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생산성본부 CEO북클럽 (6)] 모종린 연세대 교수 “골목상권 밀리는 이유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아닌 부실한 콘텐츠 경쟁력”
남지완 기자 입력 : 2022.05.12 15:38 ㅣ 수정 : 2022.05.12 15:38
모종린 연세대 교수, ‘크리에이터 경제의 미래’ 강연 크리에이터의 특별한 제품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요소 갖춰 차별화된 제품이 나오고 1인 경제체제 확립해야 로컬 상권 살아나 골목 상권 살리는 '동네 대기업' 등장해야...이를 키우는 크레에이터 필요 로컬 콘텐츠 개발, 후배 기업 양성 뒷받침돼야 지역 경제 미래 밝아 크레에이터와 로컬 브랜드 육성하기 위한 크레이이터 학과 신설 많아져야로컬 브랜드 갖춘 '마-용-성' 다른 지역에도 계속 출현해야 로컬 문화 발전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로컬 크리에이터가 중요합니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로컬 문화를 창조한다는 뜻이지만 콘텐츠를 스스로 만드는 모든 사람을 뜻합니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상권이 어떻게 바뀌고 가게 및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느냐는 모두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으며 로컬 문화의 발전은 크리에이터에게 달렸습니다.”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 3층에서 한국생산성본부(KPC)가 개최한 ‘2022 CEO 북클럽’에 참여해 ‘크리에이터 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 같이 밝혔다.
모 교수는 국내 유일의 골목길 경제학자, 로컬 크리에이터의 멘토 등 현장 전문가로 일컬어진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콘텐츠 제작하는 사람을 뜻하는 '크리에이터(Creator)'의 합성어다. 이는 지역 문화, 관광 및 자원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모델을 접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를 일컫는다.
그는 10여년 세월 동안 로컬 및 현장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로컬 문화를 강조한 오프라인 시장에 소상공인 미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2014년 ‘작은 도시 큰 기업’, 2016년 ‘라이프스타일 도시’,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골목길 자본론’,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등 로컬 연구를 바탕으로 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 크리에이터의 로컬 문화가 성장 동력원 된다
사람 취향은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지만 어디를 가나 현지인 문화를 즐기고 싶어 한다. 이 장소에서 내가 다른데서 경험하지 못한 체험이 뭐가 있느냐를 항상 요구하기 마련이고 이것을 콘텐츠로 만들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모 교수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공간 상권, 오프라인 상권이 매우 중요하다”며 “공간 기획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작은 창작자(크리에이터)라고 볼 수 있고 창작자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동네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크리에이터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며 이를 통해 세계적인 크리에이터들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 교수는 “크리에이터는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자들이 아니다"라며 "창작자들은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해야 하고 1인 경제체제가 확립돼야 로컬 상권, 골목 상권 등이 살아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골목상권이 미래 경제에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면서 크리에이터의 특별한 제품이 있다면 이 제품들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상권 경쟁력이 약해진 이유 정확히 파악하고 크리에이터 활약 이어져야
모 교수는 골목 상권 경쟁력이 과거보다 쇠퇴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골목 상권 조사를 시작했을 당시 젠트리피케이션(기존 저소득층 원주민이 다른 지역 중산층의 유입으로 또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 프레임이 가장 대중적인 화두로 떠올랐다”며 “상권이 활성화 되지 않는다면 전부 임대료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고 다른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일이 많지 않았는데 사실 이는 콘텐츠 경쟁력에 밀렸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임대료는 상권 경쟁력에 미치는 수백개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동네 대기업’이 출몰해야 하며 이를 육성키 위해 역량 있는 크리에이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 교수는 “좋은 동네, 좋은 골목 상권은 크리에이터 및 소상공인이 만드는 것”이라며 “동네 대기업은 전국으로 유명한 성심당 빵집과 같은 기업을 뜻한다. 제가 살고 있는 연희동에도 20개 넘게 동네 대기업이 활성화 되고 있으며 동네 베이커리 등도 매우 우수해 외부 방문객들은 대기업 프렌차이즈보다 동네 상권을 선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동네 디자이너들이 만든 예쁜 문구, 소품 등은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한 의미 있는 산업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엘리트 사고방식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고 크리에이터들의 로컬 콘텐츠 개발, 후배 기업 양성 등이 뒷받침 되어야 지역 산업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로컬 브랜드 육성 현황 및 참고 되는 지역은?
모 교수는 로컬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최근 정부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로컬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밝혔고 서울시, 부산시 등은 이미 자체적으로 로컬 브랜드 사업을 하고 있다”며 “다만 정부는 로컬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크리에이터 및 로컬 브랜드 육성을 위해 로컬 크리에이터 학과를 신설해 관련 교과 과정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마포, 용산, 성동구를 파악하면 로컬 브랜드 육성의 중요성을 잘 알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마포에는 홍대가 있고, 용산에는 이태원이 있으며 성동구에는 성수동이 있어 로컬 문화가 육성됐다”며 “외지인들은 해당 지역에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라 로컬 브랜드, 골목 상권을 방문하기 위해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을 가는 것이며 이런 특성을 파악해야 차별화된 로컬 문화를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부에서는 이 같은 골목 상권이 성장한 것은 서울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시각”이라며 “15년 전만 하더라도 강북이 이렇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서울이기 때문에 마·용·성이 성장했다고 치자면 왜 사람들은 동작구나 강동구를 놀러가지 않겠는가. 결국 로컬 브랜드를 잘 육성해야 골목 상권을 살릴 수 있고 이는 지방 도시(지역 상권)를 살리는 데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