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기자 입력 : 2024.10.15 06:48 ㅣ 수정 : 2024.10.15 17:22
코트라, 국감서 국내 청년에 임금 체불한 해외기업 '스시베이' 취업 알선 지적 받아 장철민 민주당 의원, "코트라의 'K-MOVE'가 청년들을 해외 노동 착취 현장으로 몰아" 스시베이 2016년~29020년 동안 한국 청년 163명 임금 6억원을 체불, 138억원 벌금 부과돼 코트라가 알선한 스시베이 일자리, 워킹홀리데이 청년 개인이 구한 알바 일자리보다 못해 코트라, 해외기업 조사 및 발굴 노력 통해 'Decent job' 연계해 줄 수 있는 시스템 구축해야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 취업자 수는 코로나 기간인 2021년 3727명까지 감소하다가 지난해 5463명까지 회복했다. 엔데믹의 시작으로 청년층을 위주로 해외 취업수가 지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 취업한 청년을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정부가 해외취업 지원 사업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해외에 취업한 우리나라 청년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하는 사태가 발생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의 대표적인 해외취업 지원 서비스인 '월드잡플러스'가 취업을 알선했던 호주의 한 초밥 기업이 임금 체불 기업인 것으로 확인돼 최근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운영하는 'K-MOVE' 사업이 청년을 해외 노동 착취의 현장으로 몰고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호주 현지 한국계 초밥 체인점 '스시베이'는 지난 2019년 7월 근로자 22명의 임금 약 1700만원을 체불해 호주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주시드니총영사관과 코트라 호주 무역관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다음달 9일 열린 '2019 시드니 취업박람회'를 통해 우리나라 청년 3명을 스시베이에 알선했다.
스시베이는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청년 163명의 임금 약 6억원을 체불했고, 호주 정부는 이 업체에 138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호주 공정근로옴부즈맨은 지난 8월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코트라가 국민의 공분을 사는 것은 국감에서 보이는 태도 때문이다. 장 의원이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지적했으나 코트라는 "박람회를 통해 취업한 3명에 대한 임금 체불은 없었다"며 시치미를 뗐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억대 단위의 임금을 받지 못한 사실에 대해 자신들이 알선한 청년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핑계로 청년 알선 기업에 대한 조사가 부실했던 실책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스시베이 사건의 본질은 코트라와 같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운영하는 청년 해외 취업 지원 사업에 워킹홀리데이에 나간 청년들이 구하는 아르바이트 성격의 일자리가 다수 포진되어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줬다는 점에 있다. 이 업체들이 제공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임금은 온라인에서 청년 누리꾼들 사이에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는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국내 복귀 후 경력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지난달 19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사업을 통해 해외 취업에 성공한 청년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우리나라로 돌아오고 있다. 이들이 국내로 복귀하는 이유는 '낮은 고용안정성'이 13.9%로 가장 많았고, 낮은 임금(13.0%), 낮은 경력개발 가능성(12.0%) 등이 뒤를 이었다.
청년 세대의 정부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력 개발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전문성 높은 일자리'를 정부가 앞장서서 발굴하고, 직무 능력 향상에 집중할 수 있는 충분한 임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정부 기관의 잘못 시인과 개선 방향 도출을 위한 노력이다. 코트라는 스시베이에 대한 호주 정부의 벌금 부과 사실도 부인하고 있다. 장 의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호주 공정근로옴부즈맨은 호주 공정근로법에 의해 설립된 현지 정부 기관이다”면서 “호주 고용부가 공신하는 매체의 발표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억지이다”라고 주장했다.
코트라와 같은 공공기관이 우리나라 청년들이 해외 취업을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좋은 제도이다. 하지만 워킹홀리데이에 나간 청년 개인들이 현지에서 얻을 수 있는 알바 일자리 수준에 그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이 이번 코트라의 경우처럼 임금체불 기업의 알바성 일자리에 우리 청년들을 취업시킨다면, 공공기관이 청년 개인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워킹홀리데이로 나간 청년들이 알바를 하다가 임금체불을 겪었다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코트라가 알선한 스시베이가 임금체불한 한국청년만 163명이라면, 엄청난 숫자이다. 코트라가 알선한 '스시베이 일자리'가 '워킹홀리데이 알바'만도 못한 것이다.
코트라는 해외의 기업들을 지속 관리하고 모니터링 및 발굴하는 노력을 통해 우리 청년들에게 'Decent job'을 연계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