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혼다-닛산-미쓰비시 합병으로 글로벌 3위 위협받는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4.12.30 00:30 ㅣ 수정 : 2024.12.30 00:30

[기사요약]
혼다-닛산-미쓰비시차, 12월 23일 합병 추진 공표.. 3사 연산 816만대로 현대차 제치고 글로벌 2위 가능
혼다-닛산 합병 추진, 모두 중국 및 동남아에서 점유율 하락 등 경영위기 때문
아이폰 주문생산업체 폭스콘의 닛산 지분 인수 모색으로 복잡한 양상
혼다는 하이브리드와 소형차에서, 닛산은 전기차, SUV 및 멕시코 공장에서 시너지 효과
현대차그룹 - 내연기관차의 경쟁력 강화, 하이브리드차의 모델 다양화, 전기차 시장 선점 등 정공법으로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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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닛산, 혼다 및 미쓰비시자동차 사장들(왼쪽부터)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출처=global.honda]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명예 KIET Fellow] 일본에서 토요타 다음의 2위와 3위 자동차 기업인 혼다와 닛산이 서로 합병한다고 12월 18일 발표한 데 이어 미쓰비시차까지 포함한 합병 계획이 23일 발표되었다.

 

이는 혼다는 오토바이 시장에서의 꾸준한 실적에 따라 재무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중국 및 동남아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닛산의 경우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북미, 중국 및 동남아 시장에서 역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려는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 혼다-닛산-미쓰비시, 합병 추진으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3위 위협

 

닛산은 중국에서 2020년 113만대를 팔았지만, 지난해 66만대로 거의 절반으로 줄었고, 혼다의 경우 164만대에서 124만대로 4분의 1이 줄었다.

 

태국시장의 경우 닛산은 지난해 1만8천대 판매에 그쳐 2019년 대비 3분의 1로 급감했으며, 혼다는 2019년 12만9천대에서 2023년 9만1천대로 30%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닛산은 태국 1공장 생산을 중단하고 혼다 역시 아유타야주 공장 가동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닛산은 1999년 경영위기를 맞아 르노와 지분 교환의 형태로 합병된 이후 카를로스 곤이 CEO로 취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단행과 생산 모델 간소화 등을 통해 2019년 500만대 생산을 달성할 정도로 회복되었었다.

 

그럼에도 2020년과 이후 재작년까지 3년간 매년 20%의 생산량 감소를 겪는 등 최근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혼다, 닛산 및 미쓰비시차가 합병할 경우 연간 생산량은 2023년 기준으로 혼다의 398만대, 닛산의 337만대, 그리고 미쓰비시차 81만대를 합쳐 816만대로 현대차그룹을 약 100만대 차이로 따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만약 르노(155만대)도 동참할 경우 971만대로 글로벌 2위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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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의 지분을 인수해 닛산을 조기에 경영정상화시킨 카를로스 곤 前 르노-닛산 회장 [출처=Financial Times]

 


• 르노 참여 안해도 전기/자율차 시장 노리는 폭스콘의 지분 참여 모색으로 구도 복잡해져..

 

물론 2018년 이후 발생한 카를로스 곤과 일본 정부와의 분쟁으로 르노와 닛산은 앙숙 관계에 있어 르노의 참여가 반드시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으로는 예상되지는 않는다.

 

한편 당초 르노와 닛산의 지분 상호 인수 과정에서 르노는 경영권이 있는 닛산 지분 43%(1999년 37% 인수 후 2002년 43%까지 확대했으나, 현재는 프랑스 신탁은행에 28%를 매각하여 15%)를 인수했다.

 

반면, 닛산은 일본 상법 규정 때문에 경영권이 없는 르노 지분 15%를 인수하게 된 불평등 계약의 문제를 일본측에서 꾸준히 제기해 르노의 닛산 지분 28%가 지난해 1월 프랑스 신탁은행에 인수됨에 따라 이 지분은 누구에게나 매입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세계 아이폰을 중국(80% 이상), 인도(12~14%)에서 거의 생산하고 있는 위탁생산 업체 폭스콘(모기업 홍하이)이 자동차가 전기/자율차로 전환되는 추세에 맞춰 전기/자율차 시장에 참여하는 수단으로 프랑스신탁은행이 보유한 닛산의 지분 매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실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폭스콘의 경우 당초 베트남 전기차 업체 ‘빈패스트’와의 협력을 모색했지만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기술과 생산기반이 탄탄한 혼다와 닛산의 지분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계산인 것이다.

