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바꿔온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부회장, '제네릭'서 '신약' 기업으로 진화 중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휴온스글로벌 대표이사인 윤성태(56) 부회장이 이끄는 휴온스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악재 속에서도 빠르게 발전해 진보해나가는 기업이다. 윤 부회장은 창립자인 선친 윤명용 회장이 작고할 당시인 1997년 부도위기에 몰려 연매출 60억원을 기록했던 휴온스를 현재 8개의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거느린 중견 제약사로 키웠다. 지난 해 매출액은 4494억원을 기록, 23년 만에 매출액을 75배로 키우는 놀라운 경영 성과를 이뤘다.
휴온스그룹은 보수적인 국내 제약업계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M&A(인수·합병)로 성장한 곳으로, 윤 부회장은 위기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기회로 바꾸는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 1997년 부도위기 몰렸던 휴온스, 23년 만에 매출 75배로 키워
지난해 지주회사인 휴온스글로벌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4494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매출은 3786억 8700만원이다. 올 1분기 매출액도 1166억 2300만원에 댤해 성장세를 멈추지 않을 기세이다.
영업이익도 늘어나고 있다. 2018년 679억 6400만원에서 지난 해 729억 1200만원으로 상승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89억 100만원이다.
휴온스그룹 실적을 이끌어가는 주력기업은 물론 의약품 전문기업인 휴온스(대표 엄기안)이다. 휴온스의 2018년 3285억 9500만원에서 2019년 3650억 1800만으로 늘었다. 영업이익도 425억 5100만원에서 483억 9700만원으로 증가했다. 올 1분기의 경우 매출은 945억 7700원, 영업이익은 113억 8600만원이다.
윤 부회장은 제약업계에서 ‘M&A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휴온스글로벌을 중심으로 8개의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거느린 지배구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도 성공적인 M&A 덕분이다.
윤 부회장은 공격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휴온스그룹을 키워냈다.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M&A를 통해 필러와 건강기능식품 등 수익성이 높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했다. 그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이다.
성공적인 M&A로 현재 휴온스그룹은 제약과 소비재를 아우르는 헬스케어 사업을 추구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어 나가는데 윤 부회장의 뛰어난 인재 중용 능력도 한몫했다.
이는 휴온스그룹을 움직이는 계열사 대표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계열사마다 주력사업과 각 계열사 수장들의 커리어, 전문성은 정확히 일치하지만, 관 출신 인사도 가리지 않고 있다. 이는 선친의 경영철학인 인화(人和) 중심 경영의 영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 '제네릭 중심'에서 '신약' 중심으로 진화 중/보툴리눔 톡신 'HGB1-001'와 안구건조증 치료 개량 신약'HUC2-007'이 기대주
윤 부회장은 휴온스의 사업구조를 '합성의약품 복제약(제네릭)' 에서 '신약' 중심으로 진화시키는 혁신을 추진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경영인인 엄기안 휴온스 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휴온스는 최근 10여년 동안 제네릭을 개발해 판매하는 데 주력해왔다. 안구건조증 치료제 카이닉스3(2013년 개발), 고혈압 치료제 베실살탄정(2015년 개발), B형간염 치료제 휴리어드정(2017년 개발), 항응고제 아피퀴스정(2018년 개발), 항당뇨제 리나디포정(2019년 개발) 등이 휴온스의 대표적인 제네릭이다.
그런데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바이오 의약품, 합성 신약 및 개량신약 등 연구개발(R&D)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4월 보툴리눔 톡신 '리즈톡스' 개발을 완료해 그 해 6월 시장에 출신한 것이 그 신호탄이라는 평가이다. 리즈톡스는 국내 4번째 보툴리눔 톡신이다.
이어 눈가주름,상지근육경직, 미간주름, 양성교근비대증을 치료하는 생물의약품들이 임상 단계에 있다. 이들은 모두 2017년부터 2020년 사이에 연구개발이 시작됐다.
특히 미간주름, 눈가주름, 상지근육경직, 양성교근비대증 등의 치료효과가 있는 생물의약품인 'HGB1-001'은 보툴리눔 균주를 추출해 정제 순도가 높은 보툴리눔 톡신을 제조하는 것이다. 올해 시장규모가 50억 6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9.2%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경쟁자는 대웅제약,메디톡스, 한국엘러간 등이다.
합성의약품의 경우, 간질환과 심부전에 대한 신약을 2018년과 2019년에 개발하기 시작했다. 안구건조증, 항구토제, 항당뇨병, 알러지성결막염 등 5건의 합성신약도 개발중이다.
이중 안구건조증 치료 개량신약인 '나노복합점안제HUC2-007'은 2015년부터 개발을 시작, 지난 5월 국내 임상 3상을 완료하고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나노복합점안제는 항염효과를 내는 ‘사이클로스포린’과 눈물막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트레할로스’를 결합해 만든 개량신약이다. 기존 안구건조증 치료제들의 경우 사이클로스포린, 히알루론산 등 단일성분으로만 구성돼 있었지만, 휴온스는 나노복합점안제를 통해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을 세웠다. 현재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국내 3000억원, 글로벌 약 5조원으로 추정된다.
