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1.09 10:51 ㅣ 수정 : 2024.01.10 10:14
일본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액연봉 앞세워 신입 연봉과 지역물가 모두 상승 중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이 올해 공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하지만 흔히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대기업을 반기는 경우와는 달리 구마모토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TSMC가 제시한 급이 다른 임금체계다. 2022년 봄에 처음 모집한 TSMC의 일본 신입사원 초임은 대졸자가 월 28만 엔, 대학원 졸업자가 36만 엔으로 구마모토 지역의 신입사원 평균 연봉보다 무려 40% 가까이 높았다.
영업이익률이 50%에 달하는 TSMC로서는 당연한 대우일 수도 있겠으나 5% 전후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며 30년간 비슷한 급여를 지급해온 일본 제조업으로서는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는 임금수준이라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되었다.
여기에 작년 마이나비가 실시한 취준생 설문조사에서는 처음으로 20%가 넘는 취준생들이 기업을 선택하는데 급여가 제일 중요하다고 답해 최근의 물가상승으로 취준생들의 의식에도 많은 변화가 발생하였음을 시사했다.
덕분에 구마모토에 위치한 기업들 사이에서는 신입사원 충원은커녕 기존 종업원들의 이탈까지 우려하며 우수한 인재들을 TSMC가 모두 흡수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여전하다.
하지만 도쿄상공리서치가 집계한 작년 1월에서 10월 사이 인력부족으로 인한 기업도산 건수는 총 128건으로 전년대비 2.4배나 치솟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력난이나 도산은 걱정할지언정 인건비 인상은 고려하지 않는 경영자들이 더 많다는 것이 도쿄상공리서치 측의 분석이다.
TSMC만의 탓은 아니겠으나 구마모토 지역의 물가 역시 들썩이고 있는 상황으로 리크루트 리서치센터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구마모토 지역의 아르바이트 시급 상승률은 작년 기준 4.5%를 기록하여 전국 평균인 2.5%를 크게 상회했다.
이와 관련해 메이지대학의 이이다 야스유키(飯田 泰之)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계속된다면 인력부족을 통해 수익성이 낮은 사업과 기업들의 도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급여를 중시하는 분위기로 인해 기업 경쟁력은 더욱 시험에 들겠지만 고임금 기업으로 노동력이 이동하는 것은 경제성장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2023년 명목GDP를 경기불황에 빠진 독일보다 낮은 세계 4위로 기록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심각한 엔저로 인해 달러환산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이 주 원인으로 지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