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유동성 위기 속 4.6兆 투입 ‘롯데바이오로직스’ 키우는 속내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기업이다. 공장 설립에만 4조60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데 롯데그룹의 현재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롯데바이오로직스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바이오 CDMO가 전도유망한 미래 사업이기 때문이다.
9일 공시에 따르면 글로벌 최대 CDMO 기업 중 하나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3조694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1조11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8576억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부분에서 높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CDMO는 다품종 소량 생산의 고부가가치 사업이라서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28%에 이른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CDMO가 매우 탐날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CDMO는 위탁개발생산이라고 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CMO(위탁생산)에 무게가 쏠려 있다. 다국적 제약바이오사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물량을 수주받아 생산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연구개발 자회사를 둬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생산하는 형태로 CDMO 사업 명목을 갖췄다. 물론 바이오 R&D 기업과 함께 위탁개발생산하는 것도 있지만, 사업 매출 대부분 CMO에 취중돼 있다.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공장 설립 후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CMO 사업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 수장에 제임스 박 대표를 선임했다. 박 대표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컬럼비아대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서 의약품 공정과 라이선스인‧아웃과 인수합병 등 사업개발을 담당했다.
특히 박 대표는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자리를 옮긴 후 2022년까지 글로벌 영업센터장으로 수주 업무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초 GC셀 대표로 있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제임스박 신임 대표 영입이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한 턴어라운드 발판을 마련하고 한국과 미국 임직원들을 원활히 이어줄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글로벌 수주에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드러나고 있다. 최근 롯데월드타워가 담보로 나오는가 하면 호텔도 매각 시도하고 있다. 또 호텔롯데가 최대주주인 우량기업 롯데렌탈도 매각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 롯데그룹은 현금 부자로 M&A 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했다. 롯데그룹이 재계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이 있어서 가능했다. 호남석유화학에서 수조원의 현금 동원력이 있어 롯데그룹이 M&A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롯데케미칼이 잇단 적자로 부진을 면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새로운 캐시카우 기업이 필요하다.
이를 고려해 롯데그룹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새로운 캐시카우 기업으로 낙점한 것으로 보이다. 롯데그룹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롯데지주 80% 롯데홀딩스20% 합작해 만들었다. 이는 향후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수익을 창출 시 롯데그룹이 각 계열사를 경영하는데 크게 일조할 수 있게 된다.
현 시점에서 가장 큰 화두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성장 방향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2년 6월 설립됐다. 설립 6개월만에 미국 뉴욕 시러큐스 소재 BMS 바이오 의약품 생산 시설을 2080억원에 인수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2285억원의 매출과 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원가가 높아 적은 판관비용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낮은 상황이다.
매출 상당수가 BMS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 수익이다. 빠르면 오는 2026년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송도 1캠퍼스가 정상 가동된다. 가동과 동시에 생산을 시작해 매출 우상향을 가져가려면 수주 네트워크를 최대한 많이 넓혀야 된다. 수주 전문가 제임스 박 대표의 영입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롯데그룹의 전략적 한 수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