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확 바뀐 2020년 일본 취업시장 풍경, 언택트 대세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원래 일본 취업시장의 큰 변화는 내년 봄에 일어날 예정이었다. 작년 4월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와 대학들이 2021년 봄부터 일괄채용이 아닌 상시채용을 도입하기로 합의하면서 기업들의 채용일정과 방식이 다변화되고 취준생들도 이에 맞춰 취업전략을 새로 짜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을 대비하기도 전에 올해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본 취업시장은 이미 한차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수 만 명의 취준생이 한데 모이는 대형 취업박람회가 계속됐어야할 2, 3월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었고 입사지원서 제출과 대면면접이 가장 활발한 4, 5월에 긴급사태가 선언되며 취준생들의 발을 묶어버렸다.
경제단체연합회 측은 이번 사태가 2008년 리먼 쇼크에 이은 제2의 취업빙하기가 될 것을 우려하여 재빠르게 1400곳이 넘는 회원기업들에게 온라인 설명회, 입사지원서 제출기한 연장, 온라인면접 추진, 채용심사 추가마련과 같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전달하며 취업시장의 동요를 최소한으로 억제했다.
덕분에 취업정보사이트 마이나비(マイナビ)가 실시한 기업 설문조사 결과, 82.6%의 기업들이 온라인 채용활동이나 선발일정의 연기 등이 발생하긴 했지만 당초 예정했던 신규채용 인원수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채용활동의 많은 과정이 온라인으로 전환됨에 따라 한국과 마찬가지로 화상회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그 중 Zoom이 단연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대면면접을 통한 지원자 평가에 익숙했던 채용담당자들은 온라인으로 바뀐 환경에는 다소 아쉽다는 의견들을 내놓았다.
“원래라면 필기시험에 임하는 태도라던가 면접대기실에서 직원이나 다른 취준생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를 관찰하곤 했지만 온라인 필기시험과 화상면접에서는 이러한 세세한 부분들을 파악할 수가 없다. 여기에 화상면접은 대면면접보다 진행시간이 더 걸리다보니 서류통과자 수를 평소보다 더 줄여야 했고 서류로는 판단이 어려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던 지원자들까지 떨어뜨려야만 했다.” (서비스업 인사담당자)
물론 온라인 취업시장이 단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기업들은 기존 오프라인 채용절차에 비해 시간과 비용, 인력 등을 큰 폭으로 절감할 수 있었고 학생들은 도시를 넘나들며 기업별 설명회와 면접 등을 일일이 쫓아다니던 시간과 비용 모두를 절약했다.
특히 기업들은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지금까지 접촉이 어려웠던 지방대학 학생들에게도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자사를 홍보하고 입사지원을 권할 수 있게 되면서 우수한 인재확보가 쉬워졌다는 평이다.
취준생들 역시 작년 기준으로 인당 13만 엔 이상을,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의 경우 우리 돈 250만원이 넘는 23만 2535엔을 취업활동을 위한 각종 경비로 지출해야만 했지만 올해는 이동과 숙박의 필요성이 줄면서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향후 취업시장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리아섹 캐리어 종합연구소(リアセックキャリア総合研究所)는 신규채용이 과거 버블경제 붕괴 때는 6년 연속, 리먼 쇼크 때는 3년 연속 감소했던 점과 신규 채용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 피해에 더 취약한 중소기업들이라는 점을 들어 앞으로 수년 간 신입사원 채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마이나비(マイナビ) 측은 신규채용이 사회구성연령 등을 고려하여 장기적 시점으로 계획되기 때문에 코로나와 같은 일시적 피해로는 수정 필요성이 크지 않고 사회적 동요와 피해가 가장 심했던 올해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낙관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