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손에 잡히는 ESG' 지향...엘 시스테마에 담긴 발상의 전환을 벤치마킹해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경영 및 투자는 글로벌 경제의 가장 뜨거운 화두이지만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다. 하지만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ESG경영 주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뉴스투데이가 ESG경영 '사례분석'을 통해 실체적 평가를 시도한다. 이 기사는 뉴스투데이와 ESG센터 공동기획이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의 ESG경영은 '생활속 변화'를 지향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시경제의 변화를 도모한다기 보다는 농어촌, 저소득계층 등을 지원하는 생활문화운동의 성격을 갖는다.
마사회가 지난달 19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주관하는 '농어촌 ESG 대상 시상식'에서 '농어촌 ESG 실천인정기업 인정패'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표창'을 수상한 것도 그렇다.
농어촌 ESG 실천인정제도는 대·중소기업, 농어업협력재단이 주관하는 제도로 기업 및 기관, 단체가 농어촌상생기금을 활용해 농어업·농어촌과 상생협력 및 ESG 경영 등을 통해 환경적·사회적 가치 창출 및 ESG 실천에 대한 인정 및 홍보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농어촌 ESG 실천인정기업 심의지표는 농어촌 친환경 추진계획 및 실적, 농어촌 상생협력 추진계획 및 지역경제 활성화 실적, 농어촌 지원조직 및 환류체계 구축 등을 지표로 삼는다.
한 마디로 농어촌의 생활환경 변화, 삶의 질 향상 등과 같은 손에 잡히는 가치들을 추구하는 것이다.
■ 마사회 관계자, "악기구입비, 강사비까지 지원한 농어촌 청소년 오케스트라, 지난 해에만 3306명이 공연 참가"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마사회는 지난달 '농어촌 ESG 대상 시상식'에서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31개 공공기관과 롯데마트, 대상, 효성, 현대오토에버 등 10개 민간기업과 함께 수상자로 선정됐다"며 "한국마사회, 삼성전자, 한국철도공사 등 18개 기관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마사회는 지난해 △농어촌·저소득·다문화 청소년 대상 오케스트라 지원(S) △페이퍼리스 입장권 시스템 개선(E) △오폐수·마분 업사이클링 추진(E) △유휴 공간을 활용한 농·특산품 직거래 장터 운영(S) 등을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농어촌·저소득·다문화 청소년 대상 오케스트라 지원(S)의 경우도 발상의 전환을 담고 있다. 농어촌이나 저소득 청소년은 오케스트라 음악 감상의 기회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하지만 마사회는 이들 청소년들이 오케스트라를 직접 구성해 연주하는 경험을 지원함으로써 삶의 변화를 도모해주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농어촌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엘 시스테마 운동(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 교육 프로그램으로 음악 교육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운동)'에서 착안한 것으로, 예술문화 소외 지역인 농어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농어촌 청소년 오케스트라' 운영 및 연주회 지원을 통해 농어촌 지역 청소년 문화 정서 함양, 농어촌 문화예술 육성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마사회에서 악기구입비, 강사비, 편곡료 등에 대해 직접 운영경비 지원까지 하는 '농어촌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눈에 보이는 추진실적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화천, 함안, 합천 등 총 37개 지자체 내 비영리 청소년 음악단체를 지원했고 단원은 저소득·다문화 등 소외 계층을 중심으로 일반 초중고 학생들과 함께 구성했다.
공연실적은 지난해 기준 총 91회, 연간 공연인원 3306명 참가를 기록했다. 오케스트라 단원 중 예고, 음대 등 음악학교 진학인원 2022년 기준 13명을 기록했다.
또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한-러 청소년 오케스트라 교류 연주회' 개최를 지원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2022년부터 국내 지역 단체간 광역별 합동연주회로 대체해 지원했다.
