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한국국가전략연구원-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공동국제회의 개최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8∼9일 양일간 더 플라자 서울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한미동맹의 미래’란 주제로 제13회 공동국제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한민구 KRINS 원장(전 국방부 장관) 및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의 개회사에 이어 김숙 전 유엔대사와 앤드류 여 한국석좌의 사회로 1·2세션이 각각 진행됐으며, 다음날 3세션은 한미 양국 정부에 건의할 정책제언을 논의하는 자리로 지명초청자와 정부 관계자 등 일부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비공개회의로 계획돼 있다.
한 원장은 개회사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점 추진할 어젠더로 ①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② 미북 탑다운식 핵 군축 협상 추진, ③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 요구, ④ 주한미군 감축 또는 역할 변경, ⑤ 대 중국 견제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 ⑥ 한미 경제·통상 정책 조정 등을 예상하면서 “이들 의제가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할 시기에 한국의 국가 리더십 불안정은 동맹의 미래를 걱정하게 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미 국무부 대변인(매슈 밀러)이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동맹은 단순히 대통령 간의 동맹이 아닌, 정부 간 동맹이자 국민 간 동맹”이라며 동맹의 견고함을 강조한 사실을 들면서 “매슈 밀러의 동맹 정신과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을 활용하면 우리는 빠른 시기에 지금의 ‘도전’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며, 이런 시점에 공동국제회의를 개최해 한미동맹의 미래를 논의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1세션은 앤드류 여 한국석좌가 ‘트럼프 2.0 시대 미국 외교정책: 인도 태평양과 한반도에서의 함의’를,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한반도 안보상황의 불확실성 증가: 북한의 대남전략 변화, 한국의 리더십 위기’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이 ‘트럼프 2기와 한미일 3국 협력’을,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가 ‘한미동맹의 도전 및 기회 요인과 동맹 강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회를 맡은 김숙 전 유엔대사는 “한국의 계엄 및 탄핵사태로 국제사회는 이제 북중러보다 한미일 정세변화에 더 주목하는 양상”이라며 “국가원수의 실질적 공백이란 안보 비상상황에서 전문가의 시각이나 개입은 미세한 것이라 해도 외교안보 정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날 발표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2025년 한미동맹을 위한 정책제언으로 ① 양국 정부는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미래역할에 대해 솔직하게 논의해야 하고, ②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 등 동맹국과 포괄적 대북정책을 수립해 북한이 동맹국 간 이견을 활용할 여지를 차단해야 하며, ③ 양국 정부는 한미일 3자 및 핵협의그룹 등 이전 정부가 이룩한 한미동맹 성과를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비확산 체제 약화 시 핵공유나 전술핵 배치도 검토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호령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복잡해진 전략적 셈법들에 대한 포괄적 대응방안 마련을 통해 한반도 불안정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최우선이 돼야 하며, 동시에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약화하려는 북중러의 정책에 대해 한미, 한미일 공조와 협력을 증대해 나가야 한다면서 “북한의 친러정책 강화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중국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정책 기조로 삼을 것이기에 동맹국들은 그 기조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로 평가받을 것”이라며 한미일 3국 협력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제언들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시바의 성급한 조기 총선 결정으로 일본 정부가 약속했던 국방예산 2배 증액, 대북타격능력 확보 등 공약을 제대로 이행할지 의문이고, 한국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치가 불안정해 미국의 인·태 전략 추진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결론지었다.
박원곤 교수는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한다면 확장억제 제도화를 지속 강화하는 반대급부를 요구해야 한다”면서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계획을 공동 수립하고, 연합작전계획도 핵대응에 초점을 맞춰 재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이 대만 해협 위기 시 기여할 수 있는 수준을 미국, 일본과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정교한 대응도 필요하다”면서 “지난 2년간 발전시켜온 확장억제 제도화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세션은 김태현 국방대 교수가 ‘북한의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추구를 위한 경로 검토’를, 시드니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고문이 ‘미국 신행정부의 대북전략 전망과 대북전략 변화 가능성’을,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한국국장이 ‘북러 밀착이 글로벌 및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를, 함형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이 ‘북핵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의 억제정책 강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태현 교수는 “북한의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확보 전략에 한미는 완전한 비핵화 원칙하에 일관되고 장기적이며 포괄적인 대응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어떠한 경우라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한미 간의 흔들림 없는 원칙과 기조가 가장 중요하며, 한미 확장억제를 협상 카드로 핵군축 협상을 미국이 시도하는 시나리오는 한국의 안보이익을 심대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드니 사일러 선임고문은 “김정은이 푸틴과의 관계를 통해 생존을 위한 생명줄을 잡고 있다”며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계속 주장할 가능성이 크며, 핵무기 동결·제한·감축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앞에 놓인 외교적 과제는 비핵화를 추진하고, 억지력을 유지하며, 김정은이 핵무기고 상태와 상관없이 강압과 수정주의는 성공하지 못할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한 다방향 외교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제니 타운 한국국장은 북러 밀착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북러 협력 현황에 대한 신속한 정보공유와 공개로 미칠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고, 정권교체기 확장억제를 강화하되 관련 메시지는 신중히 조율돼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아야 하며, 한러 외교 관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교역을 제한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는가 하면, 대북제재의 재평가와 재조정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 강구와 외교적 해결방안 모색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함형필 센터장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전략적 안정성 증진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한미동맹에 불가피한 과업이 되었다”고 강조하면서 “한미동맹은 특정 확장억제 강화 조치에 필요한 의사결정 시간과 비용에 대한 이해를 제고함과 동시에 특정 조건에 이르면 강화된 조치를 실행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며 “한미는 이러한 조건을 식별하고 체계적으로 확장억제 태세를 최적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KRINS 이사장인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 외교안보 분야 전현직 고위 당국자와 전문가, 주한대사관 무관단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