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도쿄의 한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4학년 취준생 A씨는 자기소개서에 흔히 쓰는 항목인 ‘학생시절에 힘을 쏟은 일’, 일명 가쿠치카(ガクチカ)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유행한 코로나로 인해 동아리 활동도 제대로 못하고 유학마저 포기하면서 마트에서 계산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대학생활의 전부였지만 힘을 쏟았다고 말할 정도의 경험은 아니었기 때문에 좀 더 그럴싸한 소재로 자기소개서를 채우고 싶었다.
결국 고민 끝에 A씨는 친한 친구의 동의를 얻어 자기소개서를 복사하여 기업들에 지원했다. 실제로는 자신이 일절 참여한 적 없는 대외활동이었지만 입사지원서는 물론 면접에서도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답변했고 최종적으로 3곳의 기업으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죄책감은 들었지만 자신의 경험만을 적었다면 서류와 면접에서 절대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A씨의 솔직한 생각인데 일본 내에서는 A씨처럼 자기소개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사례가 코로나를 계기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오래 전에 관둔 동아리활동을 현재도 계속하고 있는 것처럼 꾸미거나 단순 부원이었지만 회장 같은 주요 역할을 맡아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인데 회사 차원에서는 이에 대한 객관적인 증빙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진위여부를 파악하기는 매우 힘들다.
인력파견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오캐리어(ネオキャリア)가 취준생 242명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25.6%가 면접을 유리하게 진행하기 위해 자신의 자기소개서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취준생들에게 익명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보(ライボ)가 입사 3년차 미만의 직장인 1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무려 41.9%가 입사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이 중 36.4%가 자기소개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렇게 거짓으로 만들어낸 자기소개서와 면접이었음에도 73%는 채용담당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83.8%는 실제 합격통보까지 받았다고 응답했다.
거짓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한 전문가는 ‘지금까지 자기소개서를 부풀려서 쓰는 경우는 더러 있어왔지만 코로나로 에피소드 자체가 고갈되면서 완전히 거짓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거짓말로 입사에 성공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직무에 대한 미스매칭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점을 언급하며 ‘에피소드로 임팩트를 주려고 하기보다는 경험 속에서 얻은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소개한다는 개념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