■ 정기환 회장이 강조한 '생활 속 ESG 실천과제', 임직원이 ESG경영의 능동적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 담아
이와 같은 마사회 ESG 경영 성과들은 정기환 회장의 ESG경영 드라이브에 의해 탄력을 받고 있다. 정기환 회장은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ESG 경영을 실시하며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했다. 2022년 6월 본인이 직접 단장이 돼 ESG 경영 추진단 킥오프 회의를 주도했다.
정 회장은 당시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의 필수조건이자 중요한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으로 마사회만의 차별적이고 선도적이 과제를 적극적으로 찾는 '생활 속 ESG 경영' 실천과제 발굴을 위한 전사적 캠페인 실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ESG경영을 거창한 주제로 여기는 선입견에서 탈피해 임직원이 ESG경영의 능동적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정 회장이 추진하는 ESG 경영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로 환경(E) 분야에 있어 경마시행으로 발생되는 환경저해요소 최소화, 기관 강점을 살린 지역·환경 친화적 경영을 이뤄냈다.
예컨대 경주로 폐모래를 재활용했으며, 불가사리를 활용한 동절기 친환경 경주로 관리 등을 실천했다. 또 마분, 오폐수 관련 환경 컨설팅을 시행했으며 친환경 농어촌 승마시설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마사회는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으로서 전국 승마시설 친환경 경영 유도 및 지원방안도 모색 중이다.
두 번째로 사회(S) 분야와 관련해서는 전국 한국마사회 사업장 소재 지역사회 발전을 통한 상생가치 창출을 도모한다. 이를 위해 지역기업 지원, 지역 내 소외계층 대상 직업훈련 및 지역밀착형 사회공헌 기부금 지원 등을 실행 중이다.
아울러 경마, 말산업 등 이해관계자 대상 ESG 지원사업 추진을 통한 지속 가능한 말산업 성장체계를 마련했다. 업(業) 연계 또는 기관 경영가치 반영한 대표 사회공헌활동 추진, 말 매개 사회공헌 P/G 강화(신체/심리적 치유 위한 재활승마 강습 등), 용산 장학관 및 국민드림마차 사업 등 국민 공감형 사회공헌활동도 추진 중이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근로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개인과 조직의 동반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또 언론으로부터 항상 지적받고 있는 도박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해소시키기 위해 건전한 경마문화 조성을 위해서도 힘을 쏟고 있다.
전자카드 활성화(과몰입 예방), 경마 응원문화 확산 및 경마공원만의 이색 볼거리, 이벤트 확대로 레저화 추진 등 경마시행으로 인한 부작용 최소화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 중이다.
말복지 증진 및 인식수준 향상을 위한 사업 추진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경주마 생애주기에 걸친 말복지 사업 전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경주에서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퇴역마를 승용마로 전향시켜 안정적인 노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세 번째 지배구조(G)와 관련해서는 ESG 경영활동 및 성과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 통해 국민신뢰 확보 및 관계자 소통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윤리경영 및 내부통제 제도 운영 등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 추진을 지향하고 있다.
마사회는 경마를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레저세, 지방교육세 등 제세금 납부를 통한 국가와 지방재정에 기여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이익금의 60%를 특별적립금으로 조성해 경주마를 생산·육성하는 축산업과 농어촌 복지증진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 경마를 '건전한 여가산업'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ESG경영을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해야 적
마사회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ESG경영이 더욱 중요하다.
즉 대한민국에서 경마를 합법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1922년 조선총독부의 인가를 받은 사단법인 조선경마구락부로 출범해 민간 기업 형태로 운영이 됐다. 1945년 8·15 광복을 맞이해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고 1949년 정부에서 인수해 공기업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경마가 레저라는 관점에 따라 1992년부터 농림부에서 체육청소년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로 바뀌었다가 2001년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로 환원됐다. 문체부에서는 마사회를 산하로 환원시키기 위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말 산업이 축산 분야에 가깝다는 의견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이다. 사행성 산업이라는 오명에서 탈피해 '건전한 여가 산업'으로 완전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ESG경영을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가 최대 과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