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49)] 전관예우와 텃세로 만연된 점검, 취약한 보안태세 불러와(하)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2.05.18 15:40 ㅣ 수정 : 2022.05.18 15:40

등하불명(燈下不明), 바로 가까이에 있는 걸 못 찾을 때 ‘흔히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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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소령시절 모습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휴대용 수첩 분실 사건은 보안의식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는 계기가 되었지만, 항상 작전계획 등의 비문을 다루는 업무를 수행하는 필자에게는 원활한 비문 관리에 매우 제한이 많았다.

 

평소에 참고하는 자료 및 현황이거나 새롭게 작성하는 공문이나 보고서가 대부분 비밀문서이거나 비문에 준하는 서류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부대의 보안업무를 감독하는 기무부대원들은 불시에 사무실의 보안태세 확인 점검을 계속하였다. 

 

실무자들이 업무를 하다가 잠시 자리를 이탈하거나 퇴근 후에도 업무를 하던 책상 위에 서류, 작전계획 및 비문의 방치 또는 무단 반출 등을 확인하는 기무부대원들이 사무실에 들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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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게임 요원들이 작전계획 등을 다루며 훈련하는 모습 [사진=김희철]

 

한편 사단사령부 상황실 벙커 사무실에는 비문관리 등의 보안업무를 전담하는 정보처 간부들도 작전처와 같이 사용했다. 당시의 정보보좌관은 대위 시절에 기무부대에서 근무했던 장교였는데 필자의 부서원들과 차별화된 점검을 받았다. 

 

그는 책상 위에 ‘정보보좌관 책상’이라고 크게 써놓고 퇴근하면 기무부대원들은 전관예우 차원에서 점검을 생략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뜨여 기무부대의 텃세가 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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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8일 국가보안법위반 및 간첩 혐의로 A대위를 구속했다고 보도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등하불명(燈下不明)처럼 정보/기무부대 출신 장병들의 보안태세가 오히려 더 취약 우려 

 

최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전 기무사령부)는 북한 해커의 지령을 받아 군사기밀을 유출하고 군의 지상전술C4I체계(ATCIS), 한국군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해킹 시도에 도움을 준 정보분야 업무를 담당한 A대위를 국가보안법위반 등의 혐의로 4월28일 구속 기소했다.

 

수사 결과 A대위는 장교 임관 후 2020년 3월쯤 민간인 대학 동기 소개로 북한 해커와 서로 연락하게 됐고,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포섭됐다.

 

이후 최근까지 그는 북한 해커 지령에 따라 군사기밀 및 군사자료를 수회에 걸쳐 전송하고 48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대가로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등하불명(燈下不明)은 바로 가까이에 있는 것을 못 찾을 때를 비유한 사자성어로 흔히 등잔 밑이 어둡다는 의미이다

 

실제 등잔불 자체는 전기가 없던 시절에 방을 환하게 비출 수 있을 정도로 밝고 요긴하게 쓰였는데 등잔 밑은 그 불빛에서 나온 그림자에 가려지기 때문에 오히려 어둡다. 

 

당시에 사무실에서 전관예우 및 텃세에 따른 기무부대 출신과의 차별화된 점검으로 필자가 소속된 요원들은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지만, 덕분에 철저한 보안태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정보분야에 근무하던 A 대위가 국가보안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사건과 마찬가지로 보안을 가장 중시하는 정보분야 또는 기무부대 출신 장병들의 보안태세가 오히려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도 있었다.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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