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기자 입력 : 2024.03.02 13:35 ㅣ 수정 : 2024.03.02 23:11
취업하려는 기업의 정확한 연봉 수준을 파악해야 결혼, 출산 등의 인생설계 세울 수 있어 대기업 취준생은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사업보고서에서 정확한 평균연봉 파악 가능 중소기업 취준생은 연봉 정보 파악 불가능해...중소기업 임금 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연봉 격차는 한국사회 양극화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졸업 후 어떤 직장에 취업하느냐에 따라 평생 소득 규모에서 엄청난 차이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연봉격차 못지 않게 심각한 '제3의 문제'가 있다.
■ 헷갈리는 중소기업 직원 평균 월급... 고용부는 393만원, 통계청은 286만원/대기업도 686만원 혹은 591만원으로 달라
최근 정부 부처들이 발표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월 평균임금을 비교해보면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 이하 ‘고용부’)가 지난 달 29일 발표한 '2024년 1월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말 기준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1인 당 월 임금총액은 443만3000원이다. 이는 전년 동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상용 300인 미만 사업체(중소기업)의 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은 393만8000원으로 0.2%(8000원) 증가했다. 300인 이상(대기업)은 686만원으로 1.1%(-7만9000원) 감소했다. 중소기업 종사자의 월급은 대기업의 57.4%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달 27일 발표된 통계청의 '2022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 자료에 따르면 재작년 전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353만원(세전)이다. 전년 대비 6% 증가한 수치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4.9% 증가한 591만원, 중소기업은 7.2% 늘어난 286만원이었다. 두 그룹의 소득 격차는 2.07배(305만원)였다.
고용부와 통계청의 자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고용부 자료에서 중소기업 1인당 월급은 393만 8000원인데 비해 통계청 자료에서는 286만원이다. 물론 대기업 월급도 고용부 686만원, 통계청 591만원으로 격차가 크다.
취업준비생이나 청년층 입장에서는 자신이 취업하려는 업종이나 기업의 정확한 소득정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 과제이다. 소득수준을 파악해야 결혼, 출산 등의 인생설계를 세우면서 취업하려는 기업을 선택할 수 있는 탓이다.
■사업보고서 찾아서 계산해보니 삼성전자 평균 월급은 1125만원, 현대차 평균 월급은 875만원
대기업 취업준비생은 정확한 연봉 정보 파악에 어려움이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들어가서 해당 대기업의 사업보고서나 분기보고서를 찾아보면 직원 수부터 평균 연봉까지 상세히 기재돼 있다.
다트에 공시된 2022년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삼성전자 직원 수는 12만 827명이다. 그 중 기간제 근로자 수는 577명에 불과하다.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 3500만원이다. 평균 월급으로 환산하면 1125만원이다.
현대자동차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 12월 31일 기준으로 현대차 직원 수는 7만2689명이다. 그 중 기간제 근로자 수는 7849명이다. 삼성전자에 비해 기간제 비율이 다소 높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평균 연봉은 1억 500만원이다. 평균 월급으로 환산하면 875만원이다.
■ 대기업 연봉 정보는 다트, 공공기관 연봉 정보는 잡 알리오 등에서 제공...워크넷이 중소기업 직무별 임금 정보 제공/관련 법령 개선해야 중소기업 임금 정보 공개 가능해
대부분 취업준비생은 중소기업의 취업 정보를 찾는 것이 힘들다며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서울의 취업준비생 A씨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대기업 연봉 정보는 찾기 쉬운데 중소기업 정보는 너무 찾기 어렵다. 눈높이를 낮춰서 중소기업 에 취업하려고 관련 정보를 찾다가 허송세월만 보내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연봉 정보의 투명성이나 정보 접근성에 큰 차이가 나서 중소기업의 정보도 대기업만큼 쉽게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업컨설턴트인 B씨는 “중소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은 대체적으로 기업 연봉 정보, 직무 정보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연봉 정보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나 잡코리아, 사람인, 인크루트 등에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평균 연봉은 기획재정부의 잡 알리오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 밝혔다.
그는 “워크넷 등 정부 기관에서 중소기업 임금 정보를 공개하지만 대부분 직무별 상위, 중위, 하위 평균값 정도를 공개하는 수준이어서 취업준비생이 원하는 정보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관련 법령이나 제도를 개선해서 중소기업 임금 정보도 대기업처럼 투명하게 공개되면 좋겠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취업준비생 C씨는 “결혼이나 출산 등 미래를 생각하면 월급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미리 확인하고 입사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무런 정보 없이 원서부터 먼저 내야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봉뿐만 아니라 회계 정보까지도 대기업처럼 공개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