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하고 단단한 한국의 유리천장에도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여성 비율은 2019년 3.5%에서 지난해 6%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면서 기업 내 여성의 기여도와 역할이 신장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기업별, 업종별 수준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과 비교하면 한국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껍고 단단하다는 지적도 있다. <뉴스투데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여성임원 현황과 실태를 점검해 보는 ‘2024 뉴투 유리천장 보고서’ 시리즈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건설업계는 '금녀의 구역'으로 불린다. 여성들의 출입을 막는 것은 아니지만 '건설' 자체가 풍기는 분위기에는 남성성이 강하게 스며들어 있다. 특히 현장에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건설업의 특성상 중노동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남성들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원들 역시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절대적인 여성의 숫자가 적어 임원까지 가는 확률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 10대 건설사 전체 임원 중 여성 13% 대...낮은 수치 아냐
국내 시공능력 평가순위 10위 권 내 기업들의 등기임원을 파악한 결과 전체 등기임원(69명) 중 여성은 13%(9명)로 비교적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매출액 상위 100개 기업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여성 임원은 2022년 대비 8.9%(36명) 증가한 439명이다. 이는 전체 7345명 중 6%에 해당하는 수치다.
건설사 별 여성임원의 수는 대체로 한 두 명 수준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평 10위 기업 중 등기임원 기준 가장 많은 여성임원을 보유한 곳은 대우건설(2명)이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GS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등은 모두 한 명이며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은 모두 남성으로 구성됐다.
■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된 '건설' 인재풀
10대 건설사에 근무 중인 전체 직원 수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수준이다. 업계 자체에 여성들의 선호도가 낮다고 볼 수 있다.
건설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들 역시 대부분 남성에 치중돼 있다. 이는 필요로 하는 전공의 영향이 크다.
건설사들의 주요 사업이라 할 수 있는 △토목 △건축 △주택 △플랜트 등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해당 전공에 대한 지식 없이는 발을 들여놓기 어렵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서비스 내 '2024 대학 계열별 재적학생수' 자료에 따르면 공학계열 전공 학생수는 54만6881명이며 이 중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21%(11만6184명) 수준이다. 건축계열의 경우 여학생이 31%에 달하며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으나 토목계열은 21%에 머무르고 있다. 토목공학의 경우 16%로 가장 낮은 여학생 비율을 나타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초에 건설사로 들어오는 여성 직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업계가 특별히 여성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설사에 입사하는 요건을 갖춘 지원자들이 남성의 비중이 높은 게 사실"이라며 "특히 현장의 경우 중장비를 사용하고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을 위해 다소 군대와 같이 돌아가는 만큼 여성들의 선호도가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자의 말대로 작은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장에 대한 여성들의 기피가 한몫했다는 평이다. 여기에 주말 출근과 해외 출장 등으로 워라벨을 기대하기 힘든 업계 특성도 높은 남성 비중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충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건설사들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다양한 업력을 지닌 신입사원들이 늘고 있다"며 "우리 회사의 경우 새로 뽑은 직원들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만큼 향후 업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