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 서울대 교수 “데이터 활용, 분석보다 기획이 중요”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이제 데이터를 크기가 아닌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데이터는 우리가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하나의 원재료입니다. 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사이트(통찰)와 기획이 중요합니다.”
국내 최고 데이터 마이닝 전문가로 꼽히는 조성준 서울대학교 교수는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한국생산성본부(KPC) 최고경영자(CEO) 북클럽‘에서 ’데이터 기획과 분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국무총리 산하 공공데이터전략위원장, 정부 3.0 추진위원회 빅데이터 전문위원장, 한국 BI 데이터마이닝 학회 회장을 역임한 조 교수는 현재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서울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센터장,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얻은 인사이트로 어떤 행동을 취함으로써 원하는 가치를 얻어내고 있다”며 “데이터는 결국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원재료나 도구·수단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가 제시한 데이터의 특징은 크게 △객관적 △개인화 △24시간이다. 데이터는 객관적 지표로 활용돼 주관의 충돌을 정리할 수 있고, 데이터를 개인화하면 알고리즘 같은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데이터가 24시간 쉬지 않고 축적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강연에서는 조 교수가 삼성전자로부터 의뢰받아 실시한 고객 경험 진단이 소개됐다. 그는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때 수집한 데이터만 약 70만건에 달한다.
조 교수는 “회사 입장에서는 우리 고객들이 기능을 잘 쓰고 있는지, 삶이 좋아졌는지 알 방법이 없다”며 “소셜미디어에는 자기의 일상과 생각을 많이 적어 놓기 때문에 잘 분석하면 고객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 오븐이라는 단어 주변에는 집, 마트, 아이, 실패, 정성, 귀찮음 등의 키워드가 이었는데 엄마들 사이에서 타거나 덜 익는 조리 실패 사례가 확인됐다”며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게 인사이트다. 우리가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봐야 되는 이유는 객관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해 △품질 예측 △수요 예측 △추천 영업 △고객 관계 관리 △품질 관리 △장비 관리 △고객 이해 △인사(HR) 등의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가 제시됐다. 사실상 기업 활동의 전 분야에서 데이터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조 교수는 데이터 분석보다 중요한 건 ‘데이터 기획’이라고 제시했다. 기획은 어떤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뽑아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미리 계획을 짜는 걸 말한다. 이 때 데이터 활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필요 데이터를 선정·기획하는 주체가 실무·담당자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얼마 전 한 생명보험사 분석팀에서 찾아와 AI 활용 보험금 청구 프로세스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정작 현업에서는 쓰지 않을 것 같다고 하니 그들도 공감했다”며 “이 기획은 현업에서 가져와야 한다. 그 사람들만이 자기 문제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건 그쪽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담당 임직원이 해야 되는 건 데이터 밸류(가치) 기획과 이해”라며 “결과적으로 데이터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담당 직원들에 대해 약 2~3주일 정도 빅데이터의 개념, 방법론, 시각화, 통계, 머신러닝, 최적화 등 역량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또 담당 직원들이 교육 중 자기 업무에서 (데이터 기획으로) 밸류를 창출해보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각자 비즈니스 데이터로 실제 배운 방법을 이용해 실제 기획, 분석까지 해보고 인사이트까지 도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