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4.27 05:05 ㅣ 수정 : 2023.04.27 05:05
SK하이닉스, 올 1분기 매출 반토막·영업손실 3조4000억 '최악'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 등 이중고에 시달려 1분기 최저점으로 판매량 늘어 2분기 매출 실적 반등 예상 챗GPT 등 AI용 고성능 서버 시장 확대도 향후 실적 전망 '청신호' 서버용 DDR5 ·HBM ·176단 낸드 기반 SSD uMCP 판매 확대에 주력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 1분기 잠정실적 발표로 반도체 업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가운데 26일 SK하이닉스의 ‘어닝쇼크(earning shock·실적 충격)’로 다시 한번 한파를 체감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불황으로 올해 1분기에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연속 적자를 기록한 SK하이닉스의 손실 폭은 더욱 커졌다.
SK하이닉스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는 1분기를 최저점으로 2분기부터 회복세를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미 지나간 1분기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남은 분기에 어떤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SK 날개 단 이후 역대 최악 실적 거둔 SK하이닉스
26일 공개한 SK하이닉스 2023년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5조881억원, 영업손실은 3조4023억원이다. 이에 따른 영업손실률은 67%로 집계됐다. 또한 순손실은 2조5855억원으로 순손실률이 51%다.
직전 분기(지난해 4분기) 대비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79%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58%이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지난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첫해 영업손실 2200억원보다 15배가 많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 배경으로는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을 꼽을 수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다운턴(하락 국면)이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지며 수요 부진과 제품 가격 하락 추세가 지속돼 전 분기 대비 매출이 줄어들고 영업손실은 커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메모리 수급 불일치와 재고 수준은 역대급으로 심각한 상황으로 업계 전반에 낸드(NAND)를 비롯해 안정적인 이익이 예상된 D램(DRAM)까지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수요 상황이 이어지면 2분기에도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실제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D램 가격 하락 폭을 10∼15%로 예상했다. 1분기 20%였던 1분기보다 하락폭이 줄었지만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낸드 또한 2분기 5~10% 하락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D램 한 자릿수 중후반, 낸드 10% 중후반 성장을 점치고 있다.
■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AI 등 최신 메모리 주축으로 실적 회복에 고삐
역대 최악의 영업손실을 내고도 SK하이닉스는 마냥 낙담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1분기를 최저점으로 판매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나 2분기에는 매출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1분기에 고객이 확보한 재고가 감소세에 접어들었고 2분기부터 메모리 감산으로 기업의 재고도 축소될 것으로 예측돼 하반기부터 시장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구체적인 반등 전략을 공개하며 우려 여론 반전에 고삐를 죄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챗GPT 등 AI(인공지능)용 고성능 서버 시장이 커지고 고용량 메모리를 채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AI 서버 관련 메모리 시장은 여러 변수가 있지만 향후 5년간 서버 출하량이나 관련 메모리 성장률이 최대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DR5,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성능 D램, 176단 낸드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uMCP(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를 하나로 합친 반도체) 제품 중심으로 판매에 집중해 매출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올해 DDR5 고용량모듈 수요는 6배, HBM는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제품은 대부분 수주가 끝나 메모리 반도체는 금액 기준으로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현재 전사적으로 투자를 줄여나간다는 게 기본 방침이지만 AI 등 앞으로 시장 변화를 이끌어 나갈 산업에 활용되는 최신 메모리 제품은 예외적으로 투자를 지속한다.
아울러 10나노급 5세대(1b) D램, 238단 낸드 등 기존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은 공정과 이에 따른 양산에 투자해 반도체 시황이 개선됐을 때 실적이 빠르게 반등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김우현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은 “DDR5/LPDDR5, HBM3 등 올해부터 수요 성장세가 본격화되는 라인업(제품군)에서 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만큼 이 제품들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이어 “여전히 메모리 시장 환경은 어렵지만 이제 바닥을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시장이 수급 균형점을 찾을 것으로 여기고 수익성 향상과 기술개발에 집중해 기업가치를 회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도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부터 점진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 개선과 출하 반등, 감산 효과 등이 맞물리는 시기가 2분기이기 때문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하락은 계속되지만 모바일 수요의 점진적 회복으로 출하의 반등과 가격 낙폭이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며 “지난해 4분기에 시작된 감산 효과와 출하 반등이 겹치며 재고 안정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에서 2분기가 의미 있는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다소 완만하지만 2분기부터 점진적 실적 개선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며 “1분기에 낮은 기저효과와 신규 서버용 CPU 양산 출하 효과에 힘입어 2분기에 수요가 증가하고 공급은 가동률 조정과 Capex(미래 이윤 창출을 위한 지출 비용) 축소 효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감산 효과가 나타나고 비수기를 지나면서 출하는 늘어날 것”이라며 “모바일 부문은 고객사 재고가 상당 부분 소진돼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출하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SK하이닉스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되는 시점은 올해 하반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록호 연구원은 “출하 증가폭 대비 가격 하락폭이 커 2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며 “3분기에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 효과와 모바일 및 서버 출하 증가가 본격화되며 재고가 줄어들고 실적은 개선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