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 은산분리 규제 완화, 20일 국회 본회의 통과
ICT 자산 비중 50% 넘는 기업 예외 허용되면서 카카오·KT 지분 확충 가능
‘금융권 메기’ 인터넷은행 자본금 확충으로 대출 등 사업 확장 발판 마련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은산분리 규제가 1982년 도입된 이래 36년 만에 문턱을 낮추게 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대규모 자금 실탄을 장전하고 급성장 계기가 될 지 주목되고 있다.
국회는 20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34%까지 늘리는 내용을 뼈대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특례법’을 재적 의원 191명 가운데 찬성 145, 반대 26, 기권 20명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특례법은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완화가 골자로 산업자본이 기존 4%(의결권 기준)를 갖고 있던 인터넷은행 지분을 34%로 상향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최대 쟁점이었던 은산분리 완화 대상은 법률에서 제한하지 않고 경제력 집중 억제, 정보통신업 자산 비중 등을 감안해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했으며 인터넷은행 영업범위도 규정됐다.
금융위원회는 상호출자제한집단(자산 10조원 이상)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되, ICT 자산 비중이 50%가 넘는 기업엔 예외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시행령에 담을 예정이다.
즉 ICT기업의 인터넷은행 참여는 가능하지만 대기업은 차단된다. 카카오나 KT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더 사들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인터넷은행 업계는 특례법이 ICT 기업의 투자 물꼬를 터주고 대출과 사업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뱅크 및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발 당시 금융권에 ‘태풍급’ 파급 효과를 발휘했으나 ‘은산분리’ 규제에 묶여 성장한계에 직면하게 된 측면이 적지 않았다.
이번 규제완화로 카카오나 KT와 같은 ICT기업이 지분 투자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자본금을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례법은 공포 3개월 후 시행돼,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법 시행 후 주주 구성 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카카오는 현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에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청구해 지분율을 30%까지 높일 방침이다. 카카오뱅크는 설립 당시 한국금융지주 위주로 자본을 꾸리되, 향후 법이 개정되면 카카오가 30%까지 지분을 늘리기로 주주간 협약을 맺었다.
케이뱅크의 경우 현재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KT가 법 시행 이후 유상증자에 나서는 구도가 예상된다. 소수 주주로 참여한 20개 주주사의 지분을 KT가 인수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추가 자금 투입을 원치 않는 소수 주주사들의 불참으로 KT·우리은행·NH투자증권 등 3대 주주사를 통해 우선주 300억원을 조달하는 데 그친 바 있다.
다만, 법안이 대주주의 구체적인 요건을 시행령 등에 담았기에 누가 대주주가 될지 판단의 여지는 남았다. 두 회사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다. KT는 2016년 지하철 광고 IT시스템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으며 카카오뱅크의 2대주주인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M(전 로엔엔터테인먼트)도 2016년 음원 서비스 관련 담합 사실이 드러나 1억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특례법에는 대주주 적격성 요건으로 최근 5년간 금융관계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경가법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자는 제외한다는 내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