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관점에서 본 북한 문제 (5)] 북한에도 유행하는 K-컬처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3.11.29 00:30 ㅣ 수정 : 2023.11.29 00:30

[기사요약]
북한과 같은 폐쇄사회에서도 한류는 막을 수 없는 현상이 되고 있어..
돈벌이 되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이 K-컬처를 자체적으로 유통시키는 경우 많아..
북한이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지만 “손으로 하늘 가리는데”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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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연일 비싼 미사일을 공해상에 쏘아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이상 국경을 닫아걸었고 내부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남북관계, 국제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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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밴드 방탄소년단(BTS)의 리드싱어 RM을 고향인 고양에서 축하하는 벽화 [출처=guardian]

 

[뉴스투데이=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강남스타일, 기생충, 오징어 게임, 미나리 그리고 BTS와 블랙핑크. 전 세계적으로 한류의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예전에는 해외에서 일본사람? 중국사람? 그럼 어디? 이렇게 물어봤다면 이제는 오! 강남스타일, BTS 이렇게 통한다. 우리의 문화 콘텐츠는 주요 수출상품 반열에 올랐고, 한국 상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이 현상은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의 청소년들은 BTS의 음악을 듣고, 주민들은 영화와 드라마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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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를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출처=AP]

 


• 폐쇄사회에서도 막을 수 없는 한류

 

우리가 북한에 대해 궁금한 것 이상으로 북한주민들은 한국사회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이다. 북한이 정보 유입을 차단한 것에 기인하지만, 사람의 호기심을 막을 수는 없다.

 

한국에서 열린 남북한 축구경기를 북한방송에서 녹화 중계하면 북한주민들의 관심은 축구경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중들의 옷차림, 경기장 주변의 광고판 등 한국사회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데 쏠린다고 한다.

 

탈북 젊은이들이 한국 노래방에서 사랑의 미로, 애모 등을 들으면 “저게 한국노래였는가? 우리 아버지 애창곡이었는데”라고 하는 말을 종종 듣곤 했다.

 

“드라마를 통해 본 한국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북한에서 교육을 받았던 한국은 기와도 없이 볏짚을 씌운 집들이 있는 곳이었다”며 “그런데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의) 배경은 아파트들도 보이고 엄청 멋있었다”고 말한 탈북 청년도 있다.

 

심지어 과거엔 북한 여성들이 데이트 상대를 ‘동지’라고 했으나 최근엔 ‘오빠’, ‘허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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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2012년 노래 강남스타일은 한국 음악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최초로 10억 회 시청된 유튜브 비디오가 되었다. [출처=Reuters]

 


• 자체적으로 유통되는 K-컬처

 

그렇다면 대체 누가 북한에 이런 걸 유입시키는 걸까? 북한에서 주장하듯이 북한체제를 약화시키기 위해 해외 정보기관들이 몰래 들여보내는 걸까?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자체 유통을 하고 있다.

 

경제제재가 강화되고 코로나로 북한국경이 폐쇄되기 전인 2020년 초반까지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 근로자로 나간 사람들을 포함해 해외에 체류하는 북한인은 수십만 명에 달했다.

 

이들 대부분은 해외에서 돈을 벌어 본국으로 송환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북한에 들어가서 장사할 밑천을 마련하는 게 더 큰 목적이다. 그 가운데 K-컬처를 북한에 유통시키는 것도 좋은 장삿거리가 되었다.

 

유통이 제한될수록 가격은 더 높아지기 마련이고, 해외에서는 실시간으로 K-컬처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 유입되는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다.

 

미처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해외에 체류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은 것으로 봐서 이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수요는 늘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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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2일 대영제국훈장을 받은 블랙핑크 [출처=instagram]

 


• 다양화되고 있는 수요

 

최근에 북한을 빠져나온 탈북민들의 말에 따르면 음원, 영화, 드라마뿐 아니라 역사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으로 수요가 확장되고 있다고 한다.

 

K-컬처에 대한 수요층이 다양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종래에는 젊은 층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중장년층은 물론 고위층 등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누구나 다 아는 인기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은 새로운 것, 특별한 것을 찾는 마니아도 제한적이나마 나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요가 있으면 이를 유통하는 조직들도 돈벌이를 위해 늘어나기 마련이다.

 


• 강력단속에 나선 북한

 

김정은은 K-팝을 ‘악성 암(Vicious Cancer)’, 북한을 “축축하게 젖은 벽처럼 무너져 내리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급기야 북한은 2020년 12월 문화 관련법을 개정했다. 한국의 프로그램을 보거나 소유하는 사람에게 최고 15년의 노동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엔 5년이 최고였는데 형이 3배로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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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노동당 창건 78주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공연 행사를 가졌다. [출처=연합뉴스]

 

2022년 초 북한에서 오징어 게임이나 BTS를 보면 엄벌에 처한다는 공문이 나돌았다고 한다. 북한 공문에서 구체적인 명칭이 거론된 것은 처음인데, BTS를 본다고 한 것으로 봐서 예전에는 CD, USB 등으로만 유통됐지만, 이제는 유튜브 등 동영상이 유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3년에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도입해서 한국 스타일로 말하고 쓰고, 노래하는 것도 처벌하도록 했다. 그만큼 강력하게 단속하고 처벌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K-컬처의 열풍은 조용한 가운데 깊숙이 확산하고 있는 듯하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기 역부족이다.

 

아직은 집에서 조용히 혼자서 또는 가까운 사이들끼리 돌려보며 즐기는 수준이지만, 대세를 거스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북한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젊은이들이 소리 지르며 열광하는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을지 북한사회의 보이지 않는 변화라는 차원에서 K-컬처의 확산은 주목해 봐야 할 현상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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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용승(Dong, Yongsueng) ▶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수료 /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통일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경제안보팀장) / (전)대통령 통일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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