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SK하이닉스 성공신화' 재조명…블룸버그 "AI 붐 적기 대응" 극찬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경영난에 빠진 하이닉스를 인수해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1위라는 대반전의 성공신화를 써낸 인물로 외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최근 블룸버그통신 뉴스레터에 따르면 글로벌 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이름을 따 최 회장을 "한국의 젠슨"(South Korea's Jensen)이라고 소개했다.
그간 반도체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가 독보적 1위 자리를 지켜왔고,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엔비디아가 AI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반도체칩의 독보적인 지위를 갖게 됐고,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를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로 손을 잡으며 반전 신화를 쓰게 됐다.
블룸버그는 새로워진 최 회장의 자신감이 SK하이닉스의 격변의 역사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의 대표적인 인수합병(M&A) 성공 신화다.
하이닉스는 2001년 여러 은행들로 구성된 채권단에 의한 공동관리를 받았고, 같은 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조치까지 이르렀다. 2년여 후 한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워크아웃에서 벗어나며 회생의 문이 열리는 듯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1년간 영업손실만 2조원에 육박하며 다시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이듬해 4분기 당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채권단은 경영사정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판단, 2009년부터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좀처럼 인수자가 나오지 않던 중 2011년 SK그룹과 STX가 손을 내밀었고, STX가 인수 의사를 철회하면서 SK그룹이 3조4267억원에 하이닉스를 단독 입찰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2년 주주총회를 거쳐 'SK하이닉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인수 당시 SK그룹 내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고 알려졌다. 3조원에 이르는 매각금과 인수 후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설비 투자까지 비용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가 필요한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인수하고자 하는지' 등 끊임없이 경영진을 설득했고, 덕분의 지금의 'AI반도체 왕좌' SK하이닉스가 있을 수 있었다.
블룸버그는 "SK는 하이닉스 인수 이후 연구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 특히 삼성전자 경영진들이 HBM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았을 때 HBM 개발을 계속하기로 한 것이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 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SK하이닉스 생산 물량이 내년까지 완판된 상태로, 향후 12개월간 HBM 부문에서 정상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