 싸움의 후폭풍도 상당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번 임시주주총회에는 3자 연대가 승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이들이 갖고 있는 지분율 총합은 44.97%로 25.56%를 보유한 임종윤·임종훈의 물량을 압도한다. 특히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경영권 싸움에 다시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15%에 육박하는 지분 보유량을 갖고 있는 신 회장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액주주 연대와 국민연금(중립)이 임시주주총회에서 임종윤·임종훈 이사를 지지하면서 3자 연대가 패배했다. 문제는 경영권 싸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임시주주총회 안건은 3자 연대가 제안한 이사회 인원의 11명 확대였다. 기존 9명의 이사진에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이 합류하는 것을 노렸다. 종전까지는 구성원 9명 중 임종윤·임종훈 이사 측이 5명으로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었다. 3자 연대가 승리해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이 이사회에 합류하게 되면 6대 5로 수적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경영권을 수복하기에 유리한 상황이 되는 것이었다.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신 회장만 이사회에 합류하게 돼 5대 5 편 가르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 균형을 맞췄다. 이로써 업계 안팎에서는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싸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날 신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치열한 분쟁 상황이 지속되는 작금의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도록 보다 충실히 책임감 있게 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싸움은 한미약품의 독자 경영을 놓고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3자 연대는 그동안 한미약품의 미래 가치 제고를 위해 독자 경영을 주장해 왔다. 한미약품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임종윤·임종훈 이사는 최대 계열사 한미약품을 잃게 되는 것이라, 법정 싸움이라는 전략을 택했다. 이에 3자 연대도 소송전으로 맞불을 놓았다.
오는 12월 1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싸움의 향방은 또다시 결정된다. 안건은 임종윤·임종훈 이사가 제안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해임과 신 회장을 이사회에서 밀어내는 것이다. 여기에 임종윤·임종훈 이사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신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다.
또 한미사이언스 산하 두 개의 문화재단도 경영권 싸움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8.09%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 싸움이 재발할 경우 이 지분이 어느 진영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까지 두 문화재단은 송 회장의 뒷배 역할을 해왔다.
이에 임종윤·임종훈 이사는 두 재단에 중립을 요구해 왔다. 지난 3월 임종훈 이사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두 문화재단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적이 있다. 이번 임시주주총회 전 중립을 확약하기 전까지 기부금 지급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양 진영은 경영권 싸움에 있어 확실한 승리를 위해 한미사이언스 산하 두 재단의 지분율을 가져오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