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퇴사자 재고용하는 일본 기업들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경기회복까지 맞물리며 많은 기업들이 인재확보에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한 번 퇴사했던 직원을 재고용하는 알럼나이(alumni)제도가 일본 기업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종신고용이 당연하던 시절에는 퇴사자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는 경우가 흔했지만 이제는 이들과 적극적인 연락을 취하기 위해 기업들이 먼저 자리를 마련하고 손을 내미는 상황이다.
한 예로 SMBC닛코증권(日興証券)은 지난 달 16일, 중도퇴사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알럼나이 네트워크를 신설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퇴사한 직원들이 인터넷에 마련된 전용 홈페이지에 알럼나이로 등록해두면 사업현황과 더불어 경력직 채용공고 등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종업원 1700명이 넘는 도쿄의 대형 컨설팅업체 KPMG 역시 재작년 9월에 처음 알럼나이 커뮤니티를 만든 이래 약 30명의 퇴사자들을 재고용했다. 이는 알럼나이 커뮤니티를 만들기 이전의 같은 기간에 비해 배가 넘는 채용실적으로 개중에는 퇴직한 지 1년 내에 복귀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퇴사자를 재고용할 경우 새로 채용하는 경력직에 비해 기업문화와 업무에 대한 이해가 깊기 때문에 관리 수고를 덜 수 있고 한 차례 이직했던 경험을 살려 복귀와 동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과거와 달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덕분에 미쓰비시 UFJ은행, 니토리 홀딩스, KDDI 등 유명 대기업들도 올해 들어 줄줄이 알럼나이 네트워크 구축소식을 알리며 퇴사자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알럼나이 네트워크를 신입사원 채용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미쓰이 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三井住友海上火災保険)은 신입사원 채용행사에 일부러 퇴사자를 초대하여 재직 당시의 경험과 퇴직사유, 이직 후의 경력 등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퇴사자의 활약상을 일부러 소개하여 취준생들에게 입사 후 어떤 경험과 경력을 쌓을 수 있을지 상상하기 쉽게 만들고 이직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요즘 취준생들에게 하나의 롤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오히려 기업을 어필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미쓰이 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은 퇴사자들을 ‘사외(社外)인재’라고 부르며 부업이 가능한 외주업무들을 맡기거나 분기별 온·오프라인 교류회에 초청하는 등 알럼나이 네트워크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인재확보의 주된 수단으로 여겼기 때문에 특히나 학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종신고용이 줄어들고 인재유동성은 증가하면서 점차 개인의 스킬과 경력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옮겨가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도 앞으로 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더라도 이직을 막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알럼나이로 활용하여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인재들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차츰 옮겨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