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삼성전자 경계현 대표, 18일 노조면담서 '큰 틀의 합의방향' 제시할까
신속한 경계현 사장 투입 결정, 이재용 부회장의 '유노조-노사화합' 약속 실천의지 담겨
급여체계 개선에 대한 회사측 입장에 시장의 관심 쏠려, 재계 전반에 파급효과 예상돼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오랫동안 진통을 겪어온 삼성전자 노사간 임단협이 빠른 물살을 타고 있다. 사측이 노조 측의 요구사항인 '대표이사와 노조대표자 간의 직접 면담'을 지난달 25일 수용한지 보름만에 구체적 조치를 취했다.
11일 삼성전자 노사에 따르면, 대표이사로 내정된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노조 대표단 간담회에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삼성전자에는 4개 노조가 있다. 전체 조합원 수는 4500여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져 있다. 삼성전자 국내 전체 직원 11만여명의 4% 규모에 불과하다. 엄밀하게 따지면 대표성이 부족하다.
■ 삼성전자 직원의 4%에 불과한 노조측 요구를 신속하게 수용 / 성과급 지급기준 변경하면 재계 전반에 파급력 예상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 측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 경 사장 투입을 신속하게 결정한 것은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유노조-노사화합' 약속에 대한 실천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 사장이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DX(디바이스 경험)부문장 한종희 부회장 한 명이다. 경계현 사장은 오는 1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대표이사에 취임할 예정이다.
경 사장은 대표이사 취임 직후인 오는 18일 오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노조 대표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사측은 이 같은 사실을 노조 측에 통보했다. 회사 측에선 경 사장을 비롯해 인사 담당 임원 3명 내외, 노조 측에선 각 노조 위원장과 간사가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노조는 이번 간담회에서 '급여체계 개선'과 '휴식권 보장' 등 2가지 핵심 요구안을 대표이사와 논의할 계획이다. 경 사장이 이와 관련해 어떤 양보안을 제시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급여체계 개선 요구를 일부 수용할 경우, 그 파급효과는 삼성그룹 뿐만 아니라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18일 면담에서 노조는 급여체계와 관련해 성과급 지급 기준을 현재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꾸고, 이외에 포괄임금제·임금피크제 폐지 및 기본급 정액 인상 등의 요구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과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성과급 등 급여 지급 체계 공개 등이다
휴식권과 관련해서는 유급휴일 5일 추가와 회사창립일·노조창립일 각 1일 유급화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5차례 교섭을 벌이며 임금협상을 해왔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더욱이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미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 상태이다.
노조가 향후 조합원 찬반 투표만 거치면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그럴 경우 1969년 창사 이후 '무파업' 역사를 기록해온 삼성전자에서 첫 파업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사이다 소통왕' 별명 가진 경 사장 리더십 및 재량권,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기준 변경 등이 변수로 주목돼
파업없는 회사를 유지하는 것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꼽힌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기업 이미지 훼손 등을 감안할 때 노조 측에 선물을 주고 협력을 요청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경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 자격으로 나서게 된 것은 '양보와 타협' 의지를 선언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사 간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신뢰의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이번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명의 대표이사 중에서 경 사장이 선택된 것을 두고도 긍정적 평가가 많다. 경 사장은 '사이다 소통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임직원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즐기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노조 대표단과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는 이야기이다.
반도체 산업 경쟁자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노조 요구로 성과급 지급 기준을 EVA에서 영업이익으로 전환한 것도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도 성과급 지급 기준 변경을 검토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성과급 지급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변경할 경우 삼성전자의 성과급 액수는 급증할 전망이다.
경 사장이 노조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큰 틀의 합의 방향을 설득하고, 후속 실무협상에서 구체적 합의안을 도출할 가능성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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