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물류단상(物流斷想): 송년회 물류잡담.. 암호화폐, 자율주행, AI 로봇
[기사요약]
송년회 시즌, 만나는 사람들의 색다른 체험담 흥미로워..
암호화폐, 국제 대금결제의 뉴노멀 되어가고 있는 듯
자율주행 기술, 아무리 발전해도 100% 완벽한 주행은 불가능.. 여전히 인간의 판단 필요한 순간 존재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등장, 기존 스타트업의 사업 방향성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
[뉴스투데이=김승한 경기대 겸직교수,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단장] 송년회 시즌이다. 한동안 못 보았던 사람들도 만나고, 그런 만큼 그들이 겪었던 새로운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즐거움이 있는 자리가 송년회인데, 이번 시즌은 좀 더 특별한 것 같다.
이유는 2024년이 다가올 트럼프 시대의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 재편과 같은 정치, 지정학적인 이슈가 아니더라도, 어쩌면 미래에서 볼 때 과거 인터넷 시대에서 AI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점이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급부상하는 암호화폐가 현존하는 화폐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일론 머스크의 로보택시 발표가 자율주행이 임박했음을 확신케 하고,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수긍하게 만드는 그런 시절이라, 만나는 사람들의 색다른 체험담이 흥미있게 느껴지는 송년회 시즌이다.
• 뉴노멀이 되어가는 ‘암호화폐’ 통한 대금결제
예전엔 우크라이나, 현재는 폴란드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후배에 따르면 주변에서 벌써 오래전부터 암호화폐로 국제 송금이 이루어지고 있고, 자신 역시도 이런 방식으로 수수료를 많이 아낄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바이낸스(Binance) 거래소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계정 간의 개인지갑으로의 이체과정 시연도 보여주면서, 현지에서 해외로의 자금 반출이 불가한 러시아인으로부터 암호화폐를 통한 해외 송금 의뢰를 받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사실 예전부터 무역 혹은 수출입물류의 경우 가장 어려운 것이 대금결제 이슈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출입 대금결제 방식으로 많이 사용되는 3가지는 송금(T/T: Telegraphic Transfer), 추심(Collection), 신용장(L/C: Letter of Credit)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 모두 수출지와 수입지 은행을 통한 결제 방식이라는 점에서 관련 수수료 및 결제 지연 시간으로 인해 복잡함과 불편함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더(USDT)와 같은 스테이블코인 암호화폐를 사용한 송금방식은 개인지갑을 통한 P2P 방식으로 실물의 도착을 확인한 순간에 대금전송이 가능하며, 전송시간도 최대 1~2분 내에 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갖는 토큰을 소액의 수수료로 전송받을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물론 익명성을 전제한 대금결제이기 때문에 탈세가 가능하고, 무증빙 자금거래가 가능한 상태라 향후 정부의 규제가 예상되기는 하나 화폐의 탈중앙화 추세와 함께 중소규모 무역거래에서 암호화폐 방식의 대금결제의 활성화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예상한다.
구조적으로 거래액 통계가 가능하지는 않지만, 혹자는 국제 송금의 10% 정도가 암호화폐로 이루어진다고 할 정도로 국제 대금결제의 뉴노멀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 자율주행의 이면과 로봇공학의 딜레마
또다른 송년회 자리에서 만난 자율주행과 로봇공학 분야의 스타트업 대표들이 말하는 기술의 현주소와 도전과제들에 대한 의견을 통해 화려한 발전 이면에 숨겨진 현실과 동시에 한국 기술 생태계의 현황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자율주행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100% 완벽한 주행은 불가능합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대표의 말이다.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 새 버전이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진실이 있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패닉’ 상황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한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테슬라를 비롯한 자율주행 기업들이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숨겨진 안전망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패닉 상황이 발생하면 차량은 즉시 도로변으로 이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인력이 백오피스에서 항상 대기하고 있죠.”
특히 중국의 경우, 자율주행 차량 100대당 3명의 모니터링 인력 배치를 법으로 의무화했다. 이들은 문제 발생 시 원격 조정 핸들로 즉각 개입할 수 있다. 첨단 기술의 이면에서 여전히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 순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필자가 궁금한 화물트럭의 자율주행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 보았다.
“화물트럭의 자율주행은 일반 승용차보다 구현이 쉽습니다.” 이 스타트업은 이미 일반 상용차량을 자율주행 장비로 개조하는 기술을 확보했으며, 지게차 같은 산업용 장비로도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화물 운송 분야가 자율주행의 첫 상용화 시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현실은 녹록하지만은 않다. “현대기아차가 상용트럭보다 승용차에 집중하고 있어 관련 R&D를 통한 상용화에 시간이 필요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한편, 사족보행 로봇으로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대체하려던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현재 안내견 서비스는 월 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재정적으로 부유하거나 별도 지원을 받는 경우가 아니면 사실상 안내견 사용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안내견 3마리를 교육해도 평균 1마리만이 실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 교육기간이 워낙 길고 이에 따른 교육인원의 인건비 등 관련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사족보행 AI 로봇의 R&D와 보급으로 이런 고비용 이슈를 해결하고자 했던 사업이 최근 큰 벽에 부닥치게 되었다고 한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등장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한다.
시각장애인 대상 선호도 조사 결과, 1위는 ‘사람의 도움’, 2위가 ‘안내견’이라고 하는데, 이 스타트업은 원래 2위 선호도인 ‘개’를 타겟 모델로 몇 년째 R&D를 진행하고 결과물을 완성해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제 테슬라의 인간을 닮은 옵티머스의 출현으로 방향성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고, 이에 따른 시장경쟁력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첨단 기술의 발전 이면에는 현실적 제약과 새로운 도전과제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는 기술 발전이 단순한 혁신을 넘어 사회적 맥락과 인간의 필요를 동시에 고려해야 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변화’ 그 자체가 뉴노멀이 되어가는 시절에 맞는 송년회인지라 많은 시사점을 발견하고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