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이 쏘아올린 공...'금융사고 성과급 환수' 재점화하나
경남은행 대규모 횡령에 성과급 환수 초강수
잇따른 금융사고에 은행권 성과급 체계 도마
해외선 클로백 제도로 성과급 환수 제도화해
국내 도입 시도 있었지만 법적 분쟁 등 난관
전문가 “연대책임보다 금융사고 예방이 중요”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BNK경남은행이 지난해 발생한 3000억원대 횡령 사태와 관련해 성과급 환수 결정을 내린 가운데 ‘클로백(Clawback)’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금융사고 발생시 임직원의 성과급을 환수하는 건데, 국내에서는 도입이 지지부진하다.
은행권에서는 조직 반발과 법정 분쟁 등을 고려했을 때 제도화 추진에 난항이 불가피하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 강화도 중요하지만 영업 문화 선진화와 내부통제 강화 등 예방에 중점을 둔 정책 전개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경남은행은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임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 중 이익 배분제와 조직 성과급, IB 조직 성과급에 대한 환수를 의결했다. 환수 대상 임직원만 약 2200명, 예정액은 1인당 100~2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경남은행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건 지난해 드러난 3000억원대 횡령 여파다. 경남은행은 지난 3월 2021~2023년 재무제표를 수정 의결했는데 횡령으로 인해 약 435억원의 순손실이 반영되면서 이익 규모가 줄어들었다.
이 기간 임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은 수정 전 재무제표상 이익에 비례돼 책정된 만큼, 줄어든 이익 수준을 반영하면 성과급 환수가 불가피하다는 게 경남은행의 판단이다. 경남은행은 금융감독원이 진행 중인 재무제표 감리가 끝나는 대로 성과급 환수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경남은행의 한 관계자는 “성과급 지급에 대한 내규는 있지만 회수와 관련한 건 없었기 때문에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거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남은행의 결정이 은행권 성과급 문제를 다시 부각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동안 국내 은행들이 금리 상승에 힘입은 이자 이익 증가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사이, 정작 고객 신뢰와 직결된 금융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는 데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은행 경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지난해 일어난 금융사고는 36건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하나은행이 각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신한은행 6건, 우리은행 4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해외 금융사에서는 회사에 손실을 입히거나 비윤리적 행동을 할 경우 임직원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클로백은 ‘발톱으로 긁어 가져온다’는 의미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막대한 손실을 본 유럽 금융사들이 도입하기 시작해 현재는 JP모건과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도 동참했다.
국내에도 행정규칙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제9조 3항)’에 비슷한 취지의 내용이 있다. 성과급 이연지급 기간 중 담당 업무와 관련해 회사에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 규모를 반영해 재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이를 실제 이행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초 클로백을 제도화하는 내용의 입법을 시도했는데 끝내 완주하지 못했다. 대신 한 해의 성과급을 한 번에 다 지급하지 않고 나눠 지급하는 이연 비율과 기간을 각각 50%, 5년으로 늘렸다. 금융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성과급 지급에 제동을 걸기 위함이다.
지난 4·10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금융사 재무제표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면 일정기간에 해당하는 경영진 보수를 환수한다는 내용의 클로백 입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만 현재까지 관련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에선 이해관계자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클로백이 제도화되면 조직 반발과 법정 분쟁 등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경남은행이 임직원 성과급 환수를 결정한 직후 노동조합은 “내부통제의 실패와 금융사고의 책임을 일반 직원에게 전가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며 법률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성과급 지급에 대한 기준을 타이트하게 하는 건 노사간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어떤 결과에 따라 환수를 한다고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며 “결론이 나올 때까지 경영이나 재무적으로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연대책임이나 연좌제 형태의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권을 둘러싼 금융사고 논란의 경우 단기성과주의를 해소하기 위한 수익 분야 다각화와 임직원 윤리 교육 등 예방에 초점을 맞춘 조직 문화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국내 은행의 수익 구조는 미국과 비교해 예대마진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입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가 (클로백을) 했다고 해서 우리도 꼭 해야 되는 건 아니고, 우리 은행이 철저하게 교육하고 도덕적으로 재무장화 시키며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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