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13년 만에 동반 흑자 '힘찬 뱃고동'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빅3'가 13년 만에 모두 연간 흑자를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는 이들 빅3가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이른바 '선별 수주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을 이뤄낸 데 따른 결과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HD한국조선해양은 연간 영업이익 1조4207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4747억원, 한화오션은 1566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조선 빅3가 지난 2011년 이후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일궈낼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 빅3' 13년 만에 모두 흑자 일궈내는 기염 토해
최근 10여년 간 오랜 침체기를 겪은 조선업이 올해들어 화려하게 부활하게 된 데에는 친환경 및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한 경영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K조선'은 지난 2008년 정점을 찍은 뒤 2010년 중반 이후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 적자의 늪에 빠졌다.
조선업은 오랫동안 부진을 떨쳐버리지 못했지만 2020년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환경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에 힘입어 반등했다.
이는 어려운 업황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온 K조선 기술력 덕분으로 풀이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유럽연합(EU)은 친환경 정책을 강화해 올해 초부터 해운 부문을 탄소배출권거래제(ETS) 대상에 포함시켰다"며 "이와 함께 IMO는 오는 2050년까지 모든 선박에서 탄소 배출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내놨다"고 설명했다.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려면 기존 선박을 액화천연가스(LNG)·암모니아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으로 바꿔야 한다. LNG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은 연료 보존 성능 등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첨단 기술을 갖춘 국내 조선사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모습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LNG선 발주량 554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가운데 한국이 약 80%인 441만CGT를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올해 1분기에 분기 기준 3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선박 수주 1위를 탈환했는데 이 역시 LNG선·암모니아선과 같은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보여주듯 올해 1분기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에서 발주된 친환경 선박 LNG선 29척과 암모니아선 20척 등을 100% 수주했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가 늘어나면서 선박 수주량 감소에도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까지 올해 누적기준 전세계 선박 수주량을 보면 중국이 69% 점유율을 차지해 압도적인 1위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18%에 그쳐 조선업 불황을 겪던 2016년(15.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 조선업계 실적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양이 아닌 질적 수주가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조선 3사는 지난 3분기까지 △HD한국조선해양 9350억원 △삼성중공업 3285억원 △한화오션 68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2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부터 7개 분기 연속 흑자를 거머쥐었다.
■ 두둑한 수주 곳간…MRO 확장 등 내년 전망도 '맑음'
K조선 호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향후 3년이 넘는 일감을 쌓아둔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K조선에 러브콜을 보내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확대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05억6000만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액 135억달러를 152.2% 초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화오션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81억5000만달러, 삼성중공업은 68억달러를 각각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의 수주 잔고를 보면 약 3년치에 이른다”며 “한국이 수년간에 걸친 일감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중국처럼 저가 물량으로 수주 점유율을 높이지 않고 고부가 중심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선박 선별 수주 외에 MRO 시장 성장도 기대를 모은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직후 미국 조선업은 한국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는 특히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 뿐만 아니라 MRO 분야에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군사정보업체 제인스에 따르면 글로벌 함정 MRO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달러(약 85조원)이며 이 가운데 미국은 4분의 1인 20조원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의 미국 MRO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미 해군이 발주한 MRO사업 2건을 모두 따냈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함' MRO를 수주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 '유콘함' 정기 수리 사업을 맡았다.
이에 질세라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MRO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협약을 맺어 미국 시장 공략을 준비중이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NSRA)으로 향후 5년간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 지원함과 미 해군 운용 전투함 등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 해군에서 내년 10척 안팎 물량을 추가 발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 해군 소속 수륙양륙함 32척 중 절반인 16척이 훈련 및 작전 투입이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미국에 이어 인도에서도 K조선에 러브콜을 보냈다.
26일 국내 모 매체에 따르면 이달 초 알 락슈 마난 인도 항만해운수로부 차관보, 최대 국영 조선사 코친조선소 CEO 마두 나이르 등 인도 조선 업계 관계자들이 국내 빅3 조선소를 방문했다.
인도 정부는 현재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 1% 미만인 인도 조선업을 2030년 세계 10위, 2047년에는 세계 5위까지 성장시키겠다는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계 정상급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춘 국내 조선사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산업 중 조선업을 콕 집어 언급하면서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 호황기에 접어든 조선업에 호재를 더해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