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로 집 산다고? 금융당국 칼 빼드나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8.27 07:50 ㅣ 수정 : 2020.08.27 09:27

신용대출금 사용처 일일이 감시하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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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신용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규제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신용대출 확대의 이유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족의 증가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의 풍선효과 등을 꼽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용대출로 주담대 자금을 우회해 마련하는 것에 대한 규제 강화를 암시하고 나섰다. 다만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자금의 사용처를 사후 관리·감독하기 어렵고,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생활안정자금 마련을 위한 신용대출 수요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무리하게 규제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용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규제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가계부채 사상 최대 규모…2분기 말 기준 1637조3000억원 / ‘빚투’족 늘고, 주담대 규제는 심해지고…주담대 금리도 신용대출보다 낮아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 금융권에서 신용대출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7월 말 기준 가계대출이 지난달에 비해 무려 9조원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은행권은 전세‧신용대출을 중심으로 7조6000억원이 증가했다. 6월에 비해 증가폭은 6000억원 축소됐으나, 5월 증가액과 비교했을 땐 2조6000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도 1조8000억원이 증가한 수준이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역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1조4000억원이 늘었다. 전월보다 증가폭이 9000억원 확대됐으며, 지난해 6월보다도 1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0년 2·4분기 말 가계신용(잠정)’ 자료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전체 가계신용 잔액은 1637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5조9000억원 늘었다. 이는 한은이 집계를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가계신용은 금융회사에서 빌린 대출(가계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 금액(판매 신용)을 합친 금액이다.

이중 가계대출 규모는 1545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3조9000억원 늘어났다.

동학개미운동의 여파로 ‘빚투’ 역시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증권사의 신용공여액이 2분기 7조9000억원 늘면서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1분기 15조3000억원에서 14조8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주식매매자금 증가에 더해 주택매매자금을 우회 마련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신용대출이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6·17 부동산 대책의 주담대 규제는 지난달 1일 신규 대출 신청분부터 적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 A씨는 “아무래도 주택담보대출이 점점 까다로워지다 보니 그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이 늘어난 것도 있고, 금리 측면에서도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더 낮아진 영향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담대는 담보가 있기 때문에 손실 위험이 낮아 신용대출 금리보다 낮게 형성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신용대출 금리가 한은의 금리 인하를 반영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고객 유치를 위해 은행이 신용대출 금리를 인하한 것도 한몫 했다.

실제로 26일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연 1.68%에서 최고 4.11% 수준이다. 주담대는 연 1.97~4.25%로, 상·하단 모두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았다.

■ 금융당국 “은행권의 신용대출 심사 감독할 것” / 신용대출자금 사용처 사후확인 어려워…신용대출 규모 줄이면 한계차주에 피해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급증에 우려를 표하면서 은행권이 신용대출 심사를 보다 철저하게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9일 금융리스크 점검반 회의에서 “주식·주택 매매에 활용된 신용대출은 향후 시장 불안시 금융회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금융회사 차원에서도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과도한 신용대출이 주택시장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게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 준수 등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지난 24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DSR 준수 여부를 현장검사 등을 통해 지도·감독해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DSR는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 비율을 의미한다. 현재 은행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사려는 사람에 대해 차주별로 DSR 40%(비은행권은 60%)를 적용하고 있다.

즉 연봉 2억원을 받는 사람이 대출을 받아 해당 지역에서 시가 9억5000만원인 주택을 산다면 1년 안에 8000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 B씨는 “은행에서도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DSR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안 지킨 것에 대한 시정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앞선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이 추가적인 규제를 다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가 강화된다 하더라도 은행이 신용대출로 받은 자금을 부동산 투자 등에 썼는지 사후적으로 관리·감독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B씨는 “마이너스 통장을 생각해 보면 건별 사용처는 확인이 가능하지만, 확보한 한도로 추가 대출을 해 주택매매자금으로 쓴다면 이를 실질적으로 추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신용대출 한도나 신용대출 금리인하폭을 줄이는 등의 직접적인 규제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최근 코로나 상황이 다시 안 좋아지고 있는데 신용대출을 지나치게 옥죄면 생활안정금이 필요한 한계차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금융당국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큰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시사에 예비 대출자들은 대출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최근 은행에 신용대출 관련 문의가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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