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오프라인 연계한 커머스 플랫폼으로 차별화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가 3년여간 공들인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칼리버스’가 드디어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메타버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중점을 둔 4가지 신(新)성장 테마 ‘뉴라이프 플랫폼’의 하나로 기대를 모으는 사업이다. 4가지 신성장 테마는 △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이동수단)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대목은 롯데이노베이트가 칼리버스 개발에 매진한 기간 동안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한 풀 꺾였다는 점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급성장한 메타버스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바뀌면서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이노베이트는 쇼핑, 엔터테인먼트, 커뮤니티 등을 극사실적인 비주얼과 독창적인 인터랙티브 기술을 앞세워 칼리버스를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과 차별화하는 데 자신감을 드러냈다.
<뉴스투데이>는 지난달 29일 첫 선을 보인 롯데이노베이트의 칼리버스를 체험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성을 평가했다.
■ 칼리버스 '오리진 시티', 잠실 롯데월드 34배…현존 메타버스 가운데 가장 현실에 가까워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칼리버스 플레이 공간(메타버스) '오리진 시티'는 올해 2월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쇼 ‘CES 2024’ 에서 선보인 면적보다 6배나 큰 439만6700㎡(133만평)에 이른다. 이는 잠실 롯데월드(약 4만평)보다 무려 34배 규모인 셈이다.
오리진 시티는 여의도와 강남, 판교 등 대한민국에서 가장 발전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복합체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메타버스에 낮과 밤이 존재하며 각도나 빛에 따라 그림자 방향이 바뀌는 등 섬세함이 두드러졌다.
오리진 시티를 본격적으로 구경하려면 사용자들은 각자만의 아바타를 만들어야 한다. 칼리버스의 아바타는 게임 속 캐릭터를 떠오르게 하는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과 달리 실제 인간 모습을 담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특히 얼굴 형태 ,체형 등 다양한 신체 요소를 위치, 크기, 모양, 색상 등까지 섬세하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아바타용 얼굴을 만들 때 이마 돌출, 관자놀이 깊이, 광대 위치 등을 조절할 수 있어 평소 자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직업 등 현실적 제약으로 일상에서 도전해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로 아바타를 만들 수도 있다.
적게는 200여개, 많게는 무한대에 가까운 종류의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다는 게 롯데이노베이트측 설명이다.
아바타가 거주하는 집의 인테리어도 사용자가 직접 꾸밀 수 있다.
취향에 따라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하나둘씩 배치하면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간 속에 빠져들게 된다. 다른 사용자 집을 방문하거나 친구를 초대할 수 있어 칼리버스를 이용하는 지인들과 현실과 또 다른 만남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향후 가상 토지와 건물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아바타를 설정하고 오리진 시티에 들어가면 △기업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중심 지구' △아바타 패션과 관련된 다양한 소품을 구입할 수 있는 '동부 지구' △UGC(사용자제작콘텐츠) 타운을 중심으로 유저가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서부 지구' 등 크게 3개 지구를 누빌 수 있다.
이에 따라 중심 지구에 입점한 코리아세븐을 비롯해 롯데하이마트, 롯데면세 등 여러 롯데그룹 계열사의 식품·전자제품·의류·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 쇼핑을 체험할 수 있다. 중심 지구에는 의상 400종, 가구 350종, 생활도구 150종 등 총 1000여개에 이르는 상품이 갖춰져 있다.
특히 칼리버스가 역점을 둔 영역이 ‘롯데면세’다.
칼리버스 속 롯데면세에는 지방시 뷰티, 프레쉬, 메이크업포에버, MCM, 록시땅, 아크메드라비 등의 다양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각 명품 브랜드관에 들어가면 실사에 가까운 버추얼 제품이 진열돼 있다. 평소 단순히 구경만 하기 위해 명품관에 가기가 부담스러웠지만 집안에서 클릭 몇 번 만으로 눈여겨보던 브랜드 제품을 부담 없이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크게 와닿았다.
동부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은 JYP 엔믹스, EDM DJ 알록의 차세대 가상공연 콘텐츠를 만끽할 수 있다. 공연장은 8만명 규모의 관객과 실감나는 사운드로 꾸몄다.
칼리버스는 공영방송 MBC와 손잡고 K-POP공연을 육성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향후 다양한 공연을 칼리버스에서 관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떻게 보면 칼리버스는 다양한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현실 모방 시뮬레이션 게임 ‘더 심즈(The Sims)’ 초상위 버전과 같았다. 이는 그동안 출시된 다른 회사 메타버스 플랫폼과 비교해 가장 현실에 가깝게 구현했다는 얘기다.
■ 칼리버스, 험난한 메타버스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온라인-오프라인 연동이 관건
그동안 국내 기업 선례를 살펴보면 메타버스 시장에서 살아남는 일은 쉽지 않다.
메타버스 붐이 2020년 시작되면서 국내 통신사와 게임업체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네이버 ‘제페토’ 외에는 빛을 내지 못하고 사람들 뇌리에서 사라졌다.
KT는 기업·지방자치단체·기관 등을 겨냥한 ‘메타라운지’를 내놨지만 출시 1년 반 만에 운영을 접었다. 가상공간에 현실 세계 건물이나 인프라를 그대로 이식하는 ‘지니버스’ 베타버전 서비스도 중단했다. LG유플러스의 기업용 메타버스 ‘메타슬랩’ 출범은 감감무소식이다.
이 밖에 넷마블에프엔씨는 자회사 메타버스월드 전직원에 권고사직을 통보해 개발 중이던 메타버스 플랫폼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 프로젝트도 무산됐다.
이처럼 메타버스 시장은 살아남기가 쉽지 않아 후발주자들은 장기 레이스를 펼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지속되려면 유저들이 얼마나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머무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현실감에 토대를 둔 다양한 콘텐츠와 다른 이용자와의 커뮤니티 형성 등으로는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과 경쟁해 우위를 점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칼리버스 전략은 온라인-오프라인을 연계한 ‘새로운 커머스 플랫폼’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국내 유통 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온 롯데그룹의 계열사답게 화장품, 의류, 명품 등 다양한 매장과 상품을 칼리버스 안에 그대로 옮기려 노력했다. 그리고 추후 칼리버스 매장과 실제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해 물품을 판매하고 배송하는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이같은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를 언제 도입하느냐가 칼리버스 성패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접속자 수, 가입자 수 등 구체적인 데이터는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오픈 초기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라며 “메타버스 품질에 대한 만족감과 향후 확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 이와 같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