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인터넷은행 연체율···‘신용평가 고도화’ 필요성 커진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건전성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주력 고객층인 중저신용 차주들을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부실채권 규모가 커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도 ‘설립 취지’에 따라 신용대출 중 일정 비중 이상을 중금리 대출로 채워야 하는 점은 인뱅들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단 인뱅들은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로 방파제를 쌓고, 신용평가 역량 고도화를 통해 ‘건전한 중저신용 차주’ 발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 기준 연체율은 각각 0.82%와 0.58%로 집계됐다. 아직 1분기 실적 발표 전인 토스뱅크의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0.72%로 나타났다.
같은 1금융권에 있는 시중은행들의 연체율이 0.2%대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인뱅들의 연체율은 2~4배가량 높은 상황이다. 눈에 띄는 외형 성장 과정에서 여신 건전성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은행권에선 인뱅의 연체율이 중저신용 차주들을 중심으로 상승했다고 보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이 이들의 상환 능력을 더 떨어트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은 신용평가사(CB)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가 해당된다.
금융당국은 인뱅에 은행업 인가를 내주면서 중저신용 대출 공급을 조건으로 달았다. 신용도 때문에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차주들이 2금융권에 밀려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인뱅들이 항상 ‘포용 금융’을 내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인뱅의 전체 신용대출에서 차지하는 중저신용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카카오뱅크는 25%, 토스뱅크는 40.37%를 중저신용 대출로 채웠다. 올해 말에는 이 비중이 케이뱅크 32%, 카카오뱅크 30%, 토스뱅크 44%로 늘어날 예정이다.
현재 보유 중인 중저신용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 연말까지 달성해야 하는 중저신용 비중 목표치가 작년 대비 상향된 점은 인뱅들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최근 금융당국의 인뱅 중저신용 의무 비중 완화 검토 얘기도 나왔으나,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연체가 한 번 시작되면 이자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조금만 더 기다리면 상환될 거란 기대를 하기 어렵다”며 “고신용 차주보다 중저신용 차주가 금리 상승 충격을 강하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인뱅들은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와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로 잠재 부실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밀려드는 중저신용 차주 중 조금 더 ‘건전한 차주’를 선별·확보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여신 성장세과 자산 건전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신용점수에 따라 ‘줄 세우기’ 방식으로 대출을 실행하기 보다는, 차주의 생활·소비 패턴 등을 반영한 상환력 측정에 나서겠다는 게 인뱅들의 설명이다. 무조건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를 성실 상환자로 분류하면 리스크 예측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인뱅들은 자체 CSS에 다방면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결합하고 있다. 일례로 통신비 납부나 대형마트·백화점 결제, 택시 탑승 이력 등이다. 이렇게 되면 신파일러(금융 이력 부족자) 공략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국내 신파일러는 약 120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 인뱅의 관계자는 “예를 들어 소득이 없는 고객은 대출 한도가 작거나 실행 자체가 되지 않는데, 만약 이 사람이 백화점에서 결제한 금액이 크다는 걸 CSS로 확인하면 경제력을 가진 차주로 볼 수 있다”며 “나중에 고소득 직종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은 대학생의 대출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인뱅들이 계속 신용대출 중심의 여신 포트폴리오를 가져갈 경우 건전성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신용만 보고 내주는 대출은 지금처럼 경기 변동성에 따라 연체율 등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인뱅들은 ‘담보’가 잡힌 대출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신용대출에 기울어진 여신 포트폴리오를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분산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케이·카카오뱅크는 주담대 확대를 올해 경영 목표로 잡았고, 토스뱅크도 조만간 주담대 출시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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