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센서 新3국지'...SK하이닉스, 소니·삼성전자 텃밭에 도전장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일반적인 카메라 못지않은 고성능 카메라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됐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은 단순한 일상 기록뿐만 아니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영상 촬영이나 실시간 방송 등 전문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섰다.
고성능 카메라의 심장은 ‘이미지센서’다. 이미지 센서는 깨끗한 고화질의 이미지·영상 제작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반도체다. 그렇다 보니 전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은 카메라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소니’와 전 세계 스마트폰 1위 기업 ‘삼성전자’가 꽉 움켜쥐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SK하이닉스가 후발주자로 뛰어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SK하이닉스는 이미지센서가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와 함께 항후 성장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미지센서 시장의 거대한 두 공룡이 건재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자신만만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스마트폰 고성능 카메라 핵심은 ‘이미지센서’
디지털카메라에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받아들인 빛의 색과 밝기를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이미지센서’, 이미지 신호를 처리하는 ‘ISP’, 데이터 처리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D램’, 사진파일을 저장하는 ‘낸드플래시’ 등 다양한 반도체가 들어간다.
이 가운데 카메라에서는 필름, 사람 눈의 망막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이미지센서는 디지털카메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평가받는다. 이미지센서 종류에는 크게 △CCD(Charge Coupled Device) △CMOS(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 △Contact Image Sensor 등 3가지가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 디지털카메라를 입력 장치로 활용하는 전자기기가 많아지며 이미지센서 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전면과 후면 양쪽에는 물론이고 후면에는 많게는 5개까지 카메라가 탑재되다 보니 그만큼 필요로 하는 이미지센서 수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드론(무인항공기), 로봇 등 신산업 발전도 이미지센서 시장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지센서는 반도체 시장에서 '차세대 먹거리'로 각광받는다. 특히 초소형화, 초절전형 영상 이미지센서 기술로 스마트폰 시장을 섭렵하고 있는 ‘CMOS 이미지센서’(CMOS Image Sensor, CIS) 성장이 매우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 TSR에 따르면 CIS 시장 규모는 2020년 22조원에서 2024년 29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도 CIS 시장이 2021년 199억달러(약 23조 7000억원)에서 2025년 263억달러(31조39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현재까지 CIS 시장 세계 1위는 소니가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삼성전자가 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 따르면 2020년 CIS 세계 시장에서 소니 점유율은 48.2%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 점유율은 19.9%를 차지했다.
2002년에야 이미지센서 분야를 본격적으로 넓혀간 삼성전자는 소니보다 출발이 다소 늦은 탓에 두 업체간 시장점유율은 한때 39.5%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물론 아직까지 1·2위간 격차가 다소 벌어져 있기는 하지만 소니의 약세와 삼성전자의 강세로 격차가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도 소니를 따라잡기 위해 D램 생산 라인을 이미지센서 라인으로 바꾸는 등 CIS 생산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니로부터 CIS를 전량 수급 받던 미국 정보기술(IT)업체 애플이 이르면 올해 4분기부터 삼성전자 CIS를 공급받아 자사 제품에 탑재할 거라는 소식이 전해져 ‘이미지센서 세계 1위’ 소니의 아성이 무너질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 뒤늦게 출사표 던진 SK하이닉스, 선두 반열에 오를까
소니와 삼성전자 양강 구도 체제로 흘러갈 줄 알았던 이미지센서 시장 흐름을 SK하이닉스가 출사표를 던지며 끊어냈다.
SK하이닉스의 2020년 CIS 세계 시장 점유율은 고작 4%에 그쳤다. 상위권에 든 소니 48.2%, 삼성전자 19.9%, 옴니비전 13%과 비교하면 한참 못미치는 수치다.
그동안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밀며 CIS 시장에서 전혀 주목받을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개발 경쟁력을 바탕으로 CIS 시장에서 반등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송창록 SK하이닉스 CIS 비즈니스 담당은 “CIS 신뢰성을 결정짓는 ‘픽셀 미세화(Pixel Shrink)’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이미 오랜 기간 D램 분야에서 셀(Cell) 미세화 노하우를 쌓아왔으며 생산 라인에는 검증된 장비들이 준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발주자라는 꼬리표에도 “SK하이닉스가 CIS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일부에서는 못믿겠다는 시선을 던졌지만 이제는 저화소 영역의 주력 공급업체로 우뚝섰다”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고화소 시장으로 넓히기 위해 연구개발 역량을 다지고 생산성 확보에 박차를 가해 내실을 다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중저가 모델 일부에도 CIS를 납품하는 등 고객사 확대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설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갤럭시A23 5G 모델에 5000만 화소 이미지센서 공급을 SK하이닉스가 맡게 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부터 범용 이미지센서를 납품해 오긴 했지만 5000만 이상 화소의 고사양 부품을 공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갤럭시A2 시리즈는 인도 등에서 판매량이 많다. 때문에 실제 협력이 이뤄진다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납품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뒤늦은 출발로 이미지센서 분야 고급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고화소 라인업(제품군)을 빠르게 확보해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혁신적인 개발 체계 구축을 통해 CIS 시장 선두에 올라서고자 한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올해 시장 목표치와 삼성전자와의 협력설(說)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올해도 CSI 시장에서 성장 목표치가 있겠지만 내부 정보이니만큼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고객사와 관련한 내용은 현재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