■ 코로나19 악재를 위기로 전환시켜, 진단키트 제품군 완성
윤 부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코로나19 진단키트 제품군을 완성하며 또 한 번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윤 부회장은 “위기의 순간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전 세계 경제 상황이 언제 다시 좋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상 유지만 해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휴온스는 지난 3월 분자진단 전문기업 젠큐릭스의 유전자증폭(RT-PCR) 진단키트를 도입해 국내외 판매를 시작했으며, 휴메딕스는 지난 5월 코로나19를 10~15분 이내에 감지하는 항체진단키트를 생산해 지난달 감염 초기 환자도 검사할 수 있는 항원진단키트 판권을 바이오노트로부터 확보했다.
휴온스그룹은 지난 6월 핵심 자회사인 휴온스와 휴메딕스를 통해 지난달 유전자증폭, 항체진단, 항원진단 등 코로나19 자체 진단키트 제품군도 완성했다. 관련 제품들을 통해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외에도 휴온스그룹의 멸균·감염관리 자회사인 휴온스메디케어도 주목받고 있다. 휴온스메디케어의 살균 소독제 매출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 1월 전년 동기 대비 350% 이상 급증했다.
영국 정부에도 의료용 손 소독제 ‘휴스크럽’을 수출하며, 휴온스글로벌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66억원과 18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1%와 6.5% 증가한 수치다.
휴온스글로벌은 국내 10위권 제약 전문기업으로 약 300개 의약품에 대한 다양한 품목 등록을 보유하고 있는 휴온스의 지주회사로 1965년 ‘광명약품공업사’로 설립됐다. 1987년 법인기업으로 법인전환 후 성장 가도를 걷다 2003년 ‘휴온스’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6년 12월 코스닥 시장에도 상장했으며, 현재 그룹사로는 휴온스를 비롯 휴메딕스, 휴베나, 휴온스메디케어, 휴온스내츄럴, 파나시, 휴온스네이처가 있다.
윤 부회장은 '품질경영'과 함께 직원 간의 신뢰가 있는 '신뢰경영', 고객을 감동시키는 '고객감동경영'이라는 3가지 경영이념을 가지고 휴온스그룹을 이끌어 오고 있다. 이는 선친인 윤 회장이 1965년 창업 당시부터 사람들 간의 화합(인화)을 강조한 선친의 경영철학을 계승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윤 부회장은 1964년 출생으로 인창고등학교를 졸업 후, 1983년 한양대 산업공학 학사를 취득하고 2006년 한양대 공학대학원 프로젝트관리학과 석사를 마쳤다.
윤 부회장은 카투사 제대 후 제약 산업과 상관없이 본인의 능력으로 1989년 한국IBM에서 사원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 자리 잡지 못했던 ‘주 5일 근무제’를 한국IBM에서는 운영하고 있었다.
윤 부회장은 “워라밸이란 개념이 없던 시절 한국 IBM에서 입사 동기들과 화합하고 주말에 가족들과 캠핑하러 다니곤 했는데 지금도 즐거운 추억으로 손꼽힌다”고 말했다. 이때의 경험은 직원들의 복지와 직원 간의 신뢰를 소중히 하는 신뢰경영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아버지 윤 회장의 갑작스러운 부름을 받고 1992년 광명약품공업에 입사하게 된다. 오너 2세라 고위직으로 바로 시작할 수 있었지만, 윤 부회장은 당시 대리급으로 직급을 받았다. 실제 당시에 윤 부회장이 하던 일은 막내 직원이 담당하는 허드렛일로 알려져 있으며, 시설투자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탓에 급여도 절반가량으로 줄었다고 한다.
윤 부회장의 입사 이후 회사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고, 1997년 윤 회장의 건강이 악화되어 작고한 뒤 갑작스레 윤 부회장은 부도위기에 처한 회사를 맡게 된다.
이듬해 발생한 IMF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연매출에 맞먹는 자금을 투자한 화성공장에도 화재가 나는 악재가 발생했지만, 윤 부회장은 그 위기 속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윤 부회장은 당시 78명의 직원에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함께 뛰고 이겨내자”는 내용의 손편지를 써서 보냈다. 윤 부회장이 임직원이 단결하자 화성공장은 화재 후 6개월 만에 재가동하는 성공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윤 부회장은 직원 간 신뢰를 강조한 사람 중심의 따듯한 기업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피인수 기업 인력 또한 한 가족으로 보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 왔으며, 경영권 이전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소지를 최소화하고 기존 임직원들의 권리와 고용 등을 보장해 왔다.
휴온스가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기에 앞서 수차례 M&A를 단행했지만, 임직원 고용 승계 및 합병 후 통합(PMI) 과정에서 잡음이 나지 않았던 것도 이와 같은 경영철학이 뒷받침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윤 부회장은 본인의 성장 경험을 세 아들인 윤인상, 윤연상, 윤희상 씨와 공유하기를 원하며 휴온스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현재 윤 부회장의 아들들도 본인이 걸어왔던 길처럼 임원이 아닌 실무 인력으로 배치해 회사를 경험하도록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