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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 위기 ①] 하루에 8개 은행 파산, 부동산 거품 붕괴로 금융시스템 흔들
정승원 기자
입력 : 2024.12.17 22:25
ㅣ 수정 : 2024.12.18 00:04
농촌은행 중심으로 파산 도미노, 부동산 거품 붕괴로 올들어서만 50여곳 이상 통폐합 대상, 12월 들어 하루에만 8곳 동시다발로 파산절차 돌입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심각한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해 대혼란 징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소형 은행, 그중에서도 농촌은행들의 부실 대출 문제가 두드러지며, 올해에만 50여개 이상의 은행들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해 지방 은행의 통폐합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 때문에 혼란은 단기간에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위기에 놓인 중국경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중국 상하이에 있는 화동사범대학 경영학부 재학생 위샨샨씨는 최근 푸동지구 내 A은행에서 겪은 황당한 일을 웨이보에 올렸다.
그녀는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ATM 기기를 이용해 출금하려 했지만 은행 사정으로 출금이 불가하다는 메시지만 뜰 뿐, 현금을 찾을 수 없었다. 계속된 시도에도 같은 메시지가 나오자, 그제서야 기사를 찾아보고 해당 은행이 파산절차에 들어갔음을 알게 되었다.
최근 중국에서는 중소 은행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지난 4일의 경우 하루에만 파산한 은행이 8개에 달할 정도로 은행 파산이 도미노 현상처럼 벌어지고 있다.
지방 은행, 특히 농촌은행 사정은 매우 심각하다. 저장성과 랴오닝성을 포함한 주요 지방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합병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 중 하나는 랴오닝농촌상업은행이 36개의 농촌은행을 합병한 것이다. 이는 부동산 거품 붕괴와 이에 따른 금융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금융당국이 내놓은 주요 구조조정 조치로 평가된다. 이 은행은 이전에도 30개 금융기관을 인수한 바 있는데, 결과적으로 66개 은행 및 신용조합이 시장에서 사라진 것이다.
올들어 중국시장에서 파산한 은행은 12월 현재 53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 8월까지 40여개였던 파산은행 숫자가 50여개를 훌쩍 넘긴 것이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8개 은행이 파산절차에 들어가면서 연말을 앞두고 한계상황에 내몰린 은행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 내에서 파산절차를 밟는 은행들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지방 금융 기관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적극 개입하며 대규모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금융기관들이 통폐합 절차에 내몰린 것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오랫동안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해왔으나,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 하락과 함께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고, 부동산 대출에 치중해왔던 지방 은행들까지 연쇄적으로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많은 농촌은행들이 부동산 개발 및 관련 프로젝트에 대규모로 자금을 투자했으나, 부동산 가격 하락과 채무 불이행 사례 증가로 인해 회수 가능한 자산의 가치는 크게 감소했다.
규모가 큰 국영 은행들은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중소형 은행들은 특히 이러한 상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중소형 은행들은 지역 경제에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지방 경제의 침체가 금융 부실로 직결되는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 은행 통폐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통폐합은 금융 시스템 내의 부실 자산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지역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금융 시스템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가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 은행들의 통폐합은 단기적인 위기 완화에 초점을 맞춘 임시방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부문 외에도 지방 정부의 높은 부채 수준과 민간 부문의 투자 감소는 한계상황에 내몰린 지방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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