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 교수 입력 : 2021.11.04 14:09 ㅣ 수정 : 2021.11.04 17:24
EU의 ESG 공시 법령은 크게 두 가지, CSRD와 SFDR로 나뉘어
[뉴스투데이=문성후 한국ESG학회 부회장] 애초부터 ESG를 요구하고 있는 주된 이해관계자는 투자자들이다. 물론 연기금과 같은 공적 기관투자가들은 관계 법규에 따라 투자 대상 기업들의 ESG를 눈여겨보고 있지만, ESG를 잘하지 못해도 투자금을 회수하는 식의 금전적 징벌이 있을 뿐, 형사 범죄로 다루지는 않는다.
투자자들은 ESG의 과정과 결과를 결국 기업의 가치와 수익으로 판단하게 된다. ESG에는 법적인 부담이 없는 듯 보인다. 기후 협약 당사국 총회에 제출한 자발적 감축목표를 안 지켜도 국가에는 아무런 법적 불이익은 없다. 비난과 신뢰 추락은 있을지언정, 그로 인해 위법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ESG는 정말 법의 무풍지대일까? 아니다. ESG를 규율하는 법들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개별 부분에 대해 파편적으로 나뉘어 있는 때도 있고, ESG 경영을 총괄적으로 독려하고 장려하는 종합 법령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다만, ESG 정책을 국가들이 어떻게 펼치고, 어디에 방점을 두는지에 따라 각각의 중점 법규는 달라질 뿐이다.
국가가 ESG를 법으로 규율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ESG 관련 사항을 기업이 강력하게 공시하게 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국가가 ESG 생태계에 관여하는 방법, 예를 들면 공급망 관리 등 개별 사항을 규정하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탄소 중립 등 국제 협약에 따라 기업에 대해 국내 법규로 환경 목표를 독려하는 경우이다. 그 외 ESG 가이드라인과 같이 연성 규범도 있긴 하다. 이 가운데 우리도 도입을 앞둔 공시 제도와 연관하여 공시규정을 살펴보자.
EU의 ESG 공시 법령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이하 CSRD)과 SFDR(지속 가능 금융 공시 규정(SFDR: 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 이하 SFDR)으로 나뉜다. CSRD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의 의무 공시 사항을 나열하였고, SFDR은 금융기관들의 의무 공시 사항을 나열하였다. CSRD를 통해 일반투자자들은 일정 규모 이상 투자 기업의 ESG 활동을 확인할 수 있고, SFDR을 통해 금융기관들은 투자기업의 ESG활동을 강화하고 금융기관 자신도 자기 점검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모두 현재로서는 법안의 형태이지만 큰 이견없이 통과될 경우 EU내 기업과 금융기관에는 아주 강력한 ESG 유도 정책이 될 것이다.
먼저 CSRD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U는 2014년에 도입된 ‘비재무 정보 보고 지침(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 이하 NFRD)’을 ‘CSRD’로 2021년 4월 개정 보완하였다. 여기서 ‘지침(directive)’이란 EU 각국이 자체적으로 입법해야 자국민에게 적용되는 일종의 EU 통합 권고지침이라 할 수 있다. 본 개정으로 약 49,000개의 EU 기업들 (EU 역내 상장된 외국법인도 포함)이 회사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모든 범위의 지속 가능성 문제에 대해 보고해야 하게 되었다.
한 예로 지배구조에 관한 정보만 보아도 다음과 같다. 지속 가능성 문제 및 구성을 포함하여 사업체의 행정, 관리 및 감독 기관의 역할, 부패 방지 및 뇌물 방지를 포함한 기업 윤리 및 기업 문화, 로비 활동을 포함한 기업의 정치적 참여, 지불 관행을 포함한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관계 관리 및 품질, 보고 프로세스를 포함하여 사업체의 내부 통제 및 위험 관리 시스템 등이다.
한편, EU는 2021년 3월 SFDR을 공식 발효시켰다. SFDR은 금융기관들의 ESG에 대한 공시 규정이다. 이 법에 따라 EU 금융기관들은 다음과 같이 16가지를 의무 공시하게 되어 있다.
하나씩 열거해보면, 온실가스, 탄소발자국, 투자대상 기업의 온실가스 집약도, 화석연료 분야 기업과 연관성, 비재생 에너지 소비 및 생산 비중, 기후 분야 에너지 소비 집약도, 생물다양성 민감 지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활동, 폐수 방류, 유해 폐기물 비율, 유엔글로벌컴팩트 원칙 및 다국적기업을 위한 OECD 지침 위반, 유엔글로벌컴팩트원칙 및 OECD 지침 준수 모니터링, 조정되지 않은 성별 임금 격차, 이사회 내 성별 구성, 논란이 되는 무기에 대한 노출 정도이다. 거기에 EU는 ESG의 기준으로 ‘EU 분류체계(EU Taxonomy)’를 규정해 놓았다. 분류체계는 6개의 환경 목표와 4개의 판단기준을 포함하고 있다.
EU는 EU 역내에서 일어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과 금융기관의 ESG 활동 공시 사항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규정하였다. 기업의 활동이 ESG활동에 속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분류체계까지 못 박아 그린워싱도 원천적으로 봉쇄하였다. 기업의 ESG 활동은 자율적이지만 공시 제도를 통해 시장에서 ESG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도록 삼중 장치로 마련해놓은 것이다.
ESG를 억지로 기업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닌데, 자세하게 시장에 공개하도록 하고, 공시가 부실하면 시장에서 배제당하게 만들어 놓았다. ESG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시장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게임의 규칙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자율성을 독려하는 강제규범, 금융기관에 대한 별도의 공시 조항, 의무 공시 사항의 ESG 연관성 등이다. EU는 소셜 택소노미도 제정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삼중 장치는 우리가 ESG 입법을 할 때 반드시 배울 점들이다.
EU 규정들은 앞서나가면서도 참으로 깐깐하고 촘촘하다.
◀문성후 교수의 프로필▶'한국ESG학회 부회장, 미국변호사(뉴욕주), 경영학박사, 숙명여대 SBS 초빙대우교수, '부를 부르는 ESG' 등 저서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