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48)] 전관예우와 텃세로 만연된 점검, 취약한 보안태세 불러와 (상)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2.05.13 17:54 ㅣ 수정 : 2022.05.13 17:54

‘통일‘92-2워게임 훈련’ 참가는 새로운 임지에서의 신속한 적응과 군사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만든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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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소령시절 모습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필자가 대위 계급으로 사단작전장교 임무를 수행할 때에도 을지연습 기간에 워게임 요원으로 연합사로 파견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작전장교 임기 말기라 후임자가 이미 사단에 보직되어 있어 워게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소령 계급으로 무적태풍부대의 작전보좌관으로 보직되자 전임자는 중령으로 진급하여 곧 대대장 보직을 받고 대기하며 임무를 필자에게 인계 중이었고, 원래 사단작전보좌관이 통일‘92-2워게임 훈련에 참가하게 되었으나 대신하여 후임자인 필자가 파견됐다. 

 

이번의 워게임 훈련에 필자는 대위 시절과 정반대로 임기 말기가 아닌 부임 초에 전임자를 대신하여 파견되는 야릇한 상황이었고, 따라서 이번에도 역시 훈련에 전념할 수 있었다. ([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87)] ’‘88을지연습 워게임 실시단 파견서 깨달은 미군의 힘’ 참조)

 

전임자의 배려(?) 덕분에 워게임 파견 기간 훈련에 임하면서 부대 작전계획을 예하 부대까지 속속들이 숙지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한 군에서 새롭게 도입한 워게임에 의한 전쟁연습이 점차적으로 체계를 잡아가던 당시, 필자에게 워게임과 전투지휘체계 관련 일가견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훗날 필자가 연대장 및 군단작전참모 시절에 지상전술C4I체계(ATCIS : Army Tactical Command Information System) 전력화 완성에 따른 전군 최초 디지털 군단으로 발전시킬 때에도 큰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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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단작전참모 시절에 지상전술C4I체계(ATCIS) 전력화를 완성하고 전군 최초 디지털 군단 탄생시 모습(사진=연합뉴스)

 

군생활 경험에 따른 보안의식으로 불명예스런 사건 발생을 막아준 동네 아저씨

 

사단작전보좌관 보직에 부임하자마자 ‘통일‘92-2워게임 훈련’에 참가한 것은 새로운 임지에서의 적응을 더 빠르게 만든 동시에 군사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재차 갖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워게임 훈련장에는 각 부대의 작전계획에 의한 상황판과 자료들이 차고 넘쳐났다. 24시간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워게임 요원들은 임무를 교대했고, 퇴근시에 혹시 작전계획 등의 비문이 무단 반출되는지 확인하는 기무부대원들의 번쩍이는 안광은 눈부실 정도였다.

 

‘통일‘92-2워게임 훈련’이 끝나자 필자는 지형을 숙지를 위한 정찰을 계속했다. 마지막으로 부대 주변 봉암저수지 근처의 독립가옥 및 주요 고지 등을 살펴보다가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복귀했는데 휴대용 수첩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

 

그동안 정찰 및 워게임을 하며 기록한 사항 등은 비문 등재를 안했지만 중요 내용이 많아 만약 그 수첩이 불순분자 손에 들어가면 큰 보안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휴대용 수첩 분실이 추정되는 정찰지역으로 급하게 차를 몰고 갔다. 아마도 정찰시에 잠시 수첩을 차량 본넷트에 올려놓았다가 깜박하고 그대로 출발하여 분실한 것 같았다. 따라서 그 주변 민가의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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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수첩 분실 소동이 있었던 봉암저수지[사진=김희철]

 

한집 두집... 계속 확인했지만 모두 못 봤다는 대답이었다. 낙담하며 점심 식사했던 식당에 들어갔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동네 아저씨가 발견하고 기무부대에 신고하려고 한다”는 고마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러나 만약 동네 아저씨가 이미 기무부대에 신고했다면 불명예스런 사건이 될 수도 있어 급하게 그 아저씨 집을 찾았다.

 

다행히도 그는 아직 신고를 안했고, 자신도 청년 시절에 군생활 경험이 있어서 수첩을 보고 중요한 것 같아 보관하고 있었다며 필자에게 건네주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뿜은 필자는 폴더 인사를 하며 감사함을 표했다. 그후 작전보좌관 근무를 하면서 군생활 경험에 따른 보안의식으로 불명예스런 사건 발생을 막아준 동네 아저씨를 수시로 찾아뵈었고, 덕분에 그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민원도 해결하며 친해질 수 있었다. (하편 계속)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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