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1로 싸우는 이재명의 ‘동네북’ 고백에 담긴 정치적 메시지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동네북’을 정치인의 숙명이자 자신의 운명이라고 규정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이 지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네북 인생, 더 채우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제목의 글을 올려, 자신의 인생 역정 자체가 ‘동네북’을 닮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고백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이 이재명 지사 대 비이재명 후보 7인 간의 대결구도로 굳어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느낌이다.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장관, 박용진 의원 등이 이 지사를 겨냥해 집중적인 비판공세를 펼치는 정치상황을 나름대로 규정하고, 자신의 각오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향후 격화될 여당 내 대선후보 경선과정의 ‘프레임’을 제시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지사는 “어릴적 살아남기 위해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곧바로 공장으로 뛰어들었다”면서 “당시 노동현장은 폭력 자체였고, 또래보다 체구도 작았지만 지는 것도 싫어 바락바락 덤비니 이리저리 많이도 맞았던 ‘동네북’이었다”고 회상했다.
상대적인 약자이지만 부당한 권력에 대항했기 때문에 ‘동네북’이 됐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 지사는 지지율 면에서 압도적인 여당 1위 후보이지만 여당 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탓에 다른 7명 경선후보의 집중적 공세 타깃이 되고 있는 상황을 연상시킨다.
이 지사는 “죽기 살기로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대학(중앙대 법학과)에 들어갔더니 공장 밖 세상도 만만치 않았다”면서 “(사법고시 합격 후) 독재정권의 판사를 포기하고 변호사로 좌충우돌하는 하루하루 또한 그야말로 "동네북"과 같은 신세였다”고 말했다.
중앙대 법대를 4년 전액장학금 특차로 입학했던 이 지사는 사법고시에 합격했지만 당초 꿈꿨던 판사를 포기하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인권변호사란 정치경제적 권력과 대결하는 숙명을 안고 있었고, 이로 인해 ‘동네북’과 같은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그는 “건설비리 폭로의 과정에서 검사 사칭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썼고 지금도 틈만 나면 정치적 공격의 빌미로 이용되고 있다”면서 “성남시장으로서의 하루하루 또한 공격받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제법 커버린 '동네북'이었고, 경기도지사 시절도 마찬가지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자신은 올바른 길을 걸어왔지만 그로 인해 온갖 공격을 받아야 했다는 입장인 것이다.
따라서 이 지사의 ‘동네북’ 표현은 소위 비 이재명계 혹은 반 이재명계로 통칭되는 다른 대선주자들의 공세 중 상당 부분이 부당한 내용이라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주자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논리이다.
■ 때로는 애정어린 시선도 보내달라는 부탁 덧붙여
하지만 곧바로 반전을 시도한다. ‘동네북’을 자신의 정치적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부족함을 개선해나가겠다는 겸손한 자세로 글을 마무리했다. 이 지사는 “많이 두들겨 맞는게 익숙해질만도 하지만 때때로 여전히 아프다”면서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 생각하고, 더 채우고 노력할 일”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그저 사는게 답답할 때 막힌 속 풀려고 정신없이 '동네북'을 두드리기도 한다”면서 “저뿐만 아니라 정치하는 사람들 모두의 숙명과도 같은 '동네북' 역할을 기쁘게 감당하려고 한다”고 몸을 낮추었다.
또 “매번 너무 아프게만 두드리지는 마시고 때로 좀 따뜻하게 보듬어도 주십시오”라면서도 “비틀거릴지언정 결코 쓰러지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때로는 애정어린 시선도 보내달라는 부탁과 동시에 공격과 비판이 거세져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결기를 메시지로 띄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