 

참고로 폭스콘은 ‘폭스트론’이라는 전기차 플랫폼을 발표해 이를 바탕으로 해치백이나 세단은 물론 SUV나 버스까지 생산하면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40%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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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폭스콘의 류량웨이 회장이 2021년 10월 18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자체 생산 전기차 라인업 런칭 행사에서 ‘폭스트론’ 브랜드 전기차 모델 C와 모델 E 및 모델 T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South China Morning Post]

 


• 혼다와 닛산, 서로의 강점 시너지로 누릴 가능성 크지만.. 일본 반도체 업체 합병 실패 뒤따를 수도

 

혼다나 닛산의 경우 최근 경영위기를 겪고 있지만 합병될 경우 상호 시너지가 큰 장점을 서로 갖고 있다.

 

즉 혼다는 하이브리드와 소형차에 강점이 있으며, 닛산의 경우 2010년 세계 최초로 전기차 모델 ‘리프’를 출시한 기술력이 있는 데다 이미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인 e-Power를 선보이고 특히 SUV에 강점이 있으며 멕시코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북미시장 점유율을 만회할 수 있는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닛산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정보에 따르면 닛산이 재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는 1년 남짓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일본 정부 입장에서도 2019년 추진했다가 양사의 극심한 반대로 실패했던 혼다와 닛산의 합병을 재추진하기에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 공장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따라 관세율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어 무조건 이점을 보장받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혼다, 닛산 및 미쓰비시 각사의 기업 문화가 매우 다른 점을 고려한다면 이들 회사의 합병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을 보장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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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다 메모리’는 2012년 파산하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인수되었다. [출처=extremetech]

 

즉 일본이 우리의 삼성전자의 약진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1999년 NEC 메모리와 히타치 메모리가 합병해 ‘엘피다 메모리’를 출범했으나 2012년 파산하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인수되었던 사례가 있다.

 

반면에 2010년 일본 3대 반도체 회사였던 NEC 전자, 히타치 제작소와 미쓰비시 전기의 반도체 부문이 합병해 탄생한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나름 글로벌 시장 상위권을 점유해 순항하고 있는 성공 사례도 존재한다.

 


• 현대차그룹 대응 전략 - 내연기관차 경쟁력 강화, 하이브리드차 모델 다양화 등.. 글로벌 생산 및 부품 공급 네트워크 강화도 수반

 

그렇다면 혼다, 닛산 및 미쓰비시차의 합병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어떤 대응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인가? 한마디로 현대차로서는 결코 물량면에서 글로벌 3위를 탈환하는 것에 무리할 필요는 없다.

 

혼다와 닛산은 브랜드 면에서도 북미시장에서 퇴조하고 있는 등 내연기관차는 물론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율차에서 이들을 경쟁 상대로 너무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 글로벌 경제 침체에 따라 전기차 시장이 다소 위축된 상황과 자율주행차 역시 레벨3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어 그동안의 전망(완전자율 레벨5의 조기 달성)과는 달리 추세가 바뀐 점이 오히려 전반적인 경쟁력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회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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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현대차 사장이 8월 28일 개최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미래 비전인 ‘현대 웨이’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결국, 내연기관차의 꾸준한 경쟁력 강화, 토요타에 이어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하이브리드차의 모델 다양화 및 EREV의 빠른 출시, 그리고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E-GMP 등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의 조기 출시 및 목적 기반 전기차(PBV)를 통한 전기차 시장 선점 등 전방위적 노력을 한층 강화하는 정공법 외에는 없다.

 

여기에 북미시장에서의 생산기반 강화를 포함한 글로벌 생산 및 부품 공급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 역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이러한 전략이 주효해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는 물론 전기차에서 모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여, 전기차 전환에서 뒤쳐지고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는 토요타와 폭스바겐을 누르고 글로벌 1위를 넘보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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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대종(Daejong Gwak)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 산업연구원 명예 KIET Fellow / (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환경·기술분과 위원 /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평가위원 / (전) 산자부 연구개발사업 평가위원 / (전)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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