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임금 감소에 수퍼엔저 겹쳐 일본사는 외국인들도 죽을 맛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1달러 160엔 돌파가 일본 취업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엔저를 등에 업은 많은 수출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정부가 목표로 하던 물가와 임금상승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식자재와 에너지 등의 수입물가가 더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실질임금은 꾸준히 하락하는 상대적 빈곤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4월, 일본 기업들에게 해외인력 채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ASIA to JAPAN은 중국 상해에서 현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개최하였지만 자리에 앉아있던 중국인 학생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10년 정도 전만 하더라도 일본 기업들의 연봉과 현지 생활을 소개하면 중국인 학생들로부터 ‘오~’하는 환성이 들렸던 것과는 정반대가 되어버린 현재 상황에 대해 ASIA to JAPAN 채용담당자는 ‘최근의 엔저가 결정타를 날렸다. 중국과 대만,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은 더 이상 고용이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이전에도 일본의 임금수준은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었다. OECD의 데이터를 보면 미국 달러로 환산한 평균임금은 38개국 중 25위 수준인데 여기에 최근 환율을 반영하면 더욱 순위가 떨어지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일본은 더 이상 매력적인 취업시장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덕분에 고도인재는커녕 기능실습생 확보도 점차 곤란해지는 상황이고 여기서 더 나아가 좀처럼 해외진출을 시도하지 않고 자국 내에만 머물던 일본인들조차 해외진출을 시야에 두기 시작했다.
실제로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일본 워킹홀리데이협회 담당자는 ‘엔저가 심해지면서 해외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워킹홀리데이로 가장 인기가 많은 국가는 호주로 작년 한 해 동안 호주 정부로부터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은 일본인은 사상 최대인 1만 4398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환율로 계산한 호주의 최저시급은 약 2300엔 정도로 예전의 한국 청년들이 그러하였듯 음식점이나, 옷가게, 농장 등에서 1년 간 일하면서 100~200만 엔 정도의 목돈을 모아오거나 더 나아가 현지 일자리를 알아보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 일본 워킹홀리데이협회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엔저가 워킹홀리데이나 해외취업에는 유리하지만 해외유학에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예로 미국 유학에 필요한 토플시험 응시료는 회당 245달러로 약 4만 엔 가까이 하면서 엔화로 결제하는 토익시험(7810엔)의 약 5배까지 비용이 상승했다.
최근에는 K-POP 열풍에 힘입어 한국유학을 희망하는 일본인들이 많아졌는데 달러 대비 엔화가 원화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일본인들에게도 한국은 생활하기 비싼 나라가 되어버렸다.
보통 1년간 어학당에 다니며 서울에서 생활할 경우 천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계산하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이 비용은 엔화로 105만 엔 정도였지만 올해는 엔저가 심해지면서 120만 엔 정도까지 상승했다.
이처럼 요즘 일본은 과도한 엔저로 눈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몰려들지언정 장기적인 인력수급과 경제성장에 필수로 여겨지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지속적으로 외면 받으면서 정부도 기업도 웃지 못 할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