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와 수십억원 계약 맺은 영국 12살 디자이너는 ‘낙서왕’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4차산업혁명시대의 ‘성공법칙’은 예측불허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의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전통적인 성공법칙은 존립근거가 약해지는 추세이다.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에서 성공한다는 통념도 희박해지고 있다. 모든 산업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되면서 오락과 유희에 강한 자가 성공의 기회를 포착할 확률이 높아진다.
영국의 12살 소년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의 디자이너가 된 사연도 그렇다. ‘성공법칙 새로쓰기’의 또 다른 사례이다. 학교가 대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청소년에 대한 직업교육은 학교 시스템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을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슈루즈베리에 사는 조 웨일(12) 군은 최근 나이키와 수십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그의 정체는 ‘낙서왕’이다. 말썽꾸러기인 셈이다. 학교 수업 시간에 그림을 그리다 낙서한다고 꾸중 듣던 12살 소년이라는 게 더 타임스의 설명이다.
조 웨일은 인스타그램에 약 12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낙서 소년'(the doodle boy) 이라는 계정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역경으로 가득 찬 어린 인생이었다.
수업을 듣는 대신에 낙서를 했던 그는 선생님에게 혼나기 일쑤였다. 조의 부모님은 고민 끝에 방과 후 미술 클럽에 보냈다.
그의 부친은 "이야기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충분히 그림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우리는 그를 미술 수업에 보냈고, 선생님이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고 말했다. 학교 선생님은 조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고 채찍질하는 데 열중한 것이다.
방과 후 수업에서 재능을 키워나간 조는 작품 중 일부를 온라인에 올렸다. 그의 독창적인 낙서는 전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 SNS시대에 낙서왕의 작품은 전세계인의 감수성에 의해 재평가된 것이다. 낙서가 디자인이 된 순간이었다.
조는 병원과 식당에 그림을 그렸고 어린이 소설의 삽화도 맡았다. 영국 윌리엄 왕자 부부에게 고용돼 2020년 12월 그들의 투어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2020년 아버지의 날을 위해 낙서로 '맞춤제작'한 나이키 트레이너 운동화 사진을 온라인에 올렸고, 나이키가 이를 발견하면서 연이 닿았다.
조는 "나이키는 정말 대단하고 곧 내가 기대하고 있는 재밌는 것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이건 내 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화가 나면 방에 가서 낙서를 하기 시작하고 그러면 행복해진다고 고백했다. "난 그냥 나 자신에게 말한다: 좋아하는 걸 하라고, 바로 낙서. 굉장히 기분이 좋고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내가 무엇을 하는지 잘 생각하지 않고 그냥 밀고 나가며 마음에서 만들어낸다. 딱히 계획은 없고 느낌대로 한다"고 설명했다.
조는 온라인에서 나이키를 홍보하고 어린이들의 창의적인 활동을 격려하는 프로모션에 공동 크리에이터로 참여할 예정이다. 나이키의 핵심 고객은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감수성이 거액을 벌어들이는 직업인을 탄생시킨 것이다.