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오른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 성과 거둘 수 있을까?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6일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사업 예산이 4651억원 규모인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의 무기체계 구매사업 입찰공고를 내놓았다. 이 입찰공고가 나오기 사흘 전에 방사청은 22사단 GOP 및 해안부대에서 진행한 ‘GOP과학화경계시스템 경미한 성능개량 사업’이 탐지능력이 향상된 열영상카메라와 인공지능(AI) 영상분석 기능을 적용해 성공적으로 전력화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감시카메라와 통제시스템의 노후화에 의한 오경보 등 탐지능력 저하로 발생하는 경계 취약점을 AI 학습 데이터 기반의 영상정보 분석 기능을 활용하는 통제시스템으로 보완했고, 또 탐지능력 향상을 통해 주·야간뿐만 아니라 악천후 시에도 경계 작전의 효율성과 신뢰성이 향상됐다면서, 이어 추진할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에도 이번 사업에서 얻은 노하우를 활용해 전방지역 경계시스템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감지시스템에서 오경보 발생하는데 감시카메라와 통제시스템 문제로 접근
이 보도자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내용은 오경보의 원인을 감시카메라와 통제시스템의 노후화에 있다고 보는 부분이다. 그동안 오경보 발생의 근본 문제가 저성능 감지시스템 도입에 있었음에도 감지시스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이렇게 오경보의 문제를 엉뚱한 곳에서 찾으니 기존의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에 탐지능력이 향상된 열영상카메라를 추가로 설치하고 AI 영상분석 기능만 도입하면 오경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번에 입찰공고가 나온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만 완료되면 기존 시스템의 고질적인 오경보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과학화경계시스템의 기본은 소요결정서의 체계운용개념에도 나와 있듯이 각종 센서를 이용해 침입을 감지하는 ‘감지시스템’, CCTV 등 영상정보를 이용해 침입을 확인하는 ‘감시시스템’,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대응·경보발령 등을 하는 ‘통제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즉 감지시스템이 센서로 침입을 감지한 후 경보가 울리면 감시시스템의 CCTV가 해당 지점을 확인하고 이어 통제시스템이 필요한 조치를 하는 방식이다. 이런 설계의 기본이 방호보안기술이 앞선 선진국에서도 달라지지 않았고, 이번 성능개량 사업의 소요결정과 선행연구 단계에서도 감지시스템을 최신기술이 적용된 우수제품으로 보완하도록 진행되던 것이 갑자기 감지시스템 예산을 대폭 줄이고 감시시스템에 열영상카메라 도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 열영상카메라가 감지시스템 오경보 보완하지 못하면 사업 이후 상황 심각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과학화경계시스템의 기본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기본을 어기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22사단에서 진행한 경미한 성능개량 사업의 시험평가가 제대로 이뤄진 것이라면 감지시스템의 센서와 같은 기능을 탐지능력이 향상된 열영상카메라가 대신해 오경보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증명되어야 성공적인 전력화라고 할 수 있고 이렇게 된다면 과학화경계시스템의 설계 기본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3㎞까지 90도 각도로 커버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열영상카메라가 과연 화각과 오경보의 문제를 극복하고 감지시스템을 대신할 수 있을까? 누차 언급했듯이 감시카메라는 평지라도 거리가 멀수록 화각이 좁아져 3km 거리의 감시범위는 10도 미만으로 물체 식별구역이 매우 제한된다. 게다가 자동탐지 기능을 활성화하면 카메라 오경보도 저성능 감지시스템의 센서 못지않게 발생한다. 해양수산부가 항만에 설치한 지능형 카메라에서 실제로 오경보가 빈발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열영상카메라가 감지시스템의 오경보 문제를 보완하지 못하면 이번 성능개량 사업 이후 벌어질 상황은 대단히 심각하다.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고도 과학화경계시스템의 기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저성능 감지시스템 도입으로 빈번하게 오경보가 발생했고, 이 오경보를 줄이거나 숨기려고 센서의 민감도까지 풍속에 따라 일괄 조정하는 매뉴얼까지 만들어 경계 부대에 이것을 지키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현장에서 벌어진다고 한다.
■ 우수한 감지시스템 선택하고 감시카메라 효율적 배치해야 사업 성과 거둬
선진국 방호보안 기술서에는 통제시스템 구축 시 센서 구간 전체의 민감도를 동시에 조정하는 기능은 절대 넣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버튼을 잘못 누르면 감지시스템 전체의 탐지기능이 저하돼 경계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감지시스템을 설치할 때 지형 조건과 철책 형태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민감도를 설정하나 이것은 압력·하중을 고려한 것이지 바람과는 무관하다. 그런데 해당 매뉴얼을 보면 “광망 민감도는 풍속에 절대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민감도 세부 설정을 통한 조절이 필요하다”고 기술돼 있다.
이처럼 일부 회사가 제품의 저성능을 불가항력 사안으로 포장해 잘못된 방식을 마치 맞는 것처럼 주장하고, 사업 담당자들이 수시로 바뀌면서 전문적 식견이 부족함에 따라 이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가운데, 나라 전체가 착각에 빠져 잘못된 방식으로 평소 과학화경계시스템을 운용하고 사업도 엉뚱한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모습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결론적으로 GOP 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은 우수한 감지시스템을 잘 선택해 적용하면서 성능이 향상된 감시카메라는 효과적인 지점을 판단해 적절히 종심 상으로 배치해 나가는 것이 가장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것이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이 강조하는 벨트 개념의 경계 작전을 지원함과 동시에 이해관계에 함몰된 일부 업체의 농간에 방사청이 놀아나지 않는 길이다. 지금이라도 방사청 사업 부서가 올바른 판단에 나서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