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교영 기자 입력 : 2024.10.17 05:00 ㅣ 수정 : 2024.10.17 14:35
HD현대그룹 외형 성장 넘어 미래기술 확보 '가속페달' 2021년 대표 취임 후 자산 10조 늘어…재계 순위 9위→8위 그룹 매출액 2년 연속 60조원대 기록...수익성 개선도 두드러져 친환경 선박·수소·AI·디지털 혁신·로봇 등 신성장동력 사업 본격화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정기선(42·사진) HD현대그룹 부회장이 대표이사 취임 이후 3년 동안 자산 규모 확대에 따른 재계 순위 상승, 매출 증가 등 뚜렷한 외형 성장을 이뤄낸 가운데 미래 기술 확보 등 신성장동력 찾기에 나섰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기선 부회장은 최근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정 부회장은 1982년생으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그는 지난 2021년 10월 12일 HD현대(당시 현대중공업지주)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됐고 약 2년만인 지난해 11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 대표 취임 직후 그룹 성적은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특히 HD현대그룹은 자산 규모가 지난 3년간 10조원 늘어 올해 재계 순위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오른 8위를 차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HD현대의 연도별 자산 규모는 △2021년 75조3020억원 △2022년 80조6680억원 △2023년 84조7920억원이다. 취임 직전 해인 2020년 63조8030억원과 비교하면 20조원 이상 증가한 셈이다.
그는 그룹 매출액도 크게 끌어올렸다. HD현대 지난해 매출액은 61조3313억원으로 2022년(60조8497억원)에 이어 2년 연속 60조원을 넘었다. 이는 2021년 매출액 44조1360억원(HD한국조선해양 포함) 대비 39% 늘어난 성적표다.
수익성 개선도 괄목할 만하다. HD현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316억원으로 정제마진(정유업계 수익성 지표) 하락, 건설기계 업황 악화 등 악재로 어려움을 겪은 2021년(1조3355억원) 보다 52% 증가했다.
그룹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HD한국조선해양이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타고 약진하는 모습이다.
HD현대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1조384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지만 지난해 2822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에 영업이익이 5366억원 흑자를 거둬 올해 영업이익 규모가 1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HD한국조선해양은 첨단 기술력이 필요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해 수주 잔고(남아있는 주문 물량)도 넉넉히 채우는 등 향후 '먹거리'도 확보했다"고 풀이했다.
이처럼 지난 3년간 자산, 매출 등에서 뚜렷한 외형 성장세를 일궈낸 정 부회장은 이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수소와 인공지능(AI), 디지털 혁신, 로봇 등 신사업 관련 모든 과정을 손수 챙기며 미래 준비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정 부회장은 올해 1월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무인·자율화 △디지털 트윈 △친환경 및 전동화 등 미래기술에 대한 혁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정 부회장은 '미래 친환경 선박 원천기술 확보'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10월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 두산퓨얼셀, 하이엑시엄, DNV와 컨소시엄을 맺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주요 업체와 협력해 2025년부터 쉘이 운용하는 17만4000입방미터(㎥)급 LNG운반선에 600KW급 고효율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를 탑재해 전력 발전에 활용할 예정이다. SOFC는 LNG에서 수소를 추출해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 분산발전설비다. 특히 SOFC는 발전 효율이 기존 연료전지보다 높고 백연과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궁극적으로 연료전지를 추진 동력원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고효율·친환경 선박을 개발·공급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HD한국조선해양은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 선도기업과 협력해 해상 원자력 시장에도 뛰어들 방침이다.
HD현대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올해 초 미국 테라파워와 서던컴퍼니, 영국 코어파워와 함께 미국 워싱턴주 현지에서 용융염(熔融鹽)원자로 공동개발을 위한 기술 교류회에 참가했다”며 “해상 원자력 시장 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 개발 업체, 서던컴퍼니는 미국 남부 최대 에너지 회사, 코어파워는 영국 원자력발전 솔루션 회사다. 이들은 원자력 에너지 기술을 이끄는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스마트 조선소 구축 등 데이터 기반 디지털 혁신도 HD현대그룹이 중점을 두는 분야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오는 2030년 완료를 목표로 미래 첨단 조선소(Future of Shipyard, FO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2월 1단계 목표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구축하고 가상공간에 구현된 조선소를 통해 현장 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올해는 FOS 2단계 ‘연결-예측 최적화된 조선소’를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HD한국조선해양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 협력도 강화했다. 세계 최고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의 기업용 빅데이터 플랫폼 '파운드리'를 FOS프로젝트에 활용해 첨단 자율 운영 조선소 구축 핵심인 디지털 트윈을 모든 공정에서 구현할 방침이다.
한편 정 부회장은 기술 확보 외에 가족 친화적 기업문화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2022년 12월26일 경기 성남시 판교 글로벌R&D센터(GRC)에서 열린 'HD현대 5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여러분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유치원비 지원, 사내 어린이집 '드림보트' 개원으로 육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유연근무제 확대, 6개월 자녀 돌봄 휴직 제도 등도 도입해 국내 출산율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