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6.03 00:28 ㅣ 수정 : 2024.06.03 00:32
2018년 주주총회 통과했던 머스크 보상 패키지 법원판결에 막히자 테슬라 이사회 오는 13일(현지시간) 재차 안건으로 올려,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보상패키지의 실효성과 규모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며 주주들에게 반대 권고하고 나서 통과여부 불투명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CEO의 560억달러(약 77조원) 보수안을 놓고 테슬라와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일대 격돌을 벌이고 있다.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에 대해 77조원 상당의 보수 지불 의결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결권 자문회사들이 잇달아 반대 권고 의견을 내면서 테슬라 이사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는 오는 13일(현지시간) 머스크에 대한 77조원 상당의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보수 지불 패지키와 관련해서 주주표결을 실시한다.
테슬라는 당초 2018년 주주총회에서 머스크에 대해 성과에 따른 560억달러의 상당의 보상 패키지를 승인했다. 하지만 테슬라 소액주주인 리처드 토네타가 이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월 델라웨어 법원은 해당 보상패키지가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소액주주의 손을 들어줬다.
보상패키지와 관련한 법원의 최종 판결은 오는 7월 내려지는데, 테슬라는 최종판결에 앞서 다시한번 보상패키지 안을 주주총회 핵심안건으로 제기한 것이다.
테슬라의 계산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보상패키지안에 대한 찬성을 이끌어낸다면 오는 7월 최종판결에 매우 유리한 입장에 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표결을 앞두고 테슬라와 기관투자가들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지분율 분포를 보면 찬성과 반대, 어느 쪽도 낙관하기가 힘들다.
현재 머스크는 테슬라 지분 13%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를 비롯해 비전문 주주가 44%를 갖고 있고, 나머지는 기관투자가들이 보유중이다.
기관투자가들 가운데 최대지분을 갖고 있는 뱅가드가 보상패키지안에 반대하고 있고, 두 번째로 지분이 많은 블랙록은 찬성 입장이다. 10대 기관투자가 가운데 6곳이 반대 입장을, 4곳은 찬성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팽팽하다.
결국 서학개미들을 포함해 44%의 지분을 갖고 있는 개인투자자 및 비전문 주주들의 결정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테슬라측은 표결을 앞두고 15명의 주주들을 초청해 공장견학을 주선하는 등 일반주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머스크는 현재 13%에 그치고 있는 테슬라 지분을 25%까지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테슬라 외부에서 AI 관련제품을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만약 보상패키지가 주주총회에서 승인될 경우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은 22%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뱅가드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은 보상 패키지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며, 주주들에게도 반대표를 던질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CalPERS의 CEO인 마시 프로스트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보상이 회사의 성과에 비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CalPERS는 테슬라의 상위 30개 투자자 중 하나이며 95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의결권 자문 회사인 글래스 루이스 역시 지난 주말 테슬라 주주들에게 보상패키지를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기관투자가들은 머스크에게 560억달러의 보상패키지가 제공될 경우 주식가치가 희석될 것이란 우려도 빼놓지 않고 있다.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은 또 회사측이 이번 보상 패키지의 근거로 내세운 향후 10년간 시가총액 상승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회사측은 향후 10년간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6500억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현재 테슬라의 시총이 5600억달러에 달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승분의 상당액이 머스크의 주머니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보상 패키지가 과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560억달러의 보상 패키지는 미국 기업 중 CEO에게 주어지는 보상 규모 중 최대규모이며, 급여나 현금 보너스는 전혀 없고 오로지 스톡옵션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테슬라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서학개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