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오너 3세' 정경선 전무 전면 부각…대내외 소통 적극 행보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가 행보를 넓히며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서 사내외 소통을 확대하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을 쌓는 모양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 전무는 최근 전국 현대해상 사옥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속가능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지속가능토크'는 직원이 회사 현안 등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 사옥을 시작으로 전국 15개 사옥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1986년생인 정 전무는 서울 경복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콜롬비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졸업했다. 2012년 설립한 비영리 단체 루트임팩트와 2014년 설립한 임팩트 투자사 HGI를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혁신적인 비즈니스로 해결하기 위한 지원에 힘써왔다.
올해 초에는 현대해상 CSO에 선임됐다. 정 전무는 시장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 비전을 수립하는 한편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선도적인 디지털‧AI 전환, ESG경영 내재화, 고객 및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확대 등을 통해 현대해상의 브랜드 가치와 위상을 제고하는 역할을 한다.
당시 현대해상은 "정 CSO가 국내외 ESG 분야에서 쌓아 온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이 현대해상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수십년간 현대해상을 이끌어 온 정 회장 밑에서 보험산업 등 금융관련 경영수업을 직‧간접적으로 받아 온 만큼 다른 지속가능경영 전문가보다 현대해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CSO로 적임이라 판단했다"고 정 전무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무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대외적인 메시지 전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정 전무는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주요 사회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리더스 서밋 프로그램에 직접 모더레이터로 나서 다양한 영역의 리더들과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회적가치 페스타에는 정 전무가 설립한 루트임팩트와 HGI의 홍보부스가 열리기도 했다. 해당 부스에서는 현대해상과 각 파트너사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소개가 이뤄졌다.
정 전무는 사회적가치 페스타에서 "거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 본 기업이라면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생각하게 된다"면서 "사회적가치 페스타 같은 공적인 장이 부각되고 화제가 되는 것이 사회문제 해결을 앞당길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은 올해 8월 1일 정 전무를 CSO업무 주요업무집행책임자로 선임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책무구조도 시행에 발맞춰 정 전무를 CSO업무 주요업무집행책임자로 선임해 더 큰 권한과 함께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정 전무는 현대해상이 올해 7월 발간한 '2023 통합보고서'에서 "ESG 경영을 통해 이해관계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회사가 나아가야 할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자 한다"면서 "이해관계자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추상적인 ESG 경영 개념보다는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세부 가이드를 만들고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SG 경영의 실천을 위해서는 임직원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전사 ESG 교육 및 워크숍을 통해 중장기 관점에서 현대해상이 가장 잘 창출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고, 함께 나아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대내외 소통뿐 아니라 경영 면에서도 입지를 넓혀나가는 모양새다. 정 전무는 현대해상의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주도하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은 렌딧, 루닛, 자비스앤빌런즈, 트래블월렛과 함께 U-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해 제4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현대해상을 제외한 나머지 참여사들이 대부분 핀테크 업체인 만큼 현대해상은 재무적투자자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업적‧재무적 안정성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정 전무가 제4 인터넷은행 진출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만큼 인가 여부가 정 전무의 경영능력을 입증할 시험대로 평가된다.
또 정 전무는 선임 1개월여 만인 올해 2월 14일 SK텔레콤과 인공지능(AI)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디지털‧AI 전환에 박차를 가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해상은 이를 통해 보험 비즈니스에 SKT의 다양한 AI 기술을 적용해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한다.
이처럼 정 전무가 대내외 입지를 다지고 있으나 현대해상은 경영승계와 관련해 선을 긋는 모습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번 지속가능토크는 사내 행사일 뿐이고, CSO로서 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정도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정 전무의 역할이 부각되는 것 같다"면서 "인터넷은행의 경우 현대해상이 2015년, 2019년 두 차례 도전했던 바가 있는 만큼 정 전무가 전면에 나섯 것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으나 관련 부서를 지휘하는 만큼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