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관점에서 본 북한 문제 (8)]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관계로 전환한 이유는?
[기사요약]
북한, 남북관계를 민족내부 특수관계에서 적대적 국가관계로 전환한다고 선언
대남 핵우위전략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새로운 생존전략 내세운 것으로 보여..
내부적으로 입헌군주제 추진하기 위함도 읽을 수 있어..
북한은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연일 비싼 미사일을 공해상에 쏘아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이상 국경을 닫아걸었고 내부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남북관계, 국제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연초부터 한반도 정세가 요동쳤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관계로 설정하고, 0.001mm라도 영토를 침범하면 남한을 초토화하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 남북관계를 적대적 국가관계로 전환한 북한
연일 신형 미사일을 발사하고 서해안에선 해안포 사격훈련을 재개했다. 북한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때문인지 몰라도 연초부터 증시는 힘이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현재 진행형인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은 한반도에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우려한다. 분단으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재연되는 듯하다.
북한은 2023년 12월 당 중앙위 제8기 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결정서에서 남북관계의 전환을 선언했다. 19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가 아니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전쟁 상태인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삼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김정은이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의 전환을 주장한 직후 북한군은 2024년 들어서자 서해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해안포 사격 훈련을 실시하는가 하면 신형 미사일을 연일 시험발사하고 있다.
휴전선 지역에도 무장한 북한군들의 초소가 다시 차려지고 있다. 김정은이 현지지도한 군수공장에서는 한국을 초토화시킨다는 구호를 의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남북한 분단 이후 북한이 ‘국가 대 국가 관계’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갑자기 국가관계를 언급하면서 기존의 남북관계를 부인하고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 대외환경의 변화에 의한 전략 수정
북한은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남북관계 개선 및 대미관계 개선에 나섰다. 이른바 ‘남한에 대한 핵우위 전략’에 기반한 것이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에도 북한은 대미관계 개선을 장기적 과제로 삼으면서 그 기간 동안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선택했다. 여전히 남한에 대한 핵우위를 기반으로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한반도 주도권 확보 전략은 지속해 왔다.
그런데 2023년 한미 간에 ‘워싱턴 선언’이 채택되며 분위기는 바뀌었다.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지목한 것이 워싱턴 선언과 유엔사 문제다. 워싱턴 선언은 한미 간 핵운영에 관한 핵협의그룹을 가동하기로 했다. 북한의 핵우위전략이 무의미해진 순간이다.
여기에 유엔사의 역할이 동북아 나토의 확장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북한은 자신들의 전략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국가 대 국가 관계, 주적관계로 설정한 배경의 하나로 보인다. 다시 말해 대단히 수세적임을 읽을 수 있다. 마치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의 강도를 높이며 자신의 불안감을 감추려는 듯하다.
• 내부적 필요성도 한몫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한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김정은이 지방공업에서 생필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며 ‘지방발전 20X10’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했지만 회의적이다.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희망했지만, 미-중 대결에 집중하는 중국의 지원을 끌어내지 못하자, 북한은 러시아로 갈아타며 중국을 자극하는 모습도 연출하고 있다.
이렇게 경제문제의 어려움이 지속됨에 따라 북한주민들의 볼멘소리도 높아지면서 내부 관심사를 남한에 돌릴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숨은 의도는 다른데 있는 듯하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모든 부문에서 김정일을 수행하며 마치 후계자인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국가관계로 전환하며 헌법 개정을 지시했다. 통일을 모두 삭제하고 관련 기관을 없애라는 것이었다. 북한 헌법에는 ‘김일성 민족’으로 명시하고 있다.
핵우위전략으로 남한을 압도하면 남한 역시 김일성 민족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까 통일전략이 필요하지만, 핵우위전략이 먹혀들지 않게 되면 자연히 김일성 민족은 북한지역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4대 세습까지 이어가려면 입헌군주제를 공식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김주애든 다른 자식이든 이른바 백두혈통을 잇는 인물이면 후계 왕위를 계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내외적 필요성으로 북한은 생존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전략 전환을 선명하게 하기 위해 북한은 신형 무기의 공개, 위성발사 지속, 대남 위협 고조 등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행동을 당분간 지속할 것이다.
미국 대선까지 이어질지 아니면 그 이후에도 계속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2024년 한반도 정세는 불안정 상태가 이어질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보이지 않는 악영향 역시 계속될 듯하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동용승(Dong, Yongsueng) ▶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수료 /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통일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경제안보팀장) / (전)대통령 통일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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