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27)] 낭중지추(囊中之錐) 선배들의 내리 사랑 (상)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1.10.29 17:52 ㅣ 수정 : 2021.10.29 17:52

낭중지추(囊中之錐), 현명한 사람은 주머니 속 송곳과 같아 실력이 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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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 왕족 평원군이 있었는데 그 밑에 왕래하는 손님들도 많았다. 

 

그런데 그때 당시 초나라와 외교 문제가 생겨서 초나라에 동행할 사람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모수라는 사람이 자기도 가겠다(毛遂自薦)고 나섰다.

 

따라서 주변에 수소문해보니 모수라는 사람은 평원군 손님으로 3년이나 들락날락했으면서 존재감이 그다지 없었다. 그러자 평원군이 좋은 말로 돌려보내려고 “현명한 사람은 주머니 속 송곳과 같아 실력이 절로 드러나기 마련이지요(囊中之錐)”라고 말했다.

 

모수는 “그러니까 그 주머니에 저를 넣어보세요. 예전부터 넣었다면 송곳이 이미 주머니 바깥으로 튀어나왔을 겁니다”라고 했다. 

 

평원군과 동행한 모수는 초나라와 외교 협상에서 초나라왕을 위협도 하는 기지를 발휘하여 설득에 성공하였다. 결국 평원군과 모수는 초나라의 구원병을 지원받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잘 해결했다는 일화에서 ‘낭중지추(囊中之錐)’가 유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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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방사 작전과 선배였던 임형빈(육사33기)과 김홍식(육사34기)의 전역후 현재 모습 (사진=김희철)

 

반기는 후배들을 격려하는 전우애와 선배의 여유를 보여준 낭중지추(囊中之錐)

 

수방사에서 근무를 했던 장교들은 전후방 교류의 인사 방침에 따라 대부분 최전방 야전부대로 차기 보직을 받는다.

 

작전과 선임장교를 성공리에 마치며 중령으로 진급한 임형빈 선배(육사33기)는 강원도 화천의 7사단에서도 가장 격오지의 대대장으로 취임했다.

 

그곳에 부임한 임 중령은 사단의 선봉 대대장으로 자리를 굳히며 각종 시범 및 훈련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그 소문은 수천리 떨어진 수방사까지 알려졌다.

 

당시 사무실에는 디자인과 차트 글씨를 잘 쓰는 서기임무를 수행하는 군무원과 타자를 전문으로 하는 여직원도 있었다.

 

필자가 작전과 업무에 적응하던 어느날, 전방 대대장직을 수행하던 임 중령이 모처럼의 휴가를 얻어 필동 수방사 근처의 처가에 들렸다가 후배들을 격려하러 사무실을 방문했다.  

 

전 직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반겼고 특히 사무실 터줏대감인 차트 담당 군무원과 여직원은 최전방 취임식까지 참석하며 축하를 해주었던 추억을 회상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는 작전과 전원에게 “모두 필동 00 중국집으로 모여라. 점심은 내가 쏜다”하며 반기는 후배들을 격려하는 전우애와 선배의 여유를 보여주었다.

 

짜장면, 군만두 및 탕수육과 함께 작전과 근무시의 에피소드를 서로 나누며 웃음꽃이 활짝 피어 그동안의 불철주야 업무에 찌들리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보낼 수 있었다.

 

게다가 대대장 근무중에 눈에 띄는 성과로 상급자들로부터 엄청난 칭찬을 듣고 있다는 성공담은 작전과 소속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작전과 요원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왜냐면 그가 수방사 근무시에 필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 얼마나 까다롭고 업무에 철저했는지 작전과 뿐만 아니라 타부서의 후배들도 그를 만나기를 꺼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점심을 사주며 격려했던 그는 너무도 다정한 선배였다. 또한 부대에서 곧 본인이 책임지고 준비해야할 중요한 시범이 있고 차트를 작성해야 하는데 차트 담당 군무원에게 강원도 격오지까지 올 수 없는지를 부탁했다. 

 

작전과 선임이었던 이윤배 소령(육사35기)는 당면한 주요 사안이 없기 때문에 문제 없다며 과장에게 보고해서 차트 군무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그곳에도 차트를 만드는 요원이 있을 것이나 수방사에서 청와대 보고서를 준비하는 군무원이 지원되면 야전부대와는 수준이 다른 차트가 제작되어 시범 결과는 당연하게 성공할 것이 명확해 보였다.

 

그는 생각의 차원이 보통사람과는 달랐다. 원거리를 이동하는 수고는 있겠지만 맡은 바 임무를 최고 수준으로 달성하려는 의지는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주었다. 

 

“현명한 사람은 주머니 속 송곳과 같아 실력이 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라는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의미처럼 그는 최전방 격오지에 있어도 주변 사람들이 감탄하게 만드는 뛰어난 적극성과 현명함을 지니며 내리사랑을 보여준 선배였다.(다음편 계속)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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