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548)] 계속되는 인력난에 블라인드 채용으로 눈 돌린 일본 기업들

정승원 기자 입력 : 2022.12.02 10:18 ㅣ 수정 : 2022.12.02 10:18

지원단계에서 증명사진, 출신대학 증명서 등 증빙자료 철저하게 요구하던 일본기업들이 이름, 사진 제출 요구하지 않고 오로지 능력만으로 인재 뽑는 사례 증가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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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업들 사이에 블라인드 채용이 늘어나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입사지원서에 이름이나 성별, 증명사진의 첨부를 요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사례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성 소수자 등을 배려하기 위함이라고 에둘러 얘기하지만 주된 이유는 기업 간 채용경쟁 격화에 따른 인력확보 확대인데 과연 얼마나 효과를 보고 있을까.

 

일본의 대형보험사 중 하나인 도쿄해상일동 화재보험(東京海上日動火災保険)은 실제로 올해 9월에 진행한 채용과정에서 성별과 출신대학 입력란을 삭제했다. 이름은 성만 입력하여 성별을 판단하기 힘들게 했고 증명사진 역시 제출받지 않았다.

 

서류심사를 통과하여 면접에 참여하면 결국 성별과 얼굴 등이 밝혀지겠지만 처음 지원단계에서 능력이 아닌 얼굴 인상이나 출신대학만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를 예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일본 제1의 화학회사인 미쓰비시 케미컬(三菱ケミカル) 역시 2020년에 Diversity & Inclusion을 경영방침의 하나로 정식 결정하고 2021년 채용부터 성별기입란과 증명사진 제출을 없애버렸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지원자는 이름은 생략하고 성만 쓰거나 아예 이름 없이 닉네임만으로도 지원이 가능해졌다.

 

그러자 종합직 신입사원 채용에 전년 대비 2배 많은 지원자가 몰렸고 합격자 중 여성 비율도 4~5포인트 상승한 20%대 후반을 기록하는 변화가 있었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기업브랜드의 향상효과도 있었다고 밝힌 미쓰비시 케미컬 측은 내년 채용부터는 생년월일 입력마저 삭제하여 중고 신입도 다수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블라인드 채용 바람은 시중에 파는 이력서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형 문구회사인 고쿠요(コクヨ)는 성별 체크란을 삭제한 이력서를 새롭게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일본규격협회가 2020년에 표준이력서에서 성별 기입을 삭제하기로 결정한 것이 계기였다.

 

작년 4월에는 이례적으로 후생노동성이 표준이력서 양식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해당 양식에는 성별 기입란에 남, 여뿐만 아니라 제3의 성을 기입할 수 있는 공란이 추가되었고 배우자와 부양가족의 유무, 통근시간 등을 기입하는 란을 없앤 것이 큰 특징이다.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연구도 차례차례 발표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릿쿄대학에서 6월에 실시한 조사결과가 발표되며 블라인드 채용움직임에 힘을 실어주었다.

 

해당 조사에서는 얼굴 특징이 적은 사람, 안경을 쓴 사람, 머리를 염색한 사람, 뚱뚱한 사람, 눈에 띄는 증상을 가진 사람 등의 12가지 증명사진을 준비하여 연령과 기타 항목들을 무작위로 조합한 6400가지의 가짜 이력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이력서를 기업 인사담당자 800명에게 평가토록 부탁한 결과, 자격증과 출신대학 등이 평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한편으로는 눈에 띄는 증상을 가진 사람, 머리를 염색한 사람, 뚱뚱한 여성이 특히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릿쿄대학 측은 이력서에서 얼굴사진이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면접으로 넘어가기 전에 겉모습만으로 문전박대를 당할 우려가 있다면서 향후에는 업종과 직종, 기업규모에 따른 영향력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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