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 11시에 울리는 사이렌의 진짜 의미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지난달 29일 156명이 압사당한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기업들이 연말 ‘소비 시즌’을 맞아 준비한 마케팅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핼러윈이 과도한 상술과 마케팅 등으로 변질되어 참사를 빚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코리아세일페스타(11월1~15일), 카타르월드컵(11월20일~12월18일), 크리스마스(12월25일)까지 이어지는 대목 마케팅이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단 우려도 있다.
따라서 그동안 유통업체들이 활발히 전개해온 '데이(Day) 마케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판촉 활동이 어려웠던 기업들로선 올해 연말 데이 마케팅으로 특수를 기대했지만 "일단 자중하자"는 분위기이다.
코로나19 이후 첫 빼빼로데이 행사를 준비하던 롯데제과와 해태제과는 마케팅 중단을 결정했다. 편의점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편의점 4사도 준비했던 모든 이벤트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이벤트 진열 매대에 빼빼로를 배치만 하는 수준으로 행사를 축소 운영한다.
그렇잖아도 고물가·고금리 흐름 속에 갈수록 지갑 열기가 어려워지는데 이태원 참사로 소비 분위기가 얼어붙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AFP통신은 이날 "이태원 참사 여파로 소비 심리가 더욱 빠른 속도로 얼어붙으면서 한국경제 성장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보도했다.
헌데 11월11일은 이번 참사로 적신호에 걸린 ‘빼빼로데이’이지만 매년 11시 정각에 사이렌이 울리며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묵념하는 추도 행사의 의미를 많은 국민이 모르고 있다.
■ 11월11일 11시, 유엔기념공원 향한 묵념...'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행사
6.25남침전쟁 참전국은 유엔군으로 파병한 16개국과 장비, 물자, 의료를 지원한 나라까지 67개국이었다. 이 사실은 안재철 월드피스자유연합 이사장의 노력으로 2010년 9월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의 파병 및 지원기록으로 등재됐다.
이 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참전한 유엔군의 피해는 전사 4만 670명, 부상 11만 135명, 실종 1554명으로 총 15만 235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유엔군 중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 워커 및 밴플리트 8군사령관, 해리스 해병 1항공사단장 등 미군 고위장성들의 아들 142명이 참전했다. 그들 중 35명이 전사, 실종 혹은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부산에 있는 유엔기념공원(UNMCK)에는 영국 885명, 터키 462명, 캐나다 378명, 호주 281명, 네덜란드 117명, 프랑스 44명, 미국 36명, 뉴질랜드 34명, 남아공 11명 등 11개국 2311구의 유해가 안장돼 전쟁이 끝난 후까지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 땅에 잠들어 있다.
이곳에서 매년 11월11일 오전 11시가 되면 도시의 소음을 뚫고 1분간 사이렌이 울리고, 6.25남침전쟁 참전국들은 시간을 맞추어 부산 방향으로 고개숙여 엄숙히 묵념을 드리는 추도 행사를 치룬다.
이 행사는 2007년 6·25남침전쟁에 참전했던 캐나다 용사인 빈센트 커트니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는데, 이는 참전용사의 유해가 한국땅에 안장된 영령들을 추모하고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염원으로 열리는 너무나 뜻깊고 소중한 행사이다.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추도행사와 함께 기억해야 할 놀라운 점은 6·25남침전쟁에 참전한 외국병사가 종전이 되어 본국으로 귀환해 여생을 보내다가 별세했어도 그 유해가 한국으로 되돌아와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는 행사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사실이다.
2015년 5월 프랑스인 ‘레몽 조셉 베나르’씨를 필두로 영국인 ‘로버트 맥코터’씨, 2016년 네덜란드인 ‘니콜라스 프란스 베설스’씨, 2016년 프랑스인 ‘앙드레 벨라벨’씨, 2017년 9월 네덜란드인 ‘요한 테오도르 알데베렐트’씨 등이 안장됐다.
특히 17세의 나이에 입대해 1952년 8월까지 참전하고 제대후 2001년 영국에서 사망한 맥코터씨는 생전에 기적적인 발전을 이룩한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했고, 한국에 남겨진 전우들을 그리워하며 “같이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다.
결국 그가 사망한지 14년 만에 생전에 그리워했던 한국땅에서 영면하게 되었다. 맥코터씨의 아들이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첫번째 ‘턴 투워드 부산’ 추도행사에 부친의 유해와 함께 방한하여 처음으로 안장식을 거행했다
매년 이 추모 행사에는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온 각국의 유엔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비롯해 국무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와 각국 주한외교 사절 등이 참석하고,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의 추모비행이 대미를 장식한다.
최초 2007년부터 시작된 국제적 추모의 행사였지만 정부가 ‘유엔 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로 격상시켜 2020년부터 법정기념일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당시 지구의 어느 곳에 있는 나라인지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북한 공산당의 불법 남침으로 비롯된 6·25남침전쟁에 참전하여 홀연히 전사한 영령들을 위로 추모하는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이란 이름의 의미있는 추도행사로 지속되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아무 연고도 없는 극동의 작은 나라 전쟁에 참전하여 희생된 고귀한 생명이 그만큼 많다는 것은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대가가 얼마만큼 크고 비싼지를 깨닫게 하는 시금석이다.
우리 국민이 빼빼로데이를 비롯해 코리아세일페스타, 크리스마스, 밸런타인, 화이트데이 등을 즐기며, 많은 업계가 이를 계기로 '데이(Day)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자행한 불법 6·25남침전쟁의 국가적 위기에서 우리를 위해 희생한 이들 덕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우리 국민 모두는 이번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세는 견지하면서도, 적어도 이 ‘턴 투워드 부산’ 추도행사의 추모 묵념시간을 함께하며 전쟁이 끝난 후까지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 땅에서 영면하고 있는 이들의 명복을 빌며 감사해야 한다.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