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과급에 희비 엇갈려
삼성전자, 성과급 200% 지급 방침에 DS부문 외 다른 사업부 불만
SK하이닉스, HBM 수요 급증 따른 실적 호조에 특별성과급 지급 검토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지난해 국가 간 갈등과 세계 경제 불안정으로 반도체 업계는 매서운 한파를 겪었다.
이런 가운데 관련 기업별 성과급은 온도차를 보였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연간 적자가 15억원에 가까워 일부 임직원은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도 연간 기준 적자였지만 성과급과 함께 별도 격려금을 지급했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불황터널을 지나 본격적인 반등 구간에 진입해 실적이 전반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개선됐다. 그리고 회복세에 걸맞게 성과급도 바뀔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실적 개선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성과급에 영향을 줄 현안이 있던 점도 성과급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삼성전자는 올해 노조와 장기간 갈등을 빚었는데 핵심 쟁점 중 하나가 ‘성과급 산정기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DS부문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연봉의 0%였던 점이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이를 계기로 노조 가입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 사내 불만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노조 리스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성과급 산정기준을 당장 마련하기가 쉽지 않지만 사기 진작을 위한 변화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에 비해 지난해 연간적자에도 특별 격려금을 지급한 SK하이닉스는 올해 HBM(고(高)대역폭메모리) 호조로 역대급 실적 내 격려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사내망을 통해 올해 하반기 목표달성 장려금(TAI·Target Achievement Incentive) 지급률을 공지했다. TAI는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실적을 기반으로 소속 사업 부문과 사업부 평가를 반영해 최대 월 기본급의 100%까지 차등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DS부문 중 메모리사업부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큰 폭의 실적 개선 성과를 인정받아 TAI가 상한선을 뛰어넘는 200%로 정해졌다.
메모리사업부 TAI는 실적 둔화가 시작된 2022년 하반기에 50%, 지난해 상반기 25%, 하반기 12.5%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TAI는 75%까지 올랐다.
삼성전자는 또 기존 성과급과는 별개로 올해 반도체 50주년을 맞아 경쟁력 회복과 동기부여를 위해 DS부문 모든 사업부에 격려금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아직까지 뚜렷한 실적 성장이 보이지 않는 시스템 LSI(대규모집적회로)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는 올해 하반기 지급률이 25%로 결정됐다. 이 밖에 반도체연구소, AI(인공지능) 센터 등은 37.5%를 받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임직원 A씨는 <뉴스투데이>에 “사업부별 성과급 지급률 차이가 워낙 크고 특별 격려금까지 지급돼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라며 “무엇보다 사기 진작은 DS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한테 필요한데 격려금을 차등으로 지급해 회사에 섭섭한 마음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27일 삼성전자는 사업부 실적이 연초 세운 목표를 달성하면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이듬해 초 지급하는 OPI를 공지했다. OPI는 연봉을 기준으로 삼는데, 전체 수입 중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알려진 만큼 규모가 TAI 대비 크다.
DS 부문은 매년 연봉의 50%가량을 성과급으로 챙겨왔으나, 지난해 반도체 불황으로 사업부가 14조87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올해 초 지급된 2023년도분 OPI는 0%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업황 회복으로 2024년도분 OPI 예상 지급률은 12∼16%다.
다른 사업부의 OPI 예상 지급률은 △MX(모바일경험) 사업부 40∼44%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22∼27% △DA(생활가전) 사업부·네트워크사업부·의료기기사업부는 7∼9%다. 이들의 OPI 예상 지급률은 대부분 지난해 수준보다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아직 성과급에 관한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과거와 비교해 파격적인 성과급이 될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조730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연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1년에 한 번, 연봉의 최대 50%(기본급 1000%)까지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은 지급되지 않았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생산성격려금(PI)으로 월 기본급의 50%를 지급하기로 했다. PI는 부서 업무 성과에 따라 상반기와 하반기 등 1년에 2차례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SK하이닉스 지난해 PI가 100%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영업손실에도 PI를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미리 개선해 이에 따른 사내 불만은 없었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1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낸 임직원을 위해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원을 별도 지급한다고 밝혀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21년 12월 말 SK하이닉스는 기본급의 300% 수준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해 눈길을 끌었다. 특별성과급은 PS 지급 기준을 넘는 영업이익이 나올 때 지급한다.
올해 SK하이닉스는 HBM 수요 급증으로 역대 최고 실적 달성이 예상돼 특별성과급 지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지난 11일 SK하이닉스의 경기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임직원 소통 행사에서 “설 이전인 내년 1월 내에 PS를 지급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올해 4분기 실적까지 다 나와봐야 특별보너스 지급 여부를 알 수 있는데 긍정적인 방향으로 노력해보겠다”고 밝혔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성과급이 같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사업부는 불만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며 "과거 무선사업부(현 MX사업부) 성과급이 높았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많은 이익을 내야 그만큼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데 현재 경기 불황과 실적 부진이 이어져 기업들도 어려움이 많다"며 "협력 체계를 갖춰 회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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