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 아닌 타의로?… ‘월급 1% 기부’하는 현대오일뱅크 임직원, “강제다” 볼멘소리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현대중공업그룹 정유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가 ‘강제 기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현대오일뱅크에 근무하는 대부분 임직원들은 월급의 1%를 ‘현대중공업그룹 1%나눔재단’에 기부하고 있는데, 최근들어 “근로계약서를 쓸 때 회사측에서 (기부동의서를) 쓰라고 강제하는 등 자의가 아닌 타의로 기부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1%나눔재단’은 지난 2011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임직원들이 급여의 1%를 기부키로 뜻을 모아 설립한 ‘현대오일뱅크 1%나눔재단’이 전신이다. 지난해 기부자를 현대중공업그룹 전 계열사 임직원으로 확대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 1%나눔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대중공업그룹 1%나눔재단’은 임직원들로부터 모은 기부금을 통해 사회복지시설과 저소득 가구에 난방유를 지원하고, 영세 화물 운전사와 해양경찰 자녀들에겐 장학금을 주는 등 공익·후원사업, 자원봉사활동, 장애인 세차도우미 채용 등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1년 통합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올해 기부금은 임직원 8억5778만2000원, 회사 7억원이다.
현대중공업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1495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연봉의 1%는 114만9500원으로, 직원 1인당 1년에 115만원 가량을 기부한 셈이 된다.
문제는 이런 기부가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엔 ‘혹시 월급 일부를 기부하는 회사 있어?’란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월급 1% 공제해서 기부한다던데 자의가 맞는지’를 물었다.
해당 글에 현대오일뱅크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아니 타의야”, “1% 기부 맞는데 요새 민심이 흉흉해서 탈퇴러시(열풍) 이어지는 중”, “탈퇴 어떻게 하는지 알려달라”, “타의” 등의 댓글을 달았다.
그중 한 댓글 작성자는 ”근로계약서 쓸 때 (기부동의서) 내밀고 안 쓰면 다시 쓰라고 눈치 엄청 준다. 그냥 강제”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또 다른 댓글 작성자는 “얼떨결에 했는데 말하면 취소는 해준다고는 하더라”면서 “강제는 아니지만 거의 다 하는 거라 안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듯이 말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현대오일뱅크 측은 “임직원의 기부는 오롯이 자의로 이뤄진다”고 반박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기부는 본인이 서명을 하고, 자의로 이뤄지고 있다. (기부를) 안 하는 직원들도 있다”며 “기부를 하지 않는 직원들을 차별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임직원들에게 기부금 사용 내역에 대해서 투명하게 안내하고 있다”며 “기부금 영수증도 발급해준다”고 덧붙였다.
‘기부 강제’ 논란은 비단 현대오일뱅크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지난해 삼성화재도 임직원 급여의 1%, 최저금액 5000원 이상을 강제로 걷어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하고 사업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964년 설립된 국내 최초 민간 정유회사로, 현재 전국에 2500여개 주유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