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사의 색다른 추가 과업(상)청백팀으로 나뉜 집단축구가 첫 사교무대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수방사로 전입와 새로운 환경에서 장교 생활을 시작하자 야전부대와 색다른 추가 과업이 여러 가지가 생겼다.
우선 반드시 매일 수행할 과업중에 하나는 조기 축구였다. 전입 신고를 위해 인사처에서 신상명세서를 작성할 때 인사장교는 사관학교 다닐 때 럭비나 축구 선수였나를 꼭 확인하고는 잠시 뒤에 청색 또는 백색 운동복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전입신고 후에 인접 사무실 동료 선배들에게 인사를 할 필요가 없고 매일 아침 운동에 참석하면 모두 볼 수 있다며 바로 다음날 새벽 6시에 연병장으로 무조건 나오라고 강조했다.
근무 첫 날 업무 파악도 잘못한 채 퇴근하여 다음날 업무를 걱정하며 장을 설친 채 새벽에 연병장에 나가자 하나 둘씩 청백의 운동복 차림의 간부들이 모였다.
이상하게도 큰 연병장 엔드라인에 청백팀이 나누어 정렬을 했고 전원 참석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잠시 뒤에 볼을 두 개가 놓인 하프라인에서 심판이 호각을 불자 각 팀은 볼을 차지하기 위해 하프라인으로 뛰어가면서 바로 집단축구가 시작되었다.
새롭게 전입온 장교라고 인사할 겨를도 없이 치열한 경기가 시작되었다. 단지 피아 구별은 청색과 백색의 운동복뿐이었고 누가 상급자이고 하급자인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뛰었다.
■ 땀에 범벅인 채 홀짝인 요구르트의 시원함에 스트레스를 날려보네
사령부 참모부에 근무하는 간부들 전원이 청백팀으로 나누어 편성되어 있고, 볼이 두 개나 되는 집단축구 경기라 많은 인원이 참가해야 승리를 얻기 용이한 상황이었다.
처음 참가하는 필자는 운동신경도 둔한 편인데 그 날따라 우리 팀 참가인원이 적어 볼 두 개가 한꺼번에 골대로 몰려올 때에는 방어도 쉽지 않아 많은 점수 차이로 완패를 하였다.
게다가 승부욕이 많은 수방사 부대원들이라 게임 중에 욕설이 난무했고 심지어 골절 환자도 자주 발생했다.
게임이 끝나자 각 팀은 각자 모여 작은 요구르트 한병으로 목을 축였다. 팀을 지휘하는 처장이 참석자들에게 “다른 팀보다 왜 적은 인원이 나오냐?”며 중간 과장급 책임자에게 내일 게임에는 불참자가 없도록 전파하라고 호통을 쳤다.
이어 새로 전입온 필자를 소개했고 운동을 더 잘하라고 독려하며, 포지션별로 책임자에게 불참 인원들이 반드시 참석하도록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덕분에 일과 시간에 각 팀의 담당 과장은 불참자를 사무실로 불러 혼을 내며 다음날 축구에 꼭 참석하라고 독려했다.
“살아방패 죽어충성”이라는 수방사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집단축구에서 승리하는 것이 마치 충성하는 것처럼 승부욕에 불타는 근성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이러한 근성 때문에 일부 선배들은 경기 중 과도하게 태클한 후배 장교를 사무실에 불러 예의 없다고 혼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인접 동료들과 상급자들을 쉽게 접하며 친숙해지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계기도 되었다.
그런데 작전장교인 필자는 빨리 출근해서 사령관이 주관할 상황회의를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에 팀장의 독기서린 강조의 훈시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단지 온몸이 땀에 범벅인 채 홀짝인 요구르트의 시원함에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었다. (다음편 계속)
◀김희철 프로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