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연초 은행들의 경쟁 활성화로 하락했던 대출금리가 다시 오름세를 보일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이 역대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 억제에 나서면서 은행권의 대출 문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등락을 거듭하는 대출금리에 차주들의 혼란과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4월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0.1~0.3%포인트(p) 인상하기로 했다. 신규 구입 자금은 0.15%p 인상하고 갈아타기는 최대 0.3%p 올린다.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0.1~0.15%p 높아진다.
올 1월 정부가 ‘대환(갈아타기) 플랫폼’에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포함하자 은행권은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대출 고객 유치에 나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취급한 주담대 평균금리는 지난해 12월 연 4.3%에서 올 1월 연 4.1%로 0.2%p 하락했다.
이후 은행들은 2월부터 대출금리를 높여 반영하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7일 주담대 가산금리를 0.23%p 올렸고, 우리은행도 같은 달 23일 가계대출 금리를 0.1~0.3%p 수준 인상했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달 29일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상품별로 0.05~0.20%p 인상했다.
이처럼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올려 잡는 건 가계부채 관리에 동참하기 위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00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원 늘었다. 11개월 연속 증가세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가계대출 중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기준 860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대비 4조7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2조7000억원 줄었는데, 주담대가 큰 폭 증가하며 전체 가계대출 잔액 증가로 이어졌다.
이는 은행들이 주로 주택 관련 상품의 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다.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차주들의 이자 부담 증대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출 문턱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된다.
은행권이 대출 증가율 관리 차원에서 금리를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5대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에 올해 전년 대비 대출 증가율을 2%로 제시했는데, 예상보다 빠른 잔액 증가로 속도 조절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을 반영해 대출 한도가 정해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 상환 능력을 더 보수적으로 추정하는 ‘스트레스 DSR’이 시행된 데다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까지 맞물리면서 주담대 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는 대출금리로 혼란을 느끼는 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당분간 대출금리가 오르면 차주들의 원리금(원금+이자)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고금리에도 대출이 너무 많이 풀린다는 문제의식이 있고, 가계부채 뿐 아니라 여신 자산 부실화 우려도 같이 나온다”며 “적어도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금리나 한도 같은 이슈가 